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의 조건: 행복에 관한 말 찾기 -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글 입력 2021.05.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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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말


 

일기를 쓰거나 편지를 쓸 때, 잠시 어느 마치지 못한 문장 어딘가에서 방황할 때가 있다. 마음을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단어를 찾기 위해서다.

 

그때 쓰려는 말(단어)은, 무형의 개념이 아니라 선명하게 존재하는, 만질 수 있는 물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실재하지만 아직 가지지 못한, 그러나 반드시 있다고 믿어지는 어떤 것.

 

그것을 찾아야만 나는 나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명제의 역도 성립하는 것 같다. 즉, 어떤 말을 알고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 단어를 이해할만한 삶을 산다는 방증일테다.

 

 


이상화된 행복


 

책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위와 같은 경험 때문이다. 말이 사는 방식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면, 행복에 관한 말을 다채롭게 배우게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전보다 나의 삶을 행복으로 가꿀 수 있는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행복이란 개념은 나에게 너무 낭만적이기만 해서, 추구하고 싶지 않은 가치에 가깝다고 생각한 적이 더 많다. 바라면 바랄수록 멀어지는 얄궂은 운명처럼.


어떤 사람은 내가 행복이란 개념을 너무 이상화해서 그럴 수도 있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동의할 수 있었다. ‘인생’이란 개념에 희로애락이 다 포함돼있는 것처럼, 어쩌면 행복에도 여러 면면이 있는데 너무 일면만 생각한 나머지 행복을 미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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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말하는 방법


 

프라스토르: 지평선을 보며 영혼을 채우다 - 러시아 사람들은 선조의 방랑벽을 물려받아서인지 종종 드넓은 공간에서 커다란 기쁨을 맛본다. 광활한 환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러시아만 한 곳도 없으리라. 서정적인 러시아어이자 다른 슬라브계 언어에서도 쓰이는 프라스토르는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마주한 순간 영혼을 뒤흔드는 듯한 감각을 정확히 짚어낸다. (29)


우기-워드간: 마음에 먹이를 주는 일 - 행복이란 개념은 여러 문화권에서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면 특정한 단어나 어구의 미묘한 의미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149)


다양한 표현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각 나라의 지형을 비롯한 문화에 따라 탄생한 언어의 특성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나라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감각이 담긴 어떤 단어에 관한 설명은, 한국에서만 나고 자란 내가 짐작하기도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다만 행복이란 그만큼, 내가 발 딛고 선 땅과 삶을 섬세하게 느끼고 표현하려 노력할수록 가까이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었다.


파삼: 영혼으로 묶인 관계 - 깊은 애정으로 묶인 관계를 뜻하는 타밀어 파삼은 산스크리트어로 '밧줄'을 뜻하는 파삼에서 유래되었다. … 파삼은 연인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관계에서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 (76)


기길: 숨이 막힐 듯 꽉 껴안기 -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으리라.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가게 밖에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강아지를 낚아채서 꼭 안고 절대 놔주고 싶지 않은 감정 말이다. … 기길한 경험은 종종 신나고, 귀엽고, 매력적이어서 자제력을 잃게 된다. (78)


한글로는 문장으로 엮어야 하는 의미를 그대로 담아낸 단어가 먼 나라에서나마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는 더 다양한 방식으로, 좋은 것들을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는 비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딘가에서는 조금 더 영적으로, 어딘가에서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각기 다른 관점에서, 그러나 이해할 수 있는 의미가 특정 단어로 말해지고 있다는 건 행복의 가능성을 더욱 열어두는 인간의 신비다.


행복을 말하기 위해 우리는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 있을 구체적인 환경과 경험, 목적 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삶을 실제적으로 가까이 느끼고,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직시하고 표현하려 노력해야 한다.


행복의 실체를 파악하고 삶의 영역으로 불러오는 방법은 행복 자체에 대해 논증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지금 여기서부터' 행복과 맞닿아 있을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보고 말해보는 것이다. 이 책이 하나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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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보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 이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모든 사회를 지배해온 기본적인 주제이자 공통된 욕구로서 세상의 수많은 언어로 무수한 해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문화권이 다양한 만큼 구체적으로 무엇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지 나라와 민족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행복은 지극히 상대적일 수 있다. 동틀녘 침대에서 빠져나와 깨어나는 자연을 맞이하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행동할 때 가장 자신답다고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대화를 나눌 때가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또한 행동을 절제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이뤘을 때 가장 뿌듯하기도 하고 모진 시련과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는 뚝심과 의지력을 통해서 행복을 발견하기도 한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이러한 문화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색조의 행복을 그려내는 전 세계의 50가지 단어들을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는 200여 개 국가와 셀 수 없이 많은 민족이 사용하는 수천 가지의 언어와 방언 중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행복을 보여주는 단어들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지구촌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세상 구석구석에 숨은 '행복을 부르는' 단어에 전에 없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복한 공동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힘은 여러 세대를 거쳐 다양한 문화의 이야기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이제 사회적, 신체적, 감정적으로 공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단어들을 하나로 연결해보면 우리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행복한 삶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행복을 찾는 위대한 여정에서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이 책은 작은 나침반 역할을 자처하며 또 다른 행복의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이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 조금 특별한 진짜 행복을 만나다 -
 
 
원제 : The Happiness Passport
 
지은이 : 메건 헤이즈
 
옮긴이 : 최다인
 
출판사 : 애플북스
 
분야
교양인문
 
규격
140*200mm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1년 04월 07일
 
정가 : 15,800원
 
ISBN
979-11-90147-57-6 (03300)
 
 
[이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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