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순 사이를 메워가는 일 [문학]

양귀자, 『모순』
글 입력 2021.05.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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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부피를 늘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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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발간되고도, 올해까지 베스트셀러인 책이 있다. 바로 양귀자의 <모순>이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 되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모순덩어리인 우리 인생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이다. 요즘 많이 발간되는 자기계발서처럼 교훈을 전하는 것이 아닌,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안진진이지만, 그의 어머니 아버지, 동생, 이모 등의 삶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총 17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각 장은 진진의 가족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진진의 내면적 성장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본 글에서는 필자가 인상 깊었던 구절을 뽑아, 책의 주제에 다가가가고자 한다.

 

 

 

“생의 외침”(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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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의 안진진은 어느 날 우연히 “생의 외침”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어떤 결심을 한다. 자신의 인생에 모든 걸 걸어보겠다는 용기와 눈물이 동시에 난 진진은 삶의 방향키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휴학을 했고, 양말을 팔아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돈을 차마 쓰지 못해 취직을 했다. 진진은 자신의 삶이 언제나 빈궁하다고 느꼈지만, 더 이상 환경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외친다.


책에는 이러한 구절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러나, 이런 말은 어떤가.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p.21)


이처럼 남들의 불행에는 너무나 관용적이면서, 우리 자신의 불행은 용납할 수 없어한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갔다. 누가 불행을 원하겠는가. 그러나 내가 불행한 모습이 남들에게는 행복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행복처럼 보이는 타인에게는 골머리 앓는 불행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서 타인과 나의 행복을 쉽게 결정짓는다. 그리고 주인공 안진진은 타인의 관점에서 비치는 불행 속에 더 이상 자신을 내던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각자의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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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장 요인에는 ‘책임’이 있다.

 

어릴 때는 가볍기만 하던 삶이란 가방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무거워진다. 나를 비롯한 부모님, 가족, 미래를 보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게가 들 수 있다. 책임을 지게 되면서 많이 듣고, 또 생각하게 되는 말은 “네 인생은 네 거니까, 네 몫을 해”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은 때때로 인생은 자신의 것만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진진의 아버지의 삶에서는 어머니의 수고가 녹아있었고, 어머니의 삶에는 자신의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동반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만의 인생에 책임질 수가 없었다. 각자의 삶에는 이분법적으로 잘라낼 수 없는 타인이 있었기에. 그 타인을 이해하게 될 때,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전하고 있다.

 

 

 

모순이랑 손잡는 순간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p.173)


고생 없이 곱게만 자란 이모의 딸 주리는 진진의 이야기에 용납하지 못하며 “옳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옳거나 옳지 않음으로 구분되지는 않는다는 걸, 진진이는 알고 있다. 술꾼이면서 성격파탄자였던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그 속을 품어주려던 어머니의 모순적 마음을 이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살아가기 위해서 진진의 어머니는 철부지 아들과 술꾼 아버지의 처지를 용서하게 된다. 그 용서가 모순과 손잡는 것이 될 것이고, 모순 사이를 메우고 된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옳지 않은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사실 너무 많지만, 인생은 모순이랑 손잡을 날도 온다는 것, 그것이 책의 위로이다.

 

 

 

행복과 불행의 연속이 만들어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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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숨겨진 비밀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다.”(p. 227)


진진이는 이모네 가정이 단조로운 삶, 단조로운 행복만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맛볼 기회도 없이 말이다. 결국, 아이같이 맑았던 ‘이모’의 자살은 사람의 삶에 있어서 행복만 존재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모가 죽기 전 진진이에게 보냈던 한 통의 편지에는 그 심정이 드러난다.


“나는 너무나 튼튼한 성곽에 갇혀있었고, 성곽을 부수자니 마음을 다칠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 나 하나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나 때문에 그러는 것, 나는 정말 못 견디겠더라.”(p. 284)


일생이 평탄하기만 했지만, 무덤 속에서 사는 것만 같았다는 이모의 심정이 잘 묻어나는 구절이었다. 작가는 일란성 쌍둥이인 진진의 엄마와 이모의 대조적인 인생을 비교하면서, 우리의 인생도 이러한 모순 자체라고 전했다.


행복과 불행의 부분이 적절해야 살아있는 삶이라고. 이모는 부유하고 풍요로웠지만 죽은 삶이었고, 엄마는 가난했지만 어떤 것을 계속해서 배우고 쟁취해나가는 살아있는 삶이었다. 그래서 불행하든, 행복하든 인생의 부피가 얇다고 생각되는 날엔,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누군가의 삶에 빠져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사춘기 시기부터 백발이 될 때까지, 모순덩어리 삶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는 실수가 되풀이되고, 모순과 손잡더라도, 그 인생에 오답은 없다고 위로를 전한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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