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인의 아티스트 인사이트 [도서]

글 입력 2021.05.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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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인사이트 : 차이를 만드는 힘'

 

아마 대부분의 예술인에게는 다른 무언가와의 ‘차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는 것이 평생의 숙제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다.)에게 이 책은 제목부터가 마음을 끌게 하지 않는가?


제목만 봤을 땐 전혀 알 수 없지만, 이 책은 예술적 통찰력에 대한 것들을 미술 작품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비록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배울 것이 많은 책이었다.

 

애초에 음악과 미술은 표현의 방식이 청각적이냐, 시각적이냐의 차이일 뿐, 그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책에서 풀어낸 4가지 주제인 ‘관찰, 성찰, 창조, 발견’을 나는 음악과 관련지어 풀어보고자 한다.

 

*

 

첫 번째 파트는 ‘관찰’이다.


“집요한 관찰만이 다른 생각, 다른 행동, 다른 시선을 끌어낸다”


책 표지의 하단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고, 쉬워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가령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관찰해 봐야 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그 사람의 환경 속에서 살아보지 않으면 완벽한 관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네는 직접 정원을 가꾸며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하였고, 피고 지는 꽃들과 연못에 비친 빛의 변화까지 그의 작품에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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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중 일부(좌)와

렘브란트 반 레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우)

 

 

책에서는 집요한 관찰을 통해 결국 본인만의 새로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렘브란트 반 레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당시의 집단 인물화와는 달리 각 인물의 시선이 자유롭다는 점은 어찌 보면 굉장히 사실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처럼 객관적 시각과 다양성을 불어넣은 렘브란트는 이 작품을 통해 유명해졌다고 한다.


두 번째 파트는 ‘성찰’이다. 앞서 말한 ‘관찰’의 방법을 내면에 적용한 것이 ‘성찰’이라 생각한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관중에게 인사하는 이베트 길베르’ 속 여인의 표정을 통해 그녀의 내면과 그림을 그린 화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적나라한 진실을 엿볼 수 있다.

 

카임 수틴의 ‘도살된 소’는 예술이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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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관중에게 인사하는 이베트 길베르'(좌)와

가임 수틴의 '도살된 소'(우)

 

 

‘관찰’과 ‘성찰’이 들어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음악, 나는 윤종신의 음악이 떠올랐다. ‘팥빙수', ‘영계백숙’, ‘막걸리나’ 등의 음식은 물론, 그가 작사에 참여한 김연우의 ‘이별택시’와 박재정의 ‘여권’ 등 정말 다양한 소재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은 그만의 집요한 ‘관찰’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그가 015B의 객원 보컬로 참여하여 부른 ‘1월부터 6월까지’는 감정 호소보다는 보통의 연애 속 추억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데, 이 곡의 상황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며 이별의 감정을 저마다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성찰’을 통해 만들어진 적나라한 감정은 2017년 발표한 ‘좋니’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드러내고 싶지 않던 남성들의 이별 후 찌질함을 표현한 이 곡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는 이 책 속에 정답이 있었다.

 

 

윤종신 '좋니'

 

서태지가 문화대통령으로 불렸던 이유는? 유튜브 '크랩(KLAB)'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적용시켜 나가지?에 대한 해답은 세 번째 파트와 네 번째 파트인 ‘창조’와 ‘발견’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전에 모든 음악인의 존경을 받는 ‘록의 대부’ 신중현, ‘가왕’ 조용필,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해답은 그들의 별명에 있었다. 대부, 왕, 대통령은 모두 특정 집단의 대표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즉, 이 분야의 대표자이자 선구자라는 뜻이다.

 

과거의 당연함을 파괴하고, 다양성을 융합하는 것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창조’의 방법이다. 신중현은 서양의 음악을 우리의 것과 융합시켰고, 조용필은 발매되는 음반마다 음악적, 기술적 발전을 이끌었으며, 서태지는 본인이 하고자 했던 다양한 것들을 융합시켜 현재의 K-POP의 태동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 외적의 행보 역시 큰 인상을 주어 시대의 상징이 되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책에 소개된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처럼 하나의 강렬한 메시지와 인상을 준다면, 분명 그 길을 뒤따르는 자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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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울라이의 행위예술

 

 

네 번째 파트 ‘창조’에서는 나만의 자유를 위해,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철학으로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선원들’을 보면 그에게는 예술 작품에 대해 정해진 관념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기만의 철학으로 ‘창조’해나가는 것이 다른 이들과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가수로는 래퍼 ‘지코’를 떠올려보았다.


그의 꿈은 언더그라운드 래퍼였지만, 지금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을 경험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었다. 만약 이러한 그의 철학이 없었더라면, 그가 아이돌 멤버로서 제작한 블락비의 음악들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코가 작곡한 노래를 모아둔 영상. (유튜브 보고 듣는 음악잡지 '반도사사')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의 지코와 솔로 래퍼 지코의 모습 모두 볼 수 있다.

 

 

나는 요즘 방황을 하는 중이다. 내가 하고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나만의 차별점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지쳐만 가고 있었다. 이 책은 음악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양한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고, 내가 앞으로 음악, 예술, 더 나아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 꼭 필요한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생각의 깊이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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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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