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애초부터 내 세상에 없었던 것 같은 낯선 단어들이 있다.
수학, 주식, 그리고 "클래식"이 그렇다.

Chopin- Etude OP.10. No.4 의 악보 중 일부
이중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키워드로는 단순히 부자들의 취미, 선우정아의 노래 제목, 공부할 때 집중하기 좋은 노래.. 딱 요 정도만큼만 들 정도로 내 무지의 영역 안에 있던 단어였다.
아. 한 가지 알고 있던 클래식이 있는데, 이마저도 곡에 대한 깊은 예술적 사조가 있다기보단 그저 감상을 하고 있노라면 마치 정장을 쫙 빼입고 커피 한 잔을 손에 쥔채 당차게 도시 한복판을 거니는 신여성이 된 기분이 들어 좋았던 Chopin의 Etude 0p. 10. No. 4 (추격) 정도였다.
이렇게 클래식에 대해 무지했던 나에게, 앞으로 소개할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 의 <다정한 클래식>은 내가 클래식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첫발을 내딛게 해준 클래식 입문서이다.
<다정한 클래식>의 저자 "클래식 읽어주는 남자"는 그저 클래식이 좋아 이 분야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영상을 만드는, 일명 "클래식 덕후" 유튜버이다. 먼저 이 책을 접하기 전, 저자에 대해 알고 싶어 영상을 찾아보아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그의 영상 속 잔잔한 내레이션이 들리는 것 같아 편안히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 저자의 유튜브 영상을 몇 가지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책의 목차는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poco a poco: 조금씩 아주 조금씩)은 저자 자신의 실제 스토리와 몇 가지 클래식을 연관 지어 설명해 흥미를 유발하고, 2막(andante sostenuto: 음과 음 사이를 채우며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은 본격적인 클래식에 대한 상식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인 3막(appassionato con moto: 정열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은 다양한 종류의 클래식을 상세히 알려주고 추천하며 막을 내려, 책을 읽는 행위가 마치 연주회 한 회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나는 어떤 분야든 그것에 대한 후일담이나, 상식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2막의 클래식 상식에 대한 설명 부분이 특히 좋았다. 예컨대 연주회에서 박수 칠 타이밍이나, "브라보"의 어원 같은 것 말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박수는 곡의 시작과 끝에 치면 된다고 한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이다. 지휘자와 연주자가 잠깐 호흡을 고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침묵의 시간도 연주의 일부분임을 존중해주는 클래식의 암묵적인 룰이, 쉬지 않고 달리기만을 요구하는 우리네 사회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또한 "브라보"라는 단어는 아마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감탄사이다. 좀 더 들어가 보자면, 브라보는 원래 연주가 끝나면 연주자에게 경외를 표하는 칭찬의 감탄사로 통하며, '잘한다, 좋다' 정도의 뜻이라고 한다.
사실 남성 연주자들에게 쓰이는 말이 브라보이고, 여성 연주자에게는 "브라바"라는 표현을, 둘 이상의 혼성일 경우 "브라비"라는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하다고 한다. 이러한 지식을 몰랐더라면 나는 아마 여전히 브라보라는 단어의 입체성을 모른 채 그저 평면적으로 단어를 남발했을 것이다. 내 세계가 좀 더 확장된 느낌이 든다.
어떠한 것을 열렬히, 아가페적으로 사랑하는 "덕후"가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머글"들에게 자신이 애정하는 것을 알려주려 할 때, 이 사랑을 하며 얻는 좋음이 당신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클래식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도 이 책을 통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클래식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이 리뷰를 읽는 어떤 이가 연주회에 갈 일이 있거나, 특별히 즐겨 듣는 클래식이 있다면, 그리고 그 클래식을 좀 더 선명히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해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