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력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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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봤는가? 웬만해서 다들 들어봤을 이야기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보장되는 뉘앙스의 이야기다. 그렇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오오력이 부족해서 그래! 수도 없이 들어본 말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세상이 확실히 오고 말았다. 공감이 아니라 해답을 원하는 거면 보통 답을 알고 있다. 본인이 최선을 다했는지, 안 했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아마 관련해 아픈 소리를 하는 거면 공감을 원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노력만으로 어떻게 되지 않는 게 있다. 남들보다 더 오래 걸리고 익숙해지는데 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관심과 적성이 치우쳐져 있는 나는 이런 이유로 자기계발서를 아주 싫어했다. 뭔가 비효율적이었고 굉장히 편파적인 글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개인의 경험을 정답으로 말하고 강요하지? 아니면 너무나 감성적이고 혹은 답 없는 유토피아를 만드는 글이라 또 현실성이 없어 싫어했다. 하여튼 여러 이유가 있었다.
<노력의 기쁨과 슬픔> 단순한 어휘로 만든 책이다. 처음 봤을 때 엄청나게 와닿고 읽고 싶게 만들 그런 제목은 아니었다. 근데 곱씹어보았다. 노력의 기쁨, 내가 열심히 뭔가를 해서 결과물을 얻을 때, 또 그 결과물이 어떠한 성과를 낼 때 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노력의 슬픔, 아무리 해도 나는 안될 때, 더 해보면 될 것 같아도 이미 남들이 들인 시간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 더 해봤자 성과가 그들처럼 안 나온다는 점. 둘 다 경험한 나는 그렇게 <노력의 기쁨과 슬픔>을 선뜻 집어 들었다. 노력의 양면성을 말하다니, 너는 어떤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볼까? 하며 눈썹을 들썩였다.
작가는 프랑스 사람이고, 프랑스 배경으로 쓰인 책이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게 작년인가, 올 초에 보았던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가 떠올라서인지, 행복을 추구하는 프랑스인이 쓸법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간략히 미국 본사에서 프랑스 지사로 발령 난 에밀리의 워커홀릭을 이해하지 못한 프랑스 지사 직원들과 지지고 볶는 이야긴데, 읽으면서 자꾸 떠올랐다. 시간을 살아가고 순간을 사랑하는 본인에게 알맞은 자기 계발서다. 나름 놀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도중에 읽은 덕분인지 공감 가는 내용이었고, 자기계발서를 읽고 진지해져 가는 내가 낯설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서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합리적인 노력에 대한 투자, 평가에 대해 말하며, 또 달궈지는 머리통을 식혀볼 수 있는 쉼이 되었다. 노력에 대해 인정을 하지만 노력만큼 휴식의 중요성, 그리고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판단이라든지, 아니면 정말 좋아한다면 끝없는 노력도 해볼 것도 말한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내야 하는 의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보니 늘어났네? 할 정도로 집중하고 즐겨야 된다는 말이다. 또 우리에게 무언가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굳이 열심히 살 필요 없다고, 선택권을 준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고 채찍질하는 건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누군가는 또 딴지를 걸 수 있다. 그러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거잖아? 결국 매우 흔한 자기계발서 맞네. 맞다. 내게는 색다른 자기계발서일지라도 다른 이에겐 또 흔하디흔한 그런 책일 수도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이치를 논하며 우리에게 어불성설 한 궤변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효율과 속도의 민족인 우리 K-민족에게 가당치도 않은 발언을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인은 굉장히 한국인이다. 그리고 지적인 호기심이 충만하며 인정받고 성장하는 진취적인 인생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는 호주의 분위기를 애정한다. 정신없이 달리더라도 호주 생활은 그녀에게 가끔은 주저앉아서 숨을 돌릴 수 있는 분위기를 준다. 그런데 지인은 불안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이렇게 살다가 도태되는 거 아닐까? 아니 들어봐, 한국어를 배우는데 10년째 초급반이래. 말이 돼? 인풋을 넣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아웃풋이 나와야 정석이고 그것이 정확한 계획과 시간 투자 아래에 알맞은 시기에 최고의 값이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 나도 그렇다.
극단적인 예로 말했지만, 우리는 쉽게 '노력'을 놓지 못한다. 사회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태생이 그렇게 태어난 사람은 또 모르겠다. 노력이 취미인 사람도 있고 노력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으며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하다못해 자격증 시험도 그렇다. 절대 평가로 70점만 넘으면 되는 평가면 나는 충분히 공부하되 70점을 넘을 수 있는 자신이 있다면, 다른 공부나 할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 그런데 내 동생은 어떤 시험이든 100점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100점을 받아온다. 나보다 2배의 시간을 쓴 것 같아 이해하기 어렵다. 왜 그러는 거야? 라는 말에 답변은 간단했다. 그냥 뭐든 100점 받고 싶어! 그리고 지켜보니 정말 노력이 재능이고 취미인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고 되고 싶어도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즐겨야 집중한다. 그리고 즐겨야 슬그머니 모든 게 다 따라오더라. 이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들이 아니라는 길을 걷기까지 나를 말도 안 되는 틀에 구겨 넣기 위해 이리저리 망가진 곳들을 피느라 온몸이 아팠고 남들보다 더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하나도 싫지 않더라.
비록 그 '남들'보다는 더 떨어진 환경과 수준에서 가진 게 없이 지낼지라도 만족하고 드디어 유한한 삶 속에서 지속가능한 나만의 flywheel을 발견했다. 계속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그 배경을 갖추기까지 맨발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그래서인지 상처투성이 발도, 이렇게 쓰는 글도, 가끔은 누워 빈둥거리는 것도, 혹은 오늘은 운동을 쉬는 것도 모든 것들이 가벼워졌다. 의무감으로 어깨를 내리찍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유의미한 말과 행동이 나를 채워주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기쁨이 이렇게 오래도록 흘러가는 일은 내 생애 처음으로 겪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행복을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간단하다. 나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즐기고 또 즐기되 나를 망치지 않는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다. 정확한 휴식과 밀도 높은 집중력은 적절한 성취감과 편안함을 만들었다. 이 순간만 타오르는 게 아니라 길고 유한한 인생을 마라톤처럼 천천히 달린다. 사실 달리기만큼은 자신이 있어 항상 계주를 놓치지 않던 나한텐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오래달리기보다 단거리에 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체력이 약했다. 그런 나에게 오래 달리는 인내심은 항상 부족했다.
1만 시간의 법칙? 나의 1만 시간이 누군가는 1천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도서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감히 남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공작이 되고 싶은 닭이 공작처럼 살 것이 아니라, 그냥 닭처럼 닭대로 그리고 닭 중에서 제일로 사는 법을 알려준다.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면 외모라던가, 혹은 나의 기질, 적성 등은 어쩔 수 없다. 분명 웬만해서 맘에 들지는 않을 거다. 나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감사한다. 몇 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예로 들면 바로 내 옆에 있다는 내 동생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루하루 자책하며 보람차게 시간을 보내지 못한 자신을 반성한다. 열흘 동안 노력하고 하루 쉬었다고 죄책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필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언제든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점검 할 수 있다. 그를 통해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데이터로 정의될 수 없다. 불완전한 존재다. 이만큼 투자했다고 꼭 결과가 그렇게 도출되지 않는다. 분명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기가 존재한다. 그런 시기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거나 혹은 접어 들어갈 때, 한번 <노력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읽어보길 바란다. 무조건적인 위로와 공감이 아닌, 적절한 말들로 당신을 설득해줄 것이다.
[이서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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