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모두 다른 사람들
-
일과 직업은 우리의 삶에서 얼만큼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평생의 삶이란 하나의 업을 향해 가는 것이라 답할 수도 있고 그저 돈벌이 수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일=자기자신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당연하게도 어느 한쪽에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에 관해 조금만 깊게 생각해본 이라면, 일은 삶에서 너무나 중요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말 중요치 않기도 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구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여기서 ‘거의’라고 표현한 것은 내가 모르는 세계에 존재할 불로소득만으로 평생을 보내는 이들의 가능성 때문이다. 아무튼,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한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여기서 온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 외국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당연한 말 아니냐고? 그러면 다시 말하겠다. 우리는 지구 반대편 외국인은 물론, 옆집 아저씨, 친구, 그리고 가족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 이쯤 되면 눈치 챈 이도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나는 나 하나이며 다른 모든 이들 또한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이질감을 배우고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가까워도 결국은 나와 다른 사람이며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그를 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온전히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름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행복하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를 하고 궁금해하며 숨기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도 있으며 반대로 투명하게 비치는 누군가의 마음에 감명받기도 한다. 갈등은 우리가 종종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일 때 온다. 다르다와 틀리다, 이를 혼용하여 쓰는 사람들이 많아 맞춤법 문제에도 종종 등장하곤 하는 주제이다. 다른 것은 단순히 다른 것이지만 틀린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들은 때로 나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인식한다.
직업적 가치관에서도 충돌은 계속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직업은 우리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에 필수적이지만 꼭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어느 쪽을 내 마음에서 더 무겁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 사람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서로의 일을 왜곡하여 바라보는 것은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우리들은 각자 자신의 일 이외의 작업에 대해서는 100%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는 체를 하곤 한다. 내 일보다 너의 일이 편한 이유, 내 일이 더 멋진 이유, 내 일이 더 어려운 이유, 내가 더 힘든 이유, 내가 더 불쌍한 이유, 내가 승리자이자 패자인 이유. 그 모든 것에 있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아는 것 마냥 떠든다. 참 일관성이 없다. 어느 날은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은 이유들을 주르륵 열거하더니 어느 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죽지못해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외계인들이 인간에 대해 연구하고 기록한다면 아마 이렇게 적을 것이다. ‘말이 계속 바뀌는 거짓말쟁이들임.’
천생연분 잉꼬 부부도 서로 맞지 않는 점은 있기 마련이다. 하물며 내 일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는 것은 말그대로 환상이다. 단점조차 견딜만하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남의 떡이 유난히 커 보이는 시기들이 꼭 찾아온다. 그때가 오면 나는 이렇게나 힘든데 저렇게나 편한 일을 하는 저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어지고, 계속 중얼거리게 된다. 너는 편한 줄 알아, 이 일이 얼마나 힘드냐면…… 하지만 문득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나를 깎아내렸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처럼 내 일이 최고로 느껴지기도 한다. 쟤보단 내가 낫지, 내가 왜 적어도 너보단 돈을 쉽게 버냐면……
그래서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그런 건 없다고 답하겠다. 색다르게 심오한 의미를 가지고자 이리저리 써 내려간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나와 사람들의 모순을 알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위로와 존경을 동시에 가지고 싶은 모순을 말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써 존재하는 한 이 모순은 절대 사라지지 못할 것이다. 굳이 사라져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러니가 존재하고 결국은 그에 굴복하리란걸 의식하고 싶다.
그럼에도 통제하려 애써보고 싶다. 아무런 생각없이 꼬았던 다리를 화들짝 놀라 푸는 것처럼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마음에 날카로워지고 싶다. 그냥, 그러고 싶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쓰듯이 나를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다. 결국 우리들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진정한 배려와 이해가 가능하리라. 그렇게 비단 직업과 일뿐만 아닌 모든 것에서 진짜 이해를 실천하는 사람이고 싶다.
[김유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