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상을 바꾼 여성 예술가 [영화]

쿠사마 야요이 : 무한의 세계
글 입력 2021.05.2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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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영화포스터에 절로 발이 끌려 개봉일에 맞춰 극장을 찾아갔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무한의 세계’라는 제목에 걸맞게 작품의 무한하고 거대한 공간감을 스크린을 통해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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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를 잘 아는 편이라 생각했다. 현대 미술의 거장을 뽑으라 하면 망설임 없이 여러 작가를 나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쿠사마 야요이는 없었다.

 

현존하는 여성 아트스트 역대 경매 낙찰가 1위, 2020년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가 해외 아티스트 1위. 세계 각지에 그의 작품을 모으는 수집가들이 존재할 정도로 그의 유명세는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현대 예술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그를 나는 왜 기억해내지 못했을까?



 

제 1장. 여성, 동양인, 예술가


 

여성, 동양인, 예술가. 이 세 단어는 당시 서구 사회에서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쿠사마 야요이는 일찍이 뉴욕으로 떠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예술성에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누구든 자신의 작품을 보면 빠지게 될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갤러리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그는 여성이자 동양인이라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오히려 드러내며 스스로를 세상에 알리려 노력했다. 그 방식이 얼마나 저돌적이었는지 보는 내내 황당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첫째로 일단 갤러리에 작품을 놓고 싶다 연락을 넣은 후, 답이 오기 전에 미리 홍보를 하는 것이다. 그 덕에 전시를 거절당한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을 보기위해 모여든 손님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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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일단 가져다 놓는 것이다. 뉴욕에서의 활동을 멈추고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쿠사마 야요이는 번번이 작품 전시를 거절당한다. 그러자 그는 이탈리아관 앞마당에 그의 미러볼 조형물을 늘어놓고 팔기 시작했다. ‘작품을 왜 싸게 팔면 안 되나요?’ 

 

그는 편견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입고 있던 기모노를 벗고 얇은 바디수트만 입은 채 미러볼들 사이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런 그의 다소 과격한 방식과 개성 있는 작품, 눈길을 끄는 퍼포먼스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제 2장. 작품 세계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왜 일까. 그의 작품이 시대를 앞서가서? 아니었다.

 

쿠사마 야요이가 조형물 작업을 시작한 후 꾸준히 만들어내던 천을 이용한 ‘부드러운 조각’은 그에 감명 받은 남성 작가가 따라하자 큰 호응을 얻었고, 쿠사마 야요이만의 테마가 된 ‘무한 반복’컨셉의 반복 패턴 예술은 그에 감명 받은 앤디 워홀이 따라해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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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전시했는데도 호응을 얻지 못한 작가와 극찬을 받은 작가가 있었다. 그들의 차이는 백인 남성과 동양인 여성이라는 데 있다.

 

영화는 계속해서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계에서 그가 살아남는 법을 조명한다. 그는 늘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영화에서의 동료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이 하던 말처럼, 그는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 쿠사마 야요이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와 그의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편견과 차별이 계속되고 무명 생활이 길어지자 그는 자신을 잃고 극심한 외로움과 공황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제 3장. 사회의 무관심과 맞서기


 

무엇보다도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주변 작가의 표절도, 동양인 차별도, 가난도, 가십도 아닌 사회의 무관심이었다. 결국 논란만을 안고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 그는 유럽에 비해 너무나도 느린 일본 예술과 자신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세상에 지쳐 극심한 강박증을 앓게 된다.

 

결국 쿠사마 야요이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정신병으로 그의 예술은 끝이 났을까? 그는 자신을 매도하는 일본에서 꿋꿋하게 작품 활동을 해나간다. 역시나 그를 알아봐주는 사람은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 대표로 세계 비엔날레에서 개인전을 열고 세계 각국에서 회고전을 개최하며 이름을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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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성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는 시대를 타고나지도 못했고, 환경이 좋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믿고 끊임없이 나아갔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자신을 믿고 확신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재능이다. 그런 그에게 어쩌면 성공이란 이미 정해진 결과였을지 모른다.

 

구겐하임 갤러리의 한 큐레이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데, 쿠사마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는 세상을 바꾸길 원했고, 그렇게 했다.’

 

그는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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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쿠사마 야요이의 예술적 삶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쿠사마 야요이 : 무한의 세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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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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