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건네는 가이드 - 존재와 사유

난 사유하며 일상의 풍경을 음미한다.
글 입력 2021.04.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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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는 존재의 힘이다


 

사유는 내 안의 나의 존재와 대화하는 것으로 나를 더욱 나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라는 물질적 존재와 '자아'라는 영혼적 존재가 만나는 순간이다. 그 만남과 일치의 순간에서 우리는 힘이 생긴다. 앞으로 나갈 힘, 비바람이 쳐도 밀리지 않으며 자신이 가고픈 방향대로 나아가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을 지닐 수 있다.

 

나에 대한 사유는 나의 존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시야를 넓혀 일상의 사유는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삶에는 열쇠가 숨겨져있다. 내가 찾는 답은 내 안에 있듯이 일상에 무언가를 풀어낼 실마리와 열쇠가 존재한다. 일상에서 열쇠를 발견하고, 그것들을 사유를 통해 생각의 연결과 확장으로 발전시킨다.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것들은 또 다른 생각들과 이어지고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평범하다 생각한 일상에서 특별한 경험이 되어 경이로움을 느끼고 다양한 시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유는 삶을 차별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를 통해 삶은 풍요로워진다. 이것이 사유의 가치이다.

 

 

 

자신을 이해할수록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은 나의 마음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이다.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 보이며, 내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이 유독 잘 보인다. 내가 보고 있는 것, 보이는 것에 판단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내가 사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내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사유를 하기보단 자신의 에너지를 외부로 끊임없이 쏟아낸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각종 동영상 플랫폼과 sns는 점점 현대인들에게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밀물처럼 밀려오는 정보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틈도 없이 그것들에 노출되어 의식이 마비되기도 한다.

 

실제로 sns 시장이 커지고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정보의 정글 속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기 위해선 나를 보는 시간,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해진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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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균 작가는 자신의 일상에서 사유한 것들을 '존재와 사유'에 담았다. 배려, 시선, 연결, 인식, 시간이라는 다섯 주제로 사유의 다양한 관점을 시사한다.

 

 

그는 웃고 나는 감사한다

 

공사하는 도로를 지나며 인부들의 웃음은 마주친다. 그런 웃음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연히 마주친 웃음은 한국인은 일상에서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외국인의 한국인 첫인상으로 이어졌다. 그 시선은 곧 나에게로 돌아온다. 나의 표정은 어떠한가? 표정을 돌아볼 여유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웃음을 금기시하고 엄숙을 강요하던 중세 시대를 거쳐 현대로 오며 어렵게 다시 찾은 웃음이 아니던가. 한 웃음이 파동이 되어 나를 감싸고 내 표정을 흔들어 깨움을 느낀다.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웃음을 떠올리고 나의 표정을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다. 조바심이 피는 순간에 나만의 여유를, 심각하고 굳은 표정에 나만의 부드러움을 담아낼 수 있다면 훨씬 좋은 하루가 아닐까? (...) 웃음은 타인의 문을 선뜻 열고 들어가는 마법의 열쇠가 되고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자신감을 일으켜 세우며 좋은 하루를 마감하는 느낌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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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웃음은 다른 이에게 그대로 전해져 웃음을 보기만 해도 행복의 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행복이란 감정과 더불어 잊고 있던 마음의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웃음을 감사의 감정으로 승화시키며 웃음의 가지는 사회적 가치, 개인적 가치를 되돌아본다.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얻은 것은 덤이다.


 

다시 그런 인생 살 수 있다

 

다음 생에서 내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 다시 살라 해도 살 수 있다.'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 인생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 있기에 가능한 말이다. "지독히 고생했어도 다시 그런 인생 살 수 있다." 할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박을 맞고 긴 인생을 혼자 살아왔다.

 

수십 년 노점상을 하며 김밥을 팔아 삼억여 원을 어려운 어린이, 장애인을 위해 기부했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고단한 삶을 이겨낸 주름들이 훈장처럼 가득하다. 어려움과 서러움이 빗줄기처럼 내리는 일상에서 할머니는 어떻게 삶의 에너지를 길어올리셨을까.

 

 

인생을 마무리하는 즈음에 스스로 답해야 할 하나의 질문이 있다면 "내 삶을 살았느냐?"가 아닐까? 인생은 내 삶을 찾는 여정일 것이다. 스스로 내 삶을 살았다면 어떤 모습일지라도 그 삶은 자체로 성공적인 것이다. 물질과 소비 위주로 성공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삶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소유를 넘어선 존재적인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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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산다는 것. 인생의 목표이자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남의 삶도 돌아볼 수 있다. 내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 비로소 남에게도 사랑이 흘러넘치는 법이다. 할머니가 맞닥뜨린 고단한 세상에서 길어올렸던 에너지의 원천은 사랑일 것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따듯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내고 보니 타인의 아픔을 보고 공감하는 열린 마음을 지니게 된 것이다.

 

공감하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어떤 물질과 소비보다 마음을 풍성히 채우는 것이다. "다시 그런 인생 살 수 있다" 할머니의 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그 말의 여운이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누구보다 자신만의 삶을 살았던 박춘자 할머니의 웃음은 유독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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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삶을 여행하는 여행자다. 사유는 우리의 여행을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사유하는 여행자들에겐 일상의 모든 것들이 배울 거리이며 놀잇거리이다. 사유만으로 더 재미있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삶의 본질을 찾고픈 이들에게, 삶의 여행을 풍요롭게 즐기고픈 여행자들에게 '존재와 사유'는 훌륭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설레는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일상에서 어떤 행복을,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을 발견하고 향유할지는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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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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