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죽음의 공포 앞에 내 삶의 태도는 달라졌다. [사람]

영화 <소울>을 다시 되새기다.
글 입력 2021.04.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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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정신은 어지럽고 몽롱한 가운데 간신히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아,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감지했다. 분명 한두시간이면 끝날 수술이라고 했는데 시간은 무려 6시간이나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통증도 금세 가라앉는다고 했는데 전혀.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 간다. 수술방을 나오자마자 그 사이 수척해진 듯한 남편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 이거 뭐가 잘못 된건데?’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암수술을 받고 암환자가 되어있었다. 죽다 살아난 것이다.

 

꼼짝없이 홀로 병실 갇혀 지내는 동안 무너지는 멘탈을 부여 잡았다가 놓쳤다를 반복했다.

 

‘내가 암이라고? 내가? 왜? 나름 건강하게 생활했자나. 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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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영화 <소울>에 죽음을 부인했던 조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어이없이 죽은 조,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生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아, 영화가 아니라 나도 실제로 이렇게 어이없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가끔씩 뉴스로 접하는 사망 사고를 볼 때면 ‘안됐다. 불쌍하다.’ 관찰자 시점에서만 바라봤는데 이제서야 이게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직시하니 공포로 다가왔다. 그렇게 갑자기 죽는다면 ‘조’처럼 내일 당장 이루고 싶은 꿈이 없더라도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할까! 그에 비하면 나는 일단 시간은 벌었다. 그리고 고민한다. 살아있는 동안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개봉 직후 관람했을 때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었는데 죽음이 내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고 느끼고 나니 영화가 나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깊이가 달라져 있었다.

 

평범한 일상을 잃기 전 나의 모습은 주인공 조처럼 삶이란 반짝이는 목표를 찾고 이뤄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열정, 꿈, 의미를 찾기 못하고 방황하는 나의 일상을 가끔은 초라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리고 낭비했다. 수술 전 몸이 조금씩 안 좋아지기 시작했던 때는 거의 매일 넷플릭스에 빠져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았다. 매일 주어지는 너무 당연한 시간들이었기에 하루, 이틀, 한 달쯤 그냥 흘러 보내도 되는 시간들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소울22가 너무도 익숙해진 ‘태어나기 전 세상(You Seminar)’이라는 공간속을 배회하며 보내는 시간과도 비슷하다.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는 살아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면 22가 진짜 지구에 내려와 행복을 느낀 곳들은 우리에겐 당연하고 별거 아닌 사소한 순간들이었다. 순간순간 맛보고 즐기고 느끼며 22의 시간은 현재에 순간에 충실히 머물려 불꽃을 찾아낸 것이다.

 

나의 공간은 22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죽음이 공포를 느끼고 나선 생각이 바뀌었다. 죽을 때 억울하지 않으려면 뭔가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쫓아 미래만을 바라보는 삶보단 내게 필요한 건 현재에 충실한 삶이라는 것을 말이다.

 

인생은 절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동안은 운이 좋아 지금까지는 내가 원하던 나름 순탄대로의 삶을 살며 자만했지만 이제는 운이 나빠져서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삶에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는 치료도 하고 회복에만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그 뒤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이나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그저 죽을 때까지 매일 하루하루에 성실하며 성찰하고 성장하며 나아가는 과정으로 삶을 채우려 한다. ‘22’처럼 호의와 호기심을 가지고 말이다.

 

순간순간을 잃지 않고 소중히 성실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다 보면 앞으로 또다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인생이지만 ‘조’가 다시 삶을 되찾았 듯 나의 봄도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설레어 본다.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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