[Review] 방향을 과감히 바꿔보자 - 노력의 기쁨과 슬픔

글 입력 2021.05.2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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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집어든 자기계발서다. 도서 시장 및 그곳에서 읽을 수 있는 오늘날의 삶의 트렌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기계발서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장르가 아니다. 지금은 대부분이 긍정적이기보다는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자기계발서가 물론, 사실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꽤나 인기 있는 분야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큰 목표와 성과를 이뤄낸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힘을 주는 이야기들이 속속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마치 그 책들을 읽고도 자극을 받지 않으면 뭔가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소위 말하는 ‘열정에 기름 붓기’ 식의 책들이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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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준은 조금씩 다양하긴 하지만, '수저론'이라는 이름의 위와 같은 계급표는 포털 사이트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 : 중앙일보)

 

 

다들 공감하겠지만, 불과 10년 정도 사이에 사회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우선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SNS에 ‘수저론 기준표’라는 것까지 떠도는 세상이다. 이 ‘수저’라는 것은 개인에게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 즉 바꿀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굉장한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패배감과 비관론의 기운이 짙어진 사회에서 예전처럼 ‘야,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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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남들에 기준에 맞춰 떠밀려가는 삶보다는 개인의 사소한 행복을 중시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각자의 수많은 환경적, 개인적인 차이를 그저 무시하고 그저 맹목적으로 성취와 목표 지향을 강조하는 이러한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은 당시에는 흥할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는 해가 있으면 반대로 떠오르는 해가 있는 법.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길고 험한 여정에 지쳐 헥헥거리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아예 그 방향을 과감히 바꿔볼 것을 제안한다.

 

*


고백하자면, 나는 꽤 오래 전에 이미 노력해도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한 마디로 적당함의 미덕을 터득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안 이후로 삶의 가치관이 180도 바뀌는, 아직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서 경험하기는 꽤나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물론 당시는 아직 노력의 절대적인 가치에 대한 사회적인 믿음이 유효한 시기였기에, 나의 이러한 변절(?)은 주변에서 꽤나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특히 오랜 시간 동안 ‘안 되면 되게 했던’, 열정과 야망이 넘치는 인간으로서의 나를 보아왔던 부모님의 경우 더욱 그러하셨다. 당시 실제로 들었던 말처럼, 이들에게 나는 끝내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자기 합리화에 힘쓰는 나약한 패배자일 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의 나는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별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된 현재가 훨씬 편안하고 행복하다. 해야 할 일들의 경중을 판단하고 선별적으로 힘을 쏟으며, 그럴 필요가 없는 그리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설령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을지언정 자연스럽게 넘어가곤 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4주간의 치열한 교생실습, 학교 중간고사, 과제와 강의 등을 병행하다 마지막 주 긴장이 풀려 미처 온라인 강의 하나를 듣지 못하고 결석한 것을 발견 했을 때, 애써 작성한 과제가 알고 보니 교수님이 의도하신 것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작성된 사실을 알았을 때, 이제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한 번 피식 웃고 넘겨버린다. 그리고 항상 이전의 나라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본다. 그러고 나면 지금의 내 태도에 대해 한층 더 강한 확신이 든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 멈추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일곱 번째 챕터에서는 뜨끔한 마음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평소 글을 쓰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말이 많고, 결정적으로 생각도 많은 사람이다. 많은 경우 이는 글을 쓰거나 기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나, 반대로 이것이 잡념이 되어 나를 좀먹는 경우도 많았다. 일례로 나는 평소 약한 불면증이 있어 일정 시간 이상 밖에 나가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잠이 드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원인을 파악해 보자면 이는 대부분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부터 나를 지배하는 온갖 상념들 때문이었다.

 

더불어 한 차례 큰 가치관의 전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의 대학생활은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자유’ 그리고 ‘여유로움’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 끊임없는 연습의 시간이기도 했다. 목표 지향과 효율 추구라는 기존의 강박적인 습관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에게, 죄책감이라는 불청객은 자주 스멀스멀 찾아들었고 그 때마다 나는 그저 몸과 머리의 이완을 시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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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명 ‘짤’로 쓰이고 있는, 예전에 방영되었던 모 다큐멘터리 화면을 캡처한 이 장면 역시 김연아라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그 정점을 찍은 시대의 인물을 빌어 과도한 생각이 얼마나 무용하며, 해로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가지의 점프를 완성시키기 위해 몇 만 번의 점프를 뛰었다는 김연아 선수가, 그 몇 만 번을 뛸 때 일일이 생각 또는 숙고라는 허울 좋은 사족을 덧붙였더라면, 그녀는 지금과 같은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많은 위대한 일들은 심사숙고를 통한 (역설적으로) 섣부른 도전과 철수 대신 그저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저자가 프랑스인 인만큼 책에서 주로 언급되는 인물이나 예시들이 지구 반대편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간혹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말하고 있는 주제만큼은 꽤나 보편적이다. 그러고 보면, 앞서 이야기한 최근 10년 사이 크게 달라진 사회 분위기 역시 비단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 지구의 사람들은 모두가 조금 지쳐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다른 방식을 고안해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떠올리고 나니, 당연히 저자가 한국인일거라 생각해 책의 첫 장을 펴는 순간 외국어로 된 이름을 보고 조금 당황스러웠던 마음이, 이내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아, 참고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저자가 이야기한 바를 그대로 실천했고, 방금 막 성공했다. 이미 삶의 방향의 꽤 많은 부분을 저자와 공유하고 있어 많은 구절에서 공감했으나 반대로 특별한 깨달음은 얻을 수 없었던 나에게, 이번 글쓰기의 시작은 유난히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시작했다. 이 글이 실패할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금 막 글을 완성했다. 그러고 보면 내 손끝에서 탄생했던 글들은 모두 그렇게 시작되었고, 만들어졌다. 도저히 안 될 일 같았고, 또한 실제로 시작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안 된 것’로 남았을 많은 것들이, 망설임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내 ‘된 것’의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 지금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을 이 글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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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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