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입문작으로 추천합니다. - 오페라 '토스카' [공연]

글 입력 2021.05.2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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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교회 안, 수상한 남자가 슬그머니 등장한다.


 

O Finalemente!

 


탈옥한 안젤로티는 자신의 여동생, 아타반티가 숨겨두었다는 열쇠와 변장 도구를 찾는다.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한 그가 무사히 열쇠를 찾아 교회 안, 예배당으로 숨어들어 간다. 이러한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한 극을 조금은 풀어주려는 듯, 성당 지기가 등장해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이 교회의 화가, 카바라도시의 시중을 들면서 1막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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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인 요소는 물론, 대사를 통한 문학적 요소, 연극적 요소, 무대와 의상 등의 미술적 요소들이 종합된 대규모의 종합예술

 


화면 캡처 2021-05-24 221327.png

 

 

<토스카>가 나의 첫 오페라 공연이다. 그동안 뮤지컬에 관심을 두고 즐겨보았으면서도 오페라와 성악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대부분 이탈리아어 등 원어로 진행되는 극이라는 점과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인물 설정과 극의 흐름이라는 생각에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오페라 <토스카> 관람이 나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었던 기회가 되어주었다.


성악가들의 노래를 어렵게 생각하고 오페라는 지루할 것 같다는 관념을 지닌 과거의 나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고자 한다. 오페라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생긴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글이 되어, 1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유튜브에 오페라를 검색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리뷰를 적는다. 감히, 오페라 <토스카>를 오페라 입문작으로 추천해본다.

 

 

 

극장을 가득 채우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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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기본적으로 성악가들이 공연을 한다. 대사에도 음이 존재해 끊임없이 노래를 부른다. 보통 사람들이 송스루 뮤지컬이라고 해서 조금은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오페라에도 있지만, 계속해서 듣다 보면 어떤 대사에도 음이 붙어있으니 아예 음 없이 말하는 것이 더 어색하게 들릴 것이다.


드라마가 노래를 통해 이어지니 문학적 요소도 함께 느낄 수 있고 음율을 생각하며 더욱 극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성악을 전공하거나 배우신 분들께서 인물 배역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 없이도 굉장한 음압으로 극장 전체를 가득 메운다. 마이크, 인이어 같은 장치 없이도 아래 위치한 오케스트라와 음, 박자를 맞춰 자유자재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4층까지 꽉 채우는 오페라 가수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개인적으로 '팬텀싱어'를 다시 돌려볼 정도로 성악가들의 노래에 빠져있었는데, 실제로 예술의 전당 그것도 오페라 극장에서 널리 퍼지는 강렬하고도 힘이 넘치는 소리를 들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실제로 듣는 것과 아무리 좋은 스피커로 틀어 듣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음을 체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를 테너와 소프라노 하나씩 소개해본다.

 


당시 프리 마돈나라고 부르는 여가수,

토스카의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amore"


 

노래로 살고 사랑으로 살며

살아 있는 사람을 상처 준 일도 없고,

불행한 사람을 보면

슬며시 남모르게 도와주었습니다.

끊임없이 참된 신앙심을 갖고

나의 이 기도를

거룩한 성상(聖像) 마당에 드려 왔습니다.

끊임없이 참된 신앙심을 갖고

제단마다 꽃을 바쳐 왔습니다.

이런 고난의 시기에, 어째서

왜 주님은, 어째서

제게 이런 보답을 하십니까?

보석들을 성모님의

망토에도 바쳐 왔고,

노래를 하늘의 별에,

한층 아름답게 빛나는 별에 바치기도 했습니다.

이 고난의 시기에 어째서,

왜 주님,

아 어째서 내게 이런 보답을 하십니까.

 

 

2막에 등장하는 아리아다. 배경을 간략히 설명하면, 스카르피아가 토스카를 협박한 뒤, 절망을 느끼며 힘든 심경을 표현하는 곡이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자신과 사랑을 나눈다면, 반역 혐의로 고문당하고 사형 집행에 놓인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를 풀어주겠다는 협박을 한다. 이 상황에서 토스카는 평소 불행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신앙심을 갖고 기도하고 항상 참되게 살아왔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물으면서, 절망스럽고 고난에 놓인 상태를 노래에 담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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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기 전, 다양한 음악가의 아리아를 유튜브를 통해 듣고 갔지만 역시나 2막까지의 상황을 눈으로 함께 하고 감정 이입이 된 상태에서 오케스트라를 곁들인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아리아를 직접 들으니 아리아가 끝난 후, 박수를 오랫동안 칠 수밖에 없었다.

 

1막 초반, 질투 많은 여성의 단순한 모습을 넘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슬퍼하며 결국엔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걸 깨닫기 직전의 힘든 모습을 하고 있는 토스카라는 여성의 삶이 너무나 잘 다가왔다. 이리저리 날뛰는 감정들을 표현하면서도 음을 정확히 풍부하게 소화해 이 극장 모든 공간에 전달하는 것 자체에 압도되면서도 그녀의 삶, 오페라<토스카>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사형 직전,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고, 대지는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채소밭의 문이 삐걱거리며

모래에 스치는 발자국 소리.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그녀가 들어와

내 품속에 몸을 맡겼다.

오! 달콤한 입맞춤, 수 없는 나른한 애무(愛撫),

나는 떨면서 베일을 벗기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틈도 아쉬워하며....

이 사랑의 꿈은 영원히 사라졌다.

시간은 흘러갔다.

절망 속에 나는 죽는다. (반복)

이제 와서 이토록 아쉬운 것일까 목숨이란!

 

 

마지막 3막에서 카바라도시가 처형되기 직전, 편지를 쓰면서 애인 토스카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부르는 아리아다. 느린 박자로 가다가 사형 직전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 점차 격렬해진다. 길지 않은 약 3분 정도의 곡이지만, 거기서 압축되어 나오는 카바라도시의 심정은 관객에게 극대화되어 전달된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한국 성악가들도 이 아리아를 부른 영상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테너들에게도 소중하고 잘 부르고 싶은 곡 중에 하나로 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E lucevan le stelle" 영상 또한 강렬하다.


오페라 가수들의 연기와 웅장한 무대 장치를 통해 앞 뒤 배경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성악가들의 노래를 듣게 된다는 사실을 미리 안다면, 오페라에 대한 진입장벽을 조금이나마 허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유명 아리아는 모두 유튜브에 다양한 버전으로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 몇 개 들어보고, 공연을 본다면 부르는 인물의 마음이 훨씬 와닿을 것이다.


원어로 진행되어 공연을 어렵게 느끼지 말고, 이번 공연도 그랬듯이 대부분의 공연이 한글 자막을 함께 제공하니 충분히 이해되는 공연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서히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적인 무대 구현



오페라 <토스카>는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각각 배경에 맞게 3가지 무대가 나온다. 1막은 산 안드레아 델라 교회, 2막은 파르네세 궁전 속 스카르피아 방, 3막은 산 안젤로 성벽과 감옥으로 각 드라마의 흐름에 맞게 적절히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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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에서 "Te Deum" 합창과 스카르피아의 아리아로 마무리되는 상황에서는 교회의 성가대와 십자가가 동시에 등장해 웅장함을 느낄 수 있고 스카르피아의 남성미를 물씬 느껴져 압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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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막은 스카르피아의 방에서 큰 무대 변화 없이 진행되며 <토스카>의 유명하고도 메인인 아리아 중 하나인 토스카의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amore"에 집중된다. 무대 변화 없이도 이렇게 집중력을 이끌 수 있는 토스카의 연기와 강한 노래에 온 관객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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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으로 짧은 3막에서는 효율적인 무대 구현을 위해 성벽 위인 무대가 감옥에 갇혀있는 카바라도시를 등장시키기 위해 무대 일부가 위로 움직이며 그 공간에 감옥이 나타난다. 입이 벌어지는 무대 변화에 카바라도시와 토스카의 애절한 상황이 부각된다. 공연에서 고문, 살해, 폭력이 그대로 나타나는 다소 파격적인 특성을 가진 오페라<토스카>이기 때문에 이를 무대 장치로도 적절하게 잘 표현해냈다. 연출이 굉장히 촘촘하게 좀 더 배역에 빠져들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적인 표현과 무대 구성 덕분에 오페라에 다양한 지식이 없어도 이 극에 잘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개인적으로 대극장에서 공연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공연을 보기 전부터 설렜던 마음이 있었고 공연이 끝난 후, 내가 왜 대극장을 좋아했었는지 깨달으며 올해 첫 관극으로 이 <토스카>를 보게 된 것에 굉장한 뿌듯함과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나의 첫 오페라가 <토스카>여서 좋았고 나도 모르게 극에 빠져들어 , "Vissi d'arte, Vissi d'amore", "E lucevan le stelle" 아리아를 유튜브로 찾아보고 계속 재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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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오페라의 내용이 대부분, 자신의 사랑으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애절한 여성과 그녀를 괴롭히는 악당을 맡은 백작이나 고위층 남성을 그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시대착오적인 드라마라고 생각하여 찾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 고정관념은 틀렸음을 실제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을 위한 힘없는 여성이 아니라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로 자신의 의지를 굳게 다지고 이를 실행에 옮길 줄 아는 당당하고도 힘 있는 여성임을 느꼈다.

 

아직 오페라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본 토스카는 그런 멋진 여성이었고, 내용 전개에 있어서 남성 인물에게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결정한 주도적인 인물이었다. 오페라 <토스카>에 대하여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지만, 나는 포스터의 조각상처럼 당당하게 칼을 들고 있는 주체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모든 상황을 끝마치는 토스카의 모습과 몹시 닮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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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포스터의 조각상은 3막의 안젤로 성벽 위에 있는 미카엘 조각상이다. 이 조각상이 세워진 배경에는 로마를 혼돈에 빠트린 흑사병이 있다. 로마에서 흑사병 퇴치를 위해 기원 행진을 하던 중 교황 그레고리 1세가 이 성 꼭대기에서 미카엘 천사가 칼을 칼집에 꽂는 장면을 보았고 이후 흑사병이 종식되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성벽 위에 미카엘 천사의 조각상을 만든 것이다. 칼을 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결말을 낼 것 같은 조각상의 탄생 배경을 알게 되면, 이 극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는 전세계에게도 결국엔 종식이 올 것이라는 희망 또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나의 첫 오페라 <토스카>였다.


가격이 비싸다는 점과 다른 나라의 언어로 진행되어 이해하지 못하고 돈만 낭비할 것 같다는 두려움의 진입장벽을 한 번만 넘어 극장 객석에 앉는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과 압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2021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5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소극장부터 대극장까지 여러 종류의 공연을 맛볼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오페라의 문을 똑똑똑 두들겨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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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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