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계에서의 여성 서사와 '미쓰백' [영화]

글 입력 2021.04.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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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은 지난 2018년 10월에 개봉한 영화로, 가정폭력의 상처를 공유하고 서로를 치유해가는 두 주인공 백상아(한지민)와 김지은(김시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성 서사’의 영화이다. 관객들 사이에서 <미쓰백>은 ‘여성들이 이뤄낸 흥행’으로 통한다.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 배우의 조합이자, 여성 관객의 연대가 이끌어 낸 흥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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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백상아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엄마에게 학대받고,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심지어 성폭행을 피하는 과정에서 어린 나이에 전과자까지 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가정폭력을 당한 김지은을 만나게 되고 학대하는 부모에게서 구해주기 위해 함께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이후 상아는 유괴범으로 수배되지만, 여러 증거를 통해 상황이 반전되고, 지은을 학대하던 아빠와 새엄마는 구속된다. 지은은 형사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며, 상아는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포맷변환][꾸미기][크기변환]상아 & 지은 2.jpg

 

 

미쓰백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의미는 두 가지로 생각된다.

 


[포맷변환][꾸미기][크기변환]상아&지은.jpg

 

 

첫 번째는 모성애를 거부한 여성 히어로의 등장이다. 이제까지의 영화에서 보면 누군가를 구원하는 여성 히어로의 면모는 대게 모성애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미쓰백>은 이를 거부한다. 이는 형사 장섭이 상아에게 고백하자 자신의 인생에 아내나 엄마는 없다며 거리를 두기도 한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게다가 어릴 적 엄마에게 학대를 당한 상처도 있어 모성애는 상아와 거리가 멀다.


즉, 상아는 모성애가 아닌 인간 대 인간,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비추어보는 대상으로 지은을 바라보고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를 치유한다.

 

두 번째로는 ‘여성 관객’의 연대이다. 신인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부터 흔하지 않은 구성이지만 ‘여성 관객’의 연대는 더욱 생소하다. 연대가 이루어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미쓰백>의 개봉 초기에 상영관의 수가 적었던 탓에 흥행부진으로 영화관에서 ‘조기 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자 여성 관객들은 스스로를 ‘쓰백러’라고 칭하며 팬덤을 형성하였고, SNS로 영화를 홍보하기도 했다. 사정상 영화를 볼 수 없거나 이미 본 여성들은 직접 보러 가지 못하더라도 예매하여 좌석을 채우는 일명 ‘영혼 보내기’ 또는 ‘영혼 관람’ 운동에 동참했다.


이런 연대 끝에 <미쓰백>은 개봉 2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다.

 

*

 

우리는 이 지점에서 ‘여성 서사가 무엇이길래 여성들이 이 영화를 위해 연대했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그동안 여성 서사의 작품이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헤어스프레이', '위키드', '레베카', '오션스 8' 등의 우리가 아는 유명한 공연, 영화에서도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대가 이루어진 이유는 아직 만연한 차별과 여성에게 턱없이 부족한 기회 때문일 것이다.


최근 미투, 페미니즘 운동이 이슈가 되면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영화 '걸캅스', '허스토리' 등 여성의 시선이 담긴 작품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뮤지컬과 연극에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 여성 배우로만 이루어진 공연 등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과거 남성 중심으로만 이루어졌던 공연예술계에서 점차 여성 서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일부 공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은 남성 시선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여성은 그저 보조 출연자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사람들은 여성 배우만 출연하는 공연에 놀라는 반면 남성 배우만 출연하는 공연에는 이상함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상영관에서 조기 퇴장할 뻔했던 <미쓰백>이 여성의 연대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특별하고 의미 있다.

 

<미쓰백>의 주연 배우 한지민은 2019년 12월 개최된 제19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한국 영화감독 조합의 감독들이 직접 투표해 올해의 감독과 배우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화계에서 매우 의미 있는 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여성 감독인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가 ‘올해의 새로운 여자배우상’, ‘올해의 신인 감독상’, ‘올해의 비전상’을 수상하면서 8개 부문의 상 중 4개의 부문에서 여성 감독의 작품이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김보라 감독은 “여자 감독이 상을 받는 모습이 많은 분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그녀의 수상소감처럼 이 시상식은 많은 여성에게 용기가 되었고 평등으로 나아가는 영화계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

 

모든 작품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여성 서사 작품은 더욱 어렵다. 돈이 안 되고 재미가 없다는 편견도 많고 여성 서사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유치가 거절되기도 하며, 제작에 성공해 상영되더라도 다른 상업 영화에 비해 상영관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익숙함을 이겨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익숙함을 느껴 소비하는 남성 서사, 남성 캐릭터가 계속 증가하면 변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여성 서사에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서사가 현재 존재하는 남성 서사만큼이나 익숙해지고 보편화되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레드북'의 넘버 중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요.'라는 소절이 있다. 남성 서사는 지금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무도 이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서사는 배척되고, 새롭게 느껴지며 때로는 이상한 것이라는 편견 속에 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여성을 위한 용기 있는 목소리가 계속 울려 퍼져 세상이 시끄러워지도록, 당연한 것들이 세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질 때까지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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