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몰랐던 예술가의 얼굴 - 앤디 워홀 : 비기닝 서울

글 입력 2021.04.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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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더현대 서울. 그리고 지극히 압도적이고 강렬하게도, 팝아트 황제 앤디 워홀 전이 더현대 서울의 개관전으로 열렸다. 2월 26일부터 6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마릴린 먼로, 캠벨 수프 시리즈 등 그의 대표작뿐 아니라 다양한 드로잉을 포함한 약 15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현대 예술에 관한 전시에서라면 꼭 한번씩 마주해본 앤디 워홀의 작품. 하지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그의 예술 세계와 삶을 조망해본 적 없었기에 기대가 컸다. 그리고 전시는 기대감으로 한껏 차올랐던 마음을 배반하지 않았다. 예술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게 한 앤디 워홀의 지향점을 받아들이기라도 한듯, 전시는 시작부터 끝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짜여 있었다.

 

화려한 색감으로 감싸안는 경쾌한 비주얼 아래 앤디 워홀의 삶이 마치 옆집 이웃의 일상처럼 촘촘하게 녹아들었고, 곳곳에 새겨진 앤디 워홀의 어록과 참여형 부스가 마련돼 그 어느 때보다 작품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앤디 워홀Andy Warhol, 예술을 산업으로 확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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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등장은 예술계에 발생한 허리케인과 같았다. 그는 만화, 배우의 사진처럼 대중적인 요소를 채택해 그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되풀이했다. 기존 예술가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패러다임의 전복이었다. 회화이면서도 회화가 아니었고, 단순한 상업적 전략에 불과하다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예술적인 미감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대표작은 첫 주요 개인전에서 탄생했다. 캠벨 수프 깡통을 그린 37점의 회화. 상업품으로 넘쳐나는 미국 문화의 모습을 대량생산되어 번호가 매겨진 깡통에 비유해 전개한 것이었다. 동시에 대표작을 논할 때 마릴린 먼로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이를 통해 그는 번지르르하게 포장된 대상의 이면을 다루고자 했다.

 

앤디 워홀은 그 누구보다 시대를 민첩하게 읽어내는 작가였다. 광고계에 종사했던 덕분에 그 누구보다 대중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으면서도, 예리하고 창조적인 관찰자로서 사회적인 메세지를 던지며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데 무척 부지런했다.

 

 


프레임 너머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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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앤디 워홀의 예술 세계를 핵심적으로 돌아보는 동시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주제 의식이 분명한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6개의 카테고리를 구분했는데, 파트마다 앤디 워홀의 글귀를 큼직한 타이포그래피로 연출해 더욱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사진의 가장 좋은 점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은 변할지라도."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 "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15분 동안 유명해질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통찰력 있게 읽어낸 그의 면모가 엿보였다.

 

무엇보다 구석구석 마련한 부스는 단순한 포토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을 경계 너머로 확장한 오브제처럼 작용해 더욱 뜻깊다. 벽 전체를 작품이 연상되는 소재로 감싸 다른 차원에 들어선 듯 독특한 전이감을 주거나, 프로젝터를 활용해 앤디 워홀의 아이코닉한 그래픽을 온 몸에 내려앉을 수 있게 하는 등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했다. 어느 파트로 진입하든 강렬한 색채나 빛이 시야를 사로잡아 주제와 일체성을 높이면서 더욱 몰입감 있는 구성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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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카테고리는 앤디 워홀이 추구했던 다양한 가치를 풍부한 이야기를 곁들여 읽어나갈 수 있어 매력적이다. '타인의 초상' 파트에서는 상류층부터 소외계층까지 다양한 사회 계층을 주인공으로 삼아 캔버스의 녹여낸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으며, '음악' 파트에서는 록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적극 후원하며 지원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500장에 오른 바나나 그림에 담긴 과감한 스토리텔링을 살펴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특히 '드로잉 앤 인터뷰' 파트에서 그가 창간한 잡지 '인터뷰'의 표지작을 통해 당대, 그리고 현대까지 대중에게 사랑받는 스타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톰 크루즈는 불로불사의 몸인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몰랐던 예술가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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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서의 앤디 워홀을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감정이 용솟음치는 화려한 비주얼과 현대 산업 구조를 비트는 위트 있는 작품 세계 아래에는 한 사람으로서의 앤디 워홀이 있었다.

 

그는 한평생 자신을 심적으로 지지해준 어머니를 영원한 뮤즈로 삼아 따스한 존경과 아련한 그리움을 잃지 않았으며, 자연과 환경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 소나 꽃 같은 특정 대상뿐 아니라 자연 풍경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또 알고 보면 유명인들만이 그의 화폭에 담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드랙퀸처럼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했다.

 

그의 드로잉 작품에서도 그의 인간적 면모가 부각된다. 가늘고 날카로운 선, 감성적인 색감이 묻어나는 수채화 등 그가 담긴 드로잉에는 사실 내성적이고 겁도 많았던 앤디 워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인들과 대중의 러브콜을 받는 화려한 삶 이면에는, 내면에 집중하며 자아를 탐구하는 인간다움과 세계를 깊이 사유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던 것이다.

 

"모든 노래에는 추억이 있다. 모든 노래에는 마음을 따뜻하거나 아프게 하고, 마음을 닫고, 눈을 뜨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가 남긴 한마디 한마디를 짚어볼수록 얼마나 따스한 시선과 풍부한 감성을 지닌 이였는지가 느껴졌다.


 

 

아트샵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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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도 구경할 겸, 여러모로 가벼이 들려 일상을 환기하기 좋은 전시다. 작품에 집중하는데 익숙치 않은 이라 할지라도 이 전시를 추천하는 데에는 화려한 그래픽을 감상하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뿐 아니라 '아트샵' 그 자체에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특성상 다양한 굿즈에 접목하기 굉장히 적합한 형태인데, 엽서부터 문구류나 가방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전시를 보며 시야와 마음이 뛰노는 경험을 한 관람객의 마음이 전시 마지막까지 충족되는 느낌이다. 아트샵을 거쳐 집에서도 전시회의 감동을 고스란히 이어갈 수 있다.

 

크고 작은 다양한 크기의 액자와 엽서가 있었는데 공간 어디든 무심히 두어도 포인트가 되기 때문인지 유독 인기가 많았다. 머그컵과 접시처럼 테이블웨어도 강렬한 색감을 잘 잡아서 생각보다 더 퀄리티가 괜찮았으며, 에코백과 크로스백은 전시회가 아니라 일반 스토어에서 만나더라도 구매할만큼 세련된 태가 돋보였다.

 

특히 전시회 구성 상 앤디 워홀의 어록을 곳곳에 글귀로 풀어냈던 만큼 레터링 스티커의 종류도 다양했다. "나는 깊숙하게 얄팍한 사람이다." 라는 문장이 적힌 레터링 스티커를 집어들었다. 왠지 모르게 앤디 워홀을 가깝게 느끼게 만든 한 마디였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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