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기적으로 찾게 되는 목소리, 태연 [음악]

글 입력 2021.05.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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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4년째 사랑하는, 앞으로도 사랑할 목소리가 있다. 바로 소녀시대의 태연 목소리이다. 학생 때 티브이로 처음 만난 소녀시대는 나의 우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특히, 그중 나는 태연을 유독 좋아했었다. 사실 10년도 더 지난 일이기도 하고 좋다는 감정이 자연스레 스며들어서 결정적인 계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난 가창력에 반해서 내 눈이 졸졸 따라가지 않았나 싶다. 현재의 시선에서 생각해보면 분명 그랬을 거라 확신한다.

 

태연의 목소리는 담백하다. 일단 나는 일반인의 청각과 지식을 소유했는지라 스킬이 어떻고 발성이 어떻고 등의 전문적인 평은 내리지 못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에 순수한 청각과 지식의 대중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게 가능하다. 나의 주관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선율 위에 놓인 목소리가 귀에 스며들어 가장 편안한 곳에 안착한 것만 같은 느낌을 매번 받았다. 그래서 막연히 좋았고, 호불호가 없었고, 노래가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앨범을 발매하면 전곡을 재생 목록에 담고, 콘서트를 한다 하면 티켓팅을 하기 위해 PC방에서 대기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신곡이 나오면 귀에 익숙해져 질릴 때까지 듣는 건 당연했고, 첫 음만 들어도 무슨 곡인지 알 정도로 많이 들었던 노래도 이따금 재생 목록에 추가 시켜 또다시 나를 매료시킨 그 목소리에 젖곤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고 잊을 만하면 찾아 듣는 노래를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은 특별하게 노래의 정식 음원이 삽입된 영상이 아닌 라이브 무대 영상을 가져왔다. 음원이 라이브를 담지 못한다는 뻔한 이유는 물론이고, 이 영상들은 나에게 있어 연례행사와도 같기 때문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야심 차게 준비했다.

   

 

 

1. 사랑해요(I Love You)


 

 

 

위 영상은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의 OST인 ‘사랑해요’라는 곡으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아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노래다. 대부분의 사람이 태연의 보컬을 좋아하는 이유를 ‘노래를 말하듯이 해서’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겠다면 당장 영상을 재생하는 걸 추천한다.

 

모든 공연자는 무대에서 연기를 행한다지만 그중 가수는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다. 배우는 가상 인물의 역할을 도맡아 연기하고, 코미디언은 웃음을 위한 콩트를 하고, 가수는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맞는 표정과 감정을 연기한다. 예를 들어, 발랄한 노래를 부르는 경우에는 귀여운 표정과 깜찍한 안무를 이용해 발랄함을 연기하고, 강렬한 노래를 부르는 경우에는 세 보이는 인상과 함께 격한 안무를 소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가수의 모든 무대가 연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 본다. 가끔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다 감정이 이입된 모습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연기라는 선을 자신도 모르게 넘어버린 듯한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노래를 부르다 울컥하거나 끝난 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이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떠나간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긴 가사를 멜로디에 맞춰 부르고, 노래가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감정을 이입한 채로 관객에게 행하는 3분 동안의 연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선을 넘는다. 참고로 선을 넘었다는 표현이 절대 직업정신에 걸맞지 않다거나 나쁜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가끔 선 밖으로 넘어가는 가수들의 표정을 볼 때면 짜릿하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하다. 음악과 일체화 된 3분은 그들이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한지 여실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장면을 목격한 관객이 마치 자신이 노래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건 그들의 뛰어난 표현력이 주는 메시지가 흡수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노랫말이 조심스레 운을 띄우는 대화라고 착각 하게 해주는 목소리, 이 사실이 가장 뚜렷하게 증명된 무대라고 생각한다.

 

 

 

2. 기억을 걷는 시간(CD only)


 

 

 

가수 '넬'의 원곡으로 이미 유명한 노래다. 위 영상은 태연이 새롭게 재해석해 리메이크한 곡은 아니고 그저 콘서트에서 한 번 커버했던 무대의 음성이다. 간혹 가수들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타 가수의 곡을 커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무대도 수많은 사례 중 하나였지만, 입소문의 강력한 힘과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무대는 팬들 사이를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크게 화제가 되었고, 이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부르기도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무런 편곡 없이 태연의 목소리로 부르기만 한 버전이 음반의 히든 트랙에 실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평소 넬은 자신의 곡을 타 가수의 음반에 싣는 것을 허용하는 편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실제로 복면가왕에서 타 가수가 불렀던 기억을 걷는 시간은 다른 경연곡들과는 다르게 정식 음원으로 발매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태연만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팬심도 있었지만 본 영상을 원곡 가수가 인상 깊게 봤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정식 음원으로는 발매되지 못했지만 음반에는 마지막 트랙으로 실릴 수 있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불렀던 질 좋은 영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서트에서 불렀던 영상을 준비한 이유는 그 어떤 무대도 이날의 라이브와 현장 분위기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부의 ‘아직도-’는 듣자마자 두 눈을 크게 뜨게 할 만큼의 충격감이 있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생생하고도 통일된 반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마 본 영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 이후 매료되어 계속 찾아 듣게 될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3. Time Lapse


 

 

 

위에서 언급한 대로 넬의 김종완은 태연의 커버 영상을 인상 깊게 봤고, 후에 직접 연락해 음반에 실은 것은 물론이고 본인이 만든 곡을 선물해주기까지 했다. 그게 바로 이 곡이다. 수록곡이라 모르는 사람이 꽤 있을 거라 생각된다만, 조금 어필하자면 태연의 전곡을 아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이 곡은 나에게 있어 실제 라이브에 대한 갈망을 넘어 더 큰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흐름’에 있다. 마지막 순간의 절정에 달하기까지의 여정이 아름다운 곡선처럼 이어져 있음이 청각만으로도 확실하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다. 적절한 비유를 하자면 1절은 걷기, 2절은 조깅, 브릿지부터 3절까지의 연결은 달리기, 그러다 마지막 순간에는 러너스 하이에 도달한다. 이 중 러너스 하이로 비유한 소절을 잠시 짚고 넘어가 보려 한다.

    

 

그래 사랑이란 게 다 그런 거지 뭐

항상 시작과 끝은 달라도 너무 다르고

그래 이별이란 게 늘 항상 그렇지 뭐

더 깊이 사랑한 마음을 찾아와 울려

그래 이별이란 게 계속 날 울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다 지쳐 체념한 사람의 마음에 초연함, 허탈함, 슬픔, 분노가 어우러져 있음을 한탄하는 말로 풀어냈다. 다양한 감정이 한데 섞인 이 곡을 자신의 강점인 ‘말하는 듯이 부르는’ 기법과 함께 신체적 표현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하고 완벽한 무대를 완성했다. 가사는 한탄함에 그쳤지만 무대에서는 그 이상의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표현이 잘 느껴진다.

 

약 30초에 달하는 절정을 보기 위해 처음부터 차곡차곡 채우며 걸어왔다는 표현에 걸맞는 노래이자 무대이다. 수 없이 본 무대지만 짧은 시간 동안의 나는 늘 미간을 찌푸린 채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치 처음 접한 사람처럼. 아마도 나는 태연의 음악을 맛있게 먹는 법을 알기에 이 영상을 놓을 수 없나 보다.

 

*

   

 
"노래하는 걸 가장 좋아하고, 그것만큼 잘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해요"
 

- 태연

 

 

이 인터뷰를 읽었을 때 노래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스스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이 나에게까지 닿아 팬으로써 자부심이 한 단계 더 상승한 순간이었다. 가수는 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을 말하지만 그들의 넘치는 재능과 노력 덕분에 자연스레 작사·작곡의 영역까지 확장되었고, 점차 그 수도 늘어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태연도 작사, 작곡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심어진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큰 만큼 당연한 기대감이 증폭된 것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대 영상을 보며 덕질을 하던 중 우연히 작사, 작곡에 관해 이야기한걸 보았다. 곡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자신은 프로듀서들이 만들어준 곡 위에 정성스레 노래하는 것이 더 좋다고.

 

그제서야 내가 태연의 음악을 좋아했던 본질적인 이유가 떠올라 상기되었다.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하고 모든 걸 쏟아붓고 싶은 마음이 빼곡하게 담긴 그녀를, 그 목소리를, 이 모든 게 담긴 음악을 좋아했다. 14년 동안 꾸준히 한 우물만 파온 태연의 행보에 대중들의 귀와 노래하는 자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지은정.jpg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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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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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연
    • 저랑 최애곡이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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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구
    • 최애곡은 사랑해요 차애곡은 타임랩스 도입부 충격 먹은 곡은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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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토태연
    • ost곡중 제일 좋아하는게 미치게 보고싶은 인데 사랑해요 저 영상은 인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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