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있었다. [도서/문학]

어린왕자에서 벗어나
글 입력 2021.05.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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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린왕자라는 소설을 알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필독서로 올라있었고, 다른 사람들에는 모자로 보이지만, 주인공만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으로 인식했던 그 그림이 유명하기 때문에 아마 모두가 이 소설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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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책을 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릴때부터 어린왕자라는 책의 제목을 많이 들었었고, 읽으면 책을 많이 읽는 애로 보이지 않을까? 좀 있어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무작정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맨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생생하다. 어린왕자가 겪었던 경험들 하나하나가 다 공감이 갔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가 바로 술꾼에 관련된 에피소드이다. 어린왕자는 술 마시는 것을 힘들어하면서 술을 마시는 술꾼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린왕자가 너무너무 이해갔다.

 

특히 술을 마시는 우리 아빠가 생각이 났는데, 아빠도 맨날 술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은 아니라면서, 아빠도 술 마시는 거 힘들다면서 계속 술을 마셨다. 그럼 술을 안마시면 되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당신도 그러고 싶다며,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셨다.

 

그 당시의 나는 아빠가 술을 마시고 싶은데 어린 딸에게 마땅히 할 말이 없어서 핑계를 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20살이 넘은 지금의 나는 그 때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술꾼도. 물론 아빠는 술꾼과 같은 이유로만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었다. 아빠가 어린 나에게 했던 것처럼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던 자리에서도 아빠의 사회적 위치 혹은 인간관계 때문에 마셔야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고쳐 말하자면 건강 상의 이유로 성인이 되었음에도 술을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를 잊고자 술을 계속해서 마시는 술꾼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상황과 비교하자면 나는 살 찌는 것에 강박 수준으로 예민한 편이다. 게다가 살이 잘 찌는 편이라서, 조금만 맘을 편히 먹고 먹으면 다음날 그대로 살이 쪄있는 사람인데, 그럴 때가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게 된다. 내가 지금 살이 쪘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이다.

 

이런 나의 어리석음이 술꾼의 어리석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땐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던 사람이, 어른이 되고 나니 나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모순적이면서 웃기기도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어린 시절 내가 한심하게 여겼던 어른 중 한 사람이 된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어린왕자가 너무 세상을 희망찬, 순수한 눈으로만 바라본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술꾼뿐만이 아니었다. 돈만 버느라 바쁜 상인,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왕.. 어릴 땐 어린왕자에게 공감하며 비웃었던 그 어른들이 어느새 나의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분명 저런적이 있었는데, 나도 지금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한심하게 볼까?

 

과거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세상을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만은 살아가기가 힘들더라,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건데 어린왕자 속 그 어른들도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보다 그렇게 한심한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고, 그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너가 자신의 별에 왔다간 후에 그들도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 쯤은 고민하고 생각해봤을 거라고. 마치 미래의 나 자신처럼.

 

 

[여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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