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좋아합니다

글 입력 2021.04.2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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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사실이 두 가지 의문점을 제시한다. 예쁘게 말하는 것이 무엇이며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다. 아무개에게는 예쁜 것이 다른 아무개에게는 그저 그런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취향 차이로 싸우는 경우가 꽤 된다.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로 싸우는 일은 잘 없지만, 수학 공식의 답처럼 명확하게 그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설명해 보려고 하지만 나에게도 상당히 벅찬 일이다. 좋아한다는 말이 퍽 예쁘기에 좋아함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을 뿐이다.

 

 


좋아한다는 것



좋아한다는 것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사람이 아닌 것을 좋아하는 것’이 있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해’나 ‘나는 이거 좋아해’ 따위로 말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에는 친구, 연인, 가족을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아닌 것을 좋아하는 것에는 물건, 동물, 일 따위를 좋아하는 것이 있다. 좋아한다는 것에서 뻗어나온 가지와 그 가지에서 뻗어 나온 가지는 또 다른 가지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좋아한다는 하나의 단순한 단어는 세는 것조차 힘들어질 만큼 많은 것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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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Ian Schneider on Unsplash

 

 

일이 많으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하면 몸이 아프다. 그렇기에 좋아한다는 것이 더 신비하다. 좋아하는 것은 많을수록, 내가 무언가를 더 많이 좋아할수록 오늘의 하루를 살아가고 내일을 시작할 힘을 얻어간다. 좋아한다는 것은 온몸에 피를 나르는 모세혈관처럼 감정의 모세혈관 같은 기능을 한다.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모세혈관이 터지면 건강에 상당이 위험하다. 감정의 모세혈관이 터져도 마음에 상당히 위험하다. 혈관이 어디로 뻗어 갔는지를 알아두고 터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좋아한다는 것 - 연인



연인으로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을 때, 나는 가능하다면 내 반을 덜어 그 사람에게 주고 그 사람의 반을 덜어 내가 받고 싶다. 보통 내 전부를 그 사람에게 주고 싶다고들 하지만 서로의 반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듣고 서운해하거나 의아해한다면 좋아하는 일에 서투른 사람이다. 내 전부를 그 사람에게 전부 쏟아 붇는 일은 좋아하는 것보다 집착이거나 서로에게서가 아닌 나로부터 뻗어 나온 일방적인 좋아함이다. 그 사람의 좋아함과 나의 좋아함이 중간에서 만나 새로운 좋아함으로 엮이는 게 아니다. 한쪽에서 뻗어나 와 상대방을 휘어 감고 있을 뿐이다.


연인으로서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건 나에게 그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내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남으로 태어나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교집합이 없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다. 서로를 맞추어 보면 교집합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아닌 부분이 더 많은 확률이 높다. 올바르게 좋아한다는 건 교집합의 밖을 알아가며 교집합의 울타리 안에 이 녀석들을 넣어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나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나를 전부 버리고 그 사람에게만 맞춰가는 일은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런 부류의 좋아함은 전혀 예쁘지 않다.


연인이라는 이름의 좋아함이 부리는 마법은 올바르게 좋아하는 법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연인으로 서로를 좋아하게 되면 이전에는 사소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더는 사소하지 않다. 사소했던 것이 무엇이건 간에 이 좋아함이라는 마법 앞에서는 저항하지 못한다. 평소에는 그냥 맛이 꽤 괜찮다 싶던 음식도 좋아하는 사람과의 공통점이 되는 순간 함께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음식이 된다. 그냥 썩 나쁘지 않았다 싶은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오고, 그 사람도 좋아하게 되는 순간 그곳은 서로 즐거운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이 된다. 언제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순간 그 사람과 함께 보고 싶어 그 날만 기다리게 된다. 이 모든 일이 연인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때 벌어지는 아름다운 마법이다. 서로를 덜어내어 양보하는 것과 어느 한쪽의 전부를 떠넘기는 일의 차이를 알아둬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 - 일



좋아하는 일은 시간을 쪼개고,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하고 싶다. 취미와 좋아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간혹 사람들이 취미와 좋아하는 일을 헷갈린다.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해 보면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시간 날 때 한 번 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으면 그건 취미다. 어떻게든 꼭 하고 싶다면 그건 좋아하는 일이다. 구태여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이유가 뭐냐 물어도 답은 정해져 있다. 좋아하기 때문이다. 달리 이유는 없다.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어도 좋아하는 것에는 마땅한 이유를 대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나도 모르게 좋아졌는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좋아하는 것은 종종 이런 마법을 부린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면 내 마음에 활력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지만, 활기가 생겨나는 것은 분명하다.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있던 기운도 쭉 빠져버리는 것을 생각해 보면 확실하다. 좋아하는 일이 몸을 많이 써야 하거나,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거나, 혹은 체력 소비가 심한 일이라면 몸이 힘들고 머리가 좀 아플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지치는 일은 없다. 그 일을 하느라 내 몸이 지쳐가고 두통이 심해져도 끝내고 나면 그에 비례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얻는다. 그 힘은 행복감일 수도 만족감일 수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힘을 얻는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취미 생활도 못 하고 일만 하느라 지쳐가는 사람도 봤고, 진로 자체를 결정하지 못해 머리를 싸매는 사람도 봤다. 이들에게 일단 눈에 보이는 일은 뭐든 해보라는 말밖에 못 한다. 그게 정답이라서다. 좋아하는 것 자체가 뚜렷한 형태가 없으니 명확한 대답을 줄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사람도 본인뿐이다. 남이 아무리 추천해봐야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그건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없다.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면 언젠가 하나는 얻어걸린다. 그렇게라도 찾아야 한다. 좋아하는 것의 마법을 배워야 한다.

 

 

 

좋아합니다. 좋아하세요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좋아하는 것은 필요하다. 오늘의 시간을 행복과 만족으로 채우고 끝내려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내일 죽어도 이런 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좋아하는 사람을 찾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반대로 좋아하는 일이 없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라. 둘 다 필요하지만, 어느 쪽도 없다면 하나라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무르던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사람은 그 시간은 추억으로, 현재는 행복으로, 미래는 기대로 만들어준다. 그때 그 사람과 그런 일들을 해서 즐거웠다며 그 시간을 되짚어본다. 지금 나는 이 사람과 이런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기고 있음에 행복해진다. 미래에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언제가 꼭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기대를 품게 된다. 살아왔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살아있음에 행복해지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기다리게 된다.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도 없으면 모두에게 주어진 이 마법은 썩어간다.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이 마법을 내 손으로 버리는 짓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위해서 좋아한다는 것을 배우고 찾아야 한다. 이 마법을 버릴 정도로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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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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