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일상, '솔라르프리'를 꿈꾸며 -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글 입력 2021.04.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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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콜 마이 네임’이라는 정신 작가의 이름 짓는 수업이 있었다. 그때 한참 내 브랜드를 꿈꾸고 있어서 브랜드 네이밍에 대해 고민을 하다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를 나타내는 단어,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지칭하는 단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 마음이 끌리는 단어, 내가 갖고 싶은 단어, 예쁜 단어를 어떻게 고르는지에 대한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좋아하는 책이나 노랫말, 보일 수 있는 모든 문장에서 내 마음에 끌리는 단어를 모으기 시작했고,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나’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에 관한 고민으로 흘렀다. 본명이 아닌 또 다른 이름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고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을 받아보았을 때, 표지 자체에서 느껴지는 ‘행복’이라는 가슴 뭉클한 단어와 그와 어우러진 일러스트가 평생 소장할 또 하나의 책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그저 ‘Happy’, '행복'이라는 이 두 단어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도 무수히 많은 형태도 쓰이고 있음에 놀랍기도 하고, 단어들이 너무 예뻐서 ‘나’의 또 다른 이름에 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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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행복을 나타내는 단어 ‘아이나’는 푸른 지구별의 소중함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예전 하와이를 갔을 때, 하와이 사람들 특유의 햇살 같은 여유와 자연을 소중히 하는 그들의 느낌은 ‘아이나’라는 단어의 뜻을 봤을 때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 적어도 내가 하와이를 여행했을 때에는 서두르는 것 없이 짜증 섞인 표정의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친절한 미소와 여유로운 인사, 그날 하루의 시작을 현지 사람들과의 인사로 기쁘게 시작했던 경험은 지금도 나에겐 더없이 좋은 기억이다.

 

태생적으로 어떠한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는 무척 중요한 것 같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당연한 이치라 생각하는 그들에게 대지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그렇기에 늘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에 실로 풍족하지 않아도 풍족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다 형광펜으로 샛노랗게 그어놓은 단어가 있다. ‘슈가웨더’, 단어가 너무 예쁘지 않은가? 이른 봄의 따스한 낮과 선선한 밤, 단풍나무가 달콤한 수액을 만들어내기에 딱 좋은 날씨를 나타낸다는 캐나다의 단어이다. 이 밖에도 자연에서 유래하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많다. ‘코모레비’ 나뭇잎 사이로 아롱지는 햇빛의 섬세한 아름다움. ‘이브네스’ 기막힌 경치와 청명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는 황홀한 기분을 뜻하는 단어이다. 크으,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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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덴마크의 노르딕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그들의 생활방식이기도 했던 ‘휘게’라는 단어도 함께 많은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다. 원래 나는 드라마든, 뭐든 간에 떠들썩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대상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반감이 생겨 그때 당시에도 ‘휘게’라는 단어에 물려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알게 된 ‘휘게’라는 단어는 단순히 행복한 삶이라는 뜻을 뛰어넘어 북유럽의 혹독한 겨울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겨나가는 방식, 더 나아가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정감 있고 소중한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가 오고 눈이 멈추지 않는 창밖의 상황들은 그들을 더욱 가까이 살을 맞대도록 부추긴다. 날은 춥지만,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들은 늘 따뜻하고 아늑하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무엇일까? 바로 너그러움이다. 네덜란드에 가보면 그곳 사람들이 가장 너그럽고 붙임성 좋은 국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관광 지도를 들여다보며 발걸음을 멈춰보라. 런던이나 파리 같은 복잡한 대도시에서는 현지인들에게 비웃음과 경멸을 사기 십상이지만,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먼저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단어가 휘넌이다. 다른 사람이 긍정적인 경험을 하기를, 특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말이다.
---「내어준 만큼 채워지는 행복」중에서

 

사람들이 더없이 진지하게 받아들여 국가의 상징처럼 빛나는 단어가 있다. 핀란드의 시수가 바로 그런 단어이다. 핀란드인의 존재 방식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시수는 상황이 불리할 때도 뜨거운 용기를 품고 살아가는 자세를 의미한다. 강인한 회복력이 없다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행복은 어려움을 무시하는 순진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장애물을 넘어 해내고 말겠다는 긍정적 투지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시수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일지라도 용기를 가지고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정신이 담겨 있다.
---「혹독한 삶에 맞서는 용기」중에서

 

프랑스에서 즐거움은 그저 감정의 한 종류가 아니라 사고방식이자 세계관이며 심지어 삶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희로 가득한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욕구는 말 그대로 ‘삶의 즐거움’이라고 해석되는 주아 드 비브르라고 불린다.
주아 드 비브르는 현실적인 삶의 목적이 아니라 짜릿한 재미를 찾으려는 태도이다. 딱히 이유는 없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아 드 비브르란 손 놓고 기다리는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점이다. 인생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고 음미하는 것은 적극적 행위이지 소극적 기다림이 아니다. 주아 드 비브르는 언제든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브리오슈로 우아한 아침을」중에서

 

 

직장인이라면, 특히나 월요병이 있는 모든 직장인의 로망일 것이다. ‘태양 휴일’을 뜻하는 ‘솔라르프리’. 아침에 일어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다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장면, 이 모든 것에 낙관하며 하루쯤은, 날씨가 좋을 때는 하루 쉬어도 된다는 허락이 존재하는 아이슬란드의 '행복' 단어이다.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하다. 당장 당일의 연차나 월차도 쉬이 쓸 수 없는 현실이다. 적어도 일주일 전, 고민하고 고민해가며 상사의 눈치를 보다 겨우겨우 하루 쓰는 나의 연차. 남의 연차도 아닌 내 연차인데. 이토록 울분을 토하며 연차를 신청해야 하는 우리 내의 현실이 웃플뿐이다.

 

회의실의 화이트보드 판에 매직으로 욕을 써놓고 싶은 심정인데, 이름만으로도 시크한 국가, 아이슬란드는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그러한 상황이 가능하다 하니 너무나도 부러우며 배아픈 단어임이 분명하다. 회사 사훈을 내 마음대로 바꿔버린다면 나는 무조건 ‘솔라르프리’로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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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세상의 모든 행복을 담는다는 명목하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행복’을 50가지의 일러스트와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였던 무수히도 많은 예쁜 단어와 문장이 가득하다. 예쁘다는 단어로도 부족한 듯하다. 하나하나 곱씹으며 나만 알고 싶었던 단어들도 아주 많았고, 각 장을 설명하는 챕터에선 기억하고 싶고 어딘가 적어놓고 싶은 멋진 속담이 즐비했다.

 

한장 한장이 넘어간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오랫동안 머물렀던 챕터가 많다. 우리의 삶과 행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까. 결국, 우리가 살아가고 살아내는 목적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해지기 위한 일환이니까. 그래서 유독 행복과 자존감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항상 1,2위를 다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들과 함께 엮여있는 일러스트 또한 너무나도 따뜻하고 선명해서 마음에 많이 남는다. 이 책에서도 결국은 '가족과 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의 친구들.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소중한 나의 지인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함께 행복하고자 한다. 나아가 자연과 이 모든 지구상의 만인이 행복해지길 염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염원과 바람이 너무나도 애틋하고 따뜻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감히 이렇다저렇다 할 평가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많은 사람이 표지 자체만으로도 따뜻한 이 책을 아주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많은 지인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나는 이러한 것들로 많은 위안을 얻는다. 정체된 물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였던 수많은 세상이 펼쳐진다.

 

언제나 늘,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고, 하고자 했던 일들이 잘 안될 때도 있을 것이고, 그러다 또 기쁜 일을 마주할 것이다. 늘 매번 새로운 상황들이 반복될 것이다. 매일 행복할 수 없다면, 잠시라도 스스로 노력해서 기쁜 순간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삶이 끝날 때까지는 언제까지나 행복을 찾는 여정은 계속될 테니까.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하루의 끝에 잠들기 전,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평화로운 삶.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나의 곁에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진득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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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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