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떤 기이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 – '죽음의 춤' [도서]

《죽음의 춤》을 통해 죽음을 보고 삶을 돌아보다
글 입력 2021.04.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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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에 눈길이 간 것은 ‘죽음의 춤’이라는 제목의 독특성 때문이었다. '죽음의 춤', 무엇을 의미하는 책일까 궁금했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문화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듯 《죽음의 춤》 또한 그런 문화를 담은 이야기였다.

 

예컨대, 우리 문화와 사뭇다른 인도네시아의 파마디하나 풍습이 그것이다.(인도네시아의 파마디하나 풍습은 일종의 축복 의식으로 시신을 꺼내 축복하거나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있다. 이것은 그들이 죽음을 다루는 의식일 뿐이다.)


하지만,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라고 소개되는 영어 원서 제목과 이 책의 내용을 본 순간 나의 생각과는 다른 죽음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죽음의춤_표지.jpg

 

 

인생의 아이러니,

죽음의 불가사의한 면모,

얄궂은 운명,

삶의 의미를 담은 그림책

 

 

총 80쪽으로 구성된 저자 세실리아 루이스 작 《죽음의 춤》은 역사 속 인물의 죽음을 요약한 짧은 문장과 상상을 가미한 일러스트를 넣어 구성한 책이다. 그림책의 쪽수가 많지 않고 내용 또한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부라 앉은 자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다보니 ‘이러한 죽음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가능한 일인가?’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한 죽음도 있었지만 생활습관이나 무심코 지나친 순간에서 벌어진 죽음이라 안타깝게 느껴졌다.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죽음이라 그저 기막힌 우연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겠다.


이를테면, 연설 직후 관중들이 감사와 존경의 뜻으로 던진 옷에 깔려 숨진 드라콘, 자신의 마지막 작품 <상상병 환자>의 건강 염려증 환자 역을 연기하다 무대 위에 쓰러졌고 결국 숨을 거둔 몰리에르, 최면에 걸린 듯 의식주를 불사하고 몇날며칠 춤만 추다 죽은 스트라스부르의 사람들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들의 죽음을 읽다보면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말이 떠오른다. 삶과 죽음. 이 둘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종이 양면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함께 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그러므로, 삶과 죽음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다. 이것은 죽음 또한 그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도 된다. 이 책의 인물들이 그러했듯 죽음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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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죽음의 춤》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 있다. 책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 그림이다. 어깨에 활통을 맨 사람은 동물을 향해 활을 겨누고 동물은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매며 피해다니지만 결국은 사람의 쏜 화살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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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왜 이 그림들을 담았을까 생각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서 삶과 죽음을 담은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인 순간이자 예기치 못한 죽음의 순간을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자연의 순리라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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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은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을 적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나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고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자칫 음울할 수 있는 죽음의 내용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어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는 책이라고도 생각한다.


책을 덮으며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의 끝에 도달한 것은 훗날 다가올 죽음은 자연의 생성과 소멸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다. 물론, 마음처럼 쉽지 않겠지만 그 때를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삶을 충실하게 후회 없이 사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

 

죽음의 춤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

  

 

원제 : The Book of Extraordinary Deaths

 

지은이 : 세실리아 루이스 

 

옮긴이 : 권예리

 

출판사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역사

 

규격

216*140 / 양장본

 

쪽 수 : 80쪽

 

발행일

2021년 04월 16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1389-4-3 (07900)

 

 
세실리아 루이스
 
세실리아 루이스는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이베로아메리카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고,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츠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드워드 고리와 로베르 브레송의 영향을 받았다. 그림책 《기억의 틈》에 기억이 어긋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죽음의 춤》에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담았다.
 
제인 구달, 닐 게이먼, 어슐러 르귄 등이 독서의 즐거움에 관해 어린이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 모음집 《존재의 속도: 어린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Velocity of Being》(마리아 포포바 엮음)에 참여했다. 퀸스 대학과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RISD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을 가르치며,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발표하고 있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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