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영화]

글 입력 2021.04.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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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취준생.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청년들에게 붙여지는 무수한 꼬리표들.

 

카메라 앞에 선 27살 '무순'은 규정되지 않는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은 청년이다. 오전에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복싱 신인왕전에 참가한다.

 

어느 날, 친구 태원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470킬로미터에 달하는 러닝을 결심하고, 장장 11일간의 여정을 떠난다. 오로지 자신의 육체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정직한 시간, 이유 없이 달리던 길끝에서 무순과 태원은 뜻밖의 세계와 만나게 되는데...

 

 

 

1. 내 또래


 

내 또래의 이야기다. 심지어 주인공은 나랑 동갑이다. 정말로 내 주위에 있는 현실의 1인이다. 솔직히 말해 정말 그냥 나의 친구 같다.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는 현재 청춘인 91년생 권무순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내 옆에서 찍었네? 집을 떠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려고, 이리저리 노력하고 지내는 그런 청년.

 

영화 프레임 속에서의 주인공이기에 특이한 케릭터 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냥 내 이야기였다. 정말 이런 비슷한 친구들이 많거든. 그래서 더 이입이 되고, ‘응~ 내 옆에서 나 관찰하면서 카메라 들고 찍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편하게 봤다. 낯선 거리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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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둑, 권투, 밴드 + 현재 학예사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는 재미난 친구이다. 본인 세계가 뚜렷하다. 진지함과 스토리가 있다.

 

어릴 때부터 바둑을 해왔고 바둑기사를 하고 싶었으나 벽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권투 얘기가 나와서 의아하긴 했지만 -본인이 꾸준히 하는 건 모두가 갖고 있으니까- 시합에 나간다. 드라마틱하게 우승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한 모습 마저도 우리의 이야기였다.

 

밴드도 계속 하고 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뛰어나게 유명해지지 않아도,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꿎군히 해나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GV에서 근황을 물어보니 (또? 왠 갑자기) 학예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원 준비한다고 했던가. 웃었다. 다양한 걸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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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취방-반지하에서 옥탑으로. 아르바이트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한 환경이다.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고 있는 우리들 청춘. 그래도 반지하보다는 햇빛이 드는 옥탑이 좋지. 햇빛은 최소한의 생존권이다. 아무리 바빠서 잠만 잔다고 하더라도, 집, 내 주거지는 인간의 최소 요건 ‘의식주’ 중 하나이다. 그래서 중요하다.

 

자본주의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생계 필수 요소는 돈. 남들처럼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이 아니라, 비록 샌드위치를 만드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괜찮다. 꾸준히 하고 있고, 그 안에서 유대 관계를 갖고 있다.

 

IMF 이야기가 잠깐 지나간다. 어린 시절의 사회적 한계를 직접적으로 느꼈던 사건. 이 부분을 감독은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었나보다. 틀을 알게 해준 사건이나, 사실 나도 너무 어릴 때라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나는 과거보다 현재에 집중한다. 작은 요소, 행복들이 내겐 너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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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달리기


 

어쩌다가 친구도 같이 참여해서 달리기를 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중간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사람도 만나고. 해보고 싶었던 국토 대장정도 생각나고. 밖에서 우연히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 찍고,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청춘이지. 그리고 풍경과 함께 달리는 장면도 괜히 뿌듯하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도 같이 뛰는 느낌도 들고. 이입이 됐다.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가슴 속에 담은 풍경들을 그의 눈으로, 시선으로, 카메라 한 화면으로 공유해서 볼 수 있었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중간중간 달리는 장면이 나와서 좋았다.

 

사회 속 청년 1인이지만, 청춘이고, 스토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달리기’로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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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덧


 

어떠한 판단도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그대로 그냥 보여준다.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어떤 것을 생각하게 되고 느끼는 지는 관객의 몫이다. 그래서 의미있게 봤다. 청년으로써 같은 입장이니까 더 공감됐는지도 모른다.

 

GV 질의 응답 시간에서 알게된 사실. 감독과 배우는 어떻게 만나서 알게 되었는지? 샌드위치 가게 아르바이트생과 올리브를 무지막지하게 많이 넣어서 먹는 손님과의 관계였다. 우연마저 현실적이고 또 흥미롭다. 늘 밝은 사람이라서 궁금증이 생겼다고. 무순, 나도 친구하자.

 

청춘. 세상을 가로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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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청춘'의 초상화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는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청년 '권무순'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초등학교 시절 바둑 프로기사를 꿈꿨지만, IMF 경제 위기로 인해 바둑을 그만두게 된다. 어려워진 경제에 가족은 결국 해체되었고 '무순'은 서울에서 혼자 옥탑방살이를 시작한다. 낮에는 서브웨이에서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밤에는 '바나나 우주선'이라는 밴드에 속해 기타 연주를 한다. 이외에도 복싱에 도전하며 프로 테스트를 거쳐 신인왕전에 참가하는데 무참히 KO패를 당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바둑, 음악, 복싱 등 다양한 도전을 통해 스스로 인생을 살아온 '무순'은 한두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청춘이다.


특히 영화는 '무순' 이 살아온 과거와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주목한다. 같이 알바를 하던 친구 '박태원'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까지 470km에 달하는 달리기 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의 자연을 마주하고, 낯선 이들과 소통하며 '무순'은 또 한 걸음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무순'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옥탑방과 서브웨이가 철거하게 되면서 그는 치열했던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순'은 좌절 대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7회 서울환경영화제, 제11회 부산평화영화제 등 유수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으며 "남승석 감독은 세상을 가로지르는 그들의 육체적 활동과 옥탑방에서 진행되는 인터뷰 신을 오가는 구성 안에, 손쉽게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어느 청년의 초상을 무채색으로 새겨 넣었다."(부산국제영화제 강소원)는 평을 받으며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로 자리매김하였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도전하는 청춘'의 초상화를 담은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는 오는 4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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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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