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래된 역사, '그들만의 리그' - 뮤지컬 '창업'

사극 뮤지컬, 창업
글 입력 2021.05.0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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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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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처음으로 연다는 뜻의 ‘창업’은 위 뮤지컬의 제목이다. 조선 왕조를 세운 이성계와 그의 아들 이방원의 삶을 역사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재 대학로 ‘씨그린씨어터’에서 진행 중이며, 105분 동안 극이 이어진다. 주요 캐릭터는 이방원, 이성계, 신덕왕후 강 씨, 정몽주, 정도전이며, 이방원의 심복 조영규, 해설자 원천석, 신덕왕후의 아들 이방석이 등장한다.

 

 

사극 뮤지컬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연극과 뮤지컬에 대해 조금 더 짚고 갈 필요가 있다. 먼저, 연극은 “배우가 무대에서 극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몸짓·동작·말로써 관객에게 보여주는 예술.”이다. 그런데 뮤지컬은 연극이 음악, 무용 등과 조화를 이룬 현대적인 극이라고 한다. 사극 뮤지컬 역시 역사 연극과 관련이 깊은데, 뮤지컬 <창업>을 역사극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김기영의 논문을 바탕으로 역사극을 몇 가지 기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역사극은 역사 소재를 배경으로 하되, 변형을 통해 관람객을 인과적인 세계로 끌어들이는 구성이어야 한다. 단순히 역사적 배경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시간 속에서 현재의 관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역사라는 배경을 뮤지컬이라는 거울로 비추기 때문에 교훈적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더구나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 된다.

 

 

[창업] 메인 포스터.jpg

 

 

1.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하다.

 

<창업>은 현시대 유머러스한 표현을 통해 관람객의 몰입도를 더하고 있다. 사극이지만 중간에 랩이 등장하기도 하고, 영어 표현을 쓰기도 한다. 주제 부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했다고 판단된다. 또 탄탄한 노래 실력을 지닌 배우들의 목소리로 인해 관객은 현시대의 관점에서 몰입도 있게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미디어 화면의 효과도 관객의 취향을 반영하기에 적절했다. 내외부ㆍ시간적 환경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배경화면 덕분에 좁은 무대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며, 극의 이해도와 몰입도를 높였다.

 


2. 넓은 이해관계를 파악하다.

 

등장인물마다 드러나는 심리적 묘사와 감정선을 통해 관객은 역사의 인과적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각 인물의 의도도 이해하게 된다. 등장인물 중 조금 더 주인공에 치우치는 인물은 이방원이지만, 이 인물만이 중심이 되어 전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의 감정도 세세하게 느껴볼 수 있다.


이렇게 관람객은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역사적 이야기를 더 생생하고 넓은 시야에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몽주와 이성계의 심리적 견제, 애증의 관계였던 새엄마 신덕왕후와 이방원의 관계를 보다 인간적인 감정에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개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낯선 거리감을 줄이면서, 관람객 스스로도 당시 그들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3. 교훈적 메시지를 함의하다.

 

또 앞서 살펴보았듯이, 현실을 비판하고 미래 전망도 제시할 수 있도록 교훈적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본 뮤지컬의 작가 강병헌은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싸움은 ‘가족 간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 뮤지컬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 권력 쟁취를 위해 위아래 없고, 가족 ‘쌩 까는’ 싸움.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역사의 이면, 즉 ‘사실 이랬었거든!’이라는 이야기로, 조선 건국을 둘러싼 그들만의 리그를 노골적으로 조명하고자 제작되었다고 한다. 즉 역사적 인물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제는 가족 간의 싸움을 넘어, 지금도 존재하는 사회ㆍ정치적 대립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현재도 ‘그들만의 리그’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저 권력을 차지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내세우는 명분이 인류의 역사에 많은 오점을 남겼던 것처럼, 현대 사회도 계급을 나누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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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창업>은 사회적인 비판과 더불어 주고 있지만, 개인적 욕망과 관련된 측면에서도 교훈을 시사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이 뮤지컬은 넓은 이해관계 속 각 인물이 품은 야망이나 하고자 하는 의도들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덕왕후는 아들 이방원을 이해하려 했으면서도 결국엔 자신의 어린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하려고 했고, 이성계는 정몽주의 손을 놓기 싫었지만, 정몽주의 죽음을 내심 바랐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 속 인간들은 개인의 야망에 따라 움직였다.

  

연극 속 이방원 역시 내적 야망에 대해 괴로워한다. 정몽주를 처단하겠다는 마음부터 형제 이방석을 죽이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자신의 욕심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자문한다. 아버지 이성계도 그러한 이방원의 마음을 초기에는 이해했지만, 자식의 잘못된 욕망을 바로 잡아주지 못한다.


우리는 여기서 이방원의 내적 '야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이가 무언가를 크게 이루어 보겠다는 야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어떠한 내적 동기로서 행동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도 그 동기가 깃들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동기나 야망이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동기의 행보를 바로잡지 못하면, 남을 해치는 탐욕이 되고, 그 끝은 좋지 못하다.

 

더불어 이방원의 끝없는 탐욕이 그를 괴물로 만들어 삼키기까지, 중간에 바로 잡아줄 어른이 있었다면, 역사의 한 부분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렇게 뮤지컬 <창업>은 우리에게도 각자의 동기적 방법이나 원인이 적절한지 묻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 모두가 ‘반드시 이루리라’를 부르며 끝을 맺는 단계에서, 현대사회의 리그는 어떠한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선미. (2020). 사극 뮤지컬 스토리텔링 전략 연구: 〈세종, 1446〉을 중심으로. 스토리앤이미지텔링, 20(), 39-67.

-김기봉. (2010). 역사극, 무대로 나온 역사: 역사극의 기원, 개념, 범주. 드라마연구, (32), 7-35.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극”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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