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쾌함이 필요할 때: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영화]

글 입력 2021.05.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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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하고, 뜻깊고, 세세한 영화를 뜯어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가볍고, 유쾌하고, 적당히 따스한 내용만으로 충분하다.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처럼 말이다. 러닝타임 78분, 최근에 개봉하는 영화치고는 아주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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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라고 하기엔 발랄하고, 동화라고 얘기하기엔 심상치 않은 포스터. 짤막한 글귀는 슈퍼파워, 주문, 마법 같은 단어가 적혀있어서 처음엔 판타지 마법 영화인 줄로 알았다. 이제는 꼬마 히어로가 등장하는 시대인가 하면서.


예고편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디까지나 비유였다는 걸. 저 금발 머리가 말하는 토토리는 제 옷에 새겨진 유니콘의 이름이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이러하다. 병원에서 쉬는 엄마를 두고, 두 자매와 아빠가 캠핑을 떠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캠핑과는 결이 다르다. 광활한 들판, 울창한 나무, 널따란 호수와 폭포 등 소박한 캠핑보단 숲 한복판을 여행하는 듯하다. 노르웨이에서 만든 영화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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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적 드문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얼마나 아찔할까.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던 아빠는 결국 강 근처 구멍에 빠진다.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면 암담하다. 베다와 빌리는 고작 아홉 살과 다섯 살이다. 한국 나이로 쳐도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라는 것엔 변화 없다. 베다가 아무리 듬직하다지만 아이는 아이다. 동생 빌리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일만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둘의 힘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도와줄 어른을 찾아와야 한다. 남겨진 이도, 떠나는 이도 불안하다. 아빠는 침착하게, 그리고 가볍게 말한다. 자신의 실수로 저 어린아이들에게 모든 짐을 맡겨야 하기에. 핸드폰이 망가지는 바람에 외부와 소통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감춘다. 대신 자매가 해야 할 일을 명시한다.


아빠가 자매에게 텐트를 쳐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방법을 몰라 도움을 청했다. 방법을 알려주니 곧잘 따라 했다. 이번에도 같을 것이라 믿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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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달리 아이들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한다. 거센 물살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다리. 아빠의 손에 의지해 겨우 건넜던 그곳이다. 삐걱대는 나무가 썩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눈앞의 두려움에 아이들은 돌아가는 방법을 택한다. 아빠가 먼 길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헤매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은 한 방향으로 걷다가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끝내 인정한다. 길을 잃었다고.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자매는 의연하다. 지켜보는 관람객은 걱정보다는 소소한 웃음이 터진다. 빌리가 배고픔을 못 이겨 수풀에서 몰래 과자 한 봉지를 다 먹고, 그를 발견한 베다가 분노로 자리를 피한다.


누굴 탓할 수 있으랴. 상황이 나쁜 것이지 빌리가 나쁜 게 아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마다 둘은 부딪힌다. 다만 그 다툼이 극단적으로 가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기는 한다. 하지만 윽박지르거나 서로를 깎아내리는 말을 끝없이 주고받지 않는다. 실수나 잘못을 심하게 나무라지 않고, 한쪽이 미안함을 표하면 스리슬쩍 화해한다.


베다의 나레이션으로 나오듯이 둘은 걷고 또 걷다가 너무 힘이 들면 장난치면서 쉬었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아니라 캠핑의 일부인 것처럼. 두려움에 맞서는 방법의 하나는 타인과 공포를 나누는 것이지만, 그보다 좋은 건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덕분에 둘은 끈끈한 유대감을 품는다. 베다는 빌리가 제멋대로이지만, 그러므로 남들은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산 너머 오두막집을 발견하거나 빌리 자신이 좋아하는 유니콘, 토토리 튜브를 가져온다는 발상은 쉽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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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언니인 베다를 신뢰한다. 리더처럼 따른다. 아빠도 못하던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에 성공하고, 살기 위해 오래된 통조림을 조리하고, 상황파악을 정확하게 하고, 필요한 것을 기억해낸다. 참 잘 맞는 짝꿍이다.


사람들은 똑똑함보다 독창성에 눈길을 준다. 집 안에서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도 빌리의 존재감이 베다의 모습을 가렸을 것 같다. 지루하고 뻔하디뻔한 ‘평범함’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베다는 아빠 구출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고 자신감을 찾는다. 평범함은 흔치 않은 능력이라고.


맞다. 베다는 침착하고, 책임감 강하고, 고리타분하게 설명서를 읽는 아이라서 슬기로운 방법을 떠올렸다. 여기에 빌리의 엉뚱함이 섞여 현실이지만 비현실적인, 동화 같은 전개가 탄생한 것이다. 슈퍼 파워나 초능력이란 표현이 영화에서 그다지 나오지 않음에도 포스터에 들어간 건 이래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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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마냥 어리고 미숙하게 그려내지도, 억지로 성숙하게 그려내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들의 배경에 깔린 자연처럼 자연스러웠다. 빌리의 말과 행동, 베다와 빌리의 투닥거림이 어찌나 유쾌한지. 그 밝음과 해사로움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Tottori! Sommeren Vi Var Alene)

 

 

장르

에코 어드벤쳐


감독

실리에 살로몬센, 아릴드 오스틴 아문센


주연

베가 오스틴, 빌리 오스틴


상영시간

78분


등급

전체관람가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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