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EVE'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를 위하여
글 입력 2021.04.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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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고귀하다. 그것이 육체적 사랑이든, 정신적 사랑이든 우리에게는 자신과 상대방을 포함한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며 사랑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성적 측면에서의 사랑을 외부에 터놓고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성적 경험으로부터 비롯한 고민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며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이로부터 일어나는 고립은 자칫 소외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이, 외모,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성적 존재로서의 존엄을 무시당하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모두가 성적 주체성을 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콘돔과 월경 용품 등을 판매하는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 'EVE'다. 이곳에서는 성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제품을 만듦과 동시에, 모든 사람의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나는 EVE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들의 여정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알고 싶었고, 이들의 걸음에 응원을 보태고 싶었다. 무엇보다 EVE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아트인사이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지금부터, EVE의 박홍주 매니저와 나눈 다채로운 대화를 이곳에 옮긴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의 삶에 긍정적인 물결이 일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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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인스팅터스에서 ‘SEIM’ 부서를 담당하는 박홍주 매니저입니다. ‘SEIM’이란 ‘Social and Environment Impact Management’의 약자인데요. 회사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력을 추적하고 평가하여 개선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맡고 있습니다.


 

 

EVE에 관해 간략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EVE는 어떤 곳인가요?



우리 회사는 ‘인스팅터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고요. 이곳에서 운영하는 섹슈얼 헬스케어 브랜드의 이름이 ‘EVE’입니다. 창업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2014년도에 창업자 세 분이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웹사이트를 개발한 것이 발단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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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당시에는 콘돔이 의료기기로서 전 연령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용품으로 인식되었어요. 창업자들은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 문제라고 판단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부끄럽지 않아요’를 통해 소비자가 콘돔을 구매할 때마다 청소년 한 명에게 콘돔을 기부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비즈니스적으로 좋은 구조는 아니었어요. 지속적인 운영이 힘들었죠. 그래서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2015년부터 ‘EVE’라는 이름으로 울트라씬 콘돔을 출시했어요. 지금까지 콘돔, 성 윤활제(젤), 워시, 월경 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EVE의 주력 상품인 콘돔은 다른 회사 콘돔과 달리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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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EVE를 창립할 당시에 콘돔 속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에 대해 언급한 콘돔 회사가 없었고, 대중적인 관심도 없었어요. 영유아가 사용하는 고무 공갈 젖꼭지를 생산할 때는 니트로사민을 비롯해 발암물일이 얼마만큼 검출되는지 필수로 검사합니다. 그러나 콘돔 생산에서 주안점은 ‘성교 시 파손 여부’뿐이었죠. 저희는 이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신체에 들어가는 물건인 콘돔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니트로사민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조 공정을 개선 및 유지해왔습니다.

 

저희가 신체에 유해할 수 있는 발암물질 문제를 개선한 이후로 국내의 많은 브랜드도 이런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저희의 행보로 인해 더 많은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을 위한 제품을 사용할 기회가 많아져서 뿌듯합니다.


 


EVE에서는 제품의 개발 및 판매뿐만 아니라,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여성환경연대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러한 활동을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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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사업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성환경연대는 여성의 건강과 인권에 관해 연구하는 유서 깊은 비영리단체입니다. 저희의 가치관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어서 후원을 시작했고요. 퀴어문화축제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축제입니다. 1년에 단 한 번,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어 당당해질 수 있는 행사죠. 저희는 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국의 성문화가 아직은 헤테로(이성애)와 시스젠더(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한국은 동성결혼 합법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고, 성소수자 담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먼 상태라고 보고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지속해서 열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축제 조직위원회에 매달 정기 후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플랫폼이 ‘문화예술’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한국의 성(性)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성 문화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피임과 성병 예방에 취약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이 존재하는데요. 이러한 측면에서 EVE가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을 높이고자 ‘콘돔 자판기’를 설치한 것이 매우 선구적인 활동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말씀드렸듯 콘돔은 전 연령이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청소년 본인들도, 청소년의 부모님도, 콘돔 판매자도 잘 모르는 것이 문제였죠. 그래서 콘돔 자판기에 ‘콘돔은 전 연령이 사용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피임권을 보호해달라.’라는 메시지를 적어두어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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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이것이 저희 예상보다 더 큰 이슈가 되었더라고요. 자판기의 존재를 통해 대중들이 청소년의 성과 피임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끔 했죠. 이를 진보적인 활동이라고 평가해주시면 감사하지만, 저희가 꼭 변화를 만들고자 결심하고 시작한 활동은 아니고요. ‘이것이 맞는 말이고 중요한 문제이니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야기의 물꼬를 트려고 노력한 것의 결실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EVE의 구성원으로서 한국 성문화를 바라보셨을 때 어떤 점이 아직 미약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성에 있어서 약자가 있다는 것이죠. 모든 사람은 ‘성적 존재’입니다. 대부분에게 성은 자신의 당연한 일부이지만, 그것에 관한 담론이 양지에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예요. 성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건강과도 직결됩니다.

 

그렇다면 성을 건강하게 보살피려면 양지에서 담론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음지에서 이루어지곤 하죠. 그러다 보니 ‘음담패설’이 생겨나는 것 같고, 음지에서는 건강과는 초점이 멀어진 이야기를 주로 주고받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 지점이 무척 아쉽고 안타까워요.


사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하게 성을 나눌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거든요. 요즘의 10대들도 그렇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어떻게 건강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죠. 점점 사람들이 건강한 성적 담론에 관심을 가지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는 아직 불확실한 듯해요. 앞으로 양지에서 담론이 이루어지고, 서로 이야기하며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전달받는 것이 중요하겠죠.


 

 

제 생각에는 EVE의 콘돔 자판기도 성적 담론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번에 EVE에서 국내 콘돔 브랜드 최초로 레즈비언이 사용할 수 있는 핑거콘돔을 출시했는데, 이것 또한 담론의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국내에서는 핑거콘돔을 출시한 브랜드로 저희가 유일해요. 편의점이나 드러그스토어에서도 판매하지 않고요. 주로 성인용품점에 가야 하는데, 그곳에는 수입된 제품뿐입니다. 접근성이 보장되어있지 않죠.

 

사실 레즈비언 커플에게 있어서 핑거콘돔은 자주 찾는 품목이에요. 물론 다른 분들도 찾을 수 있지만, 주로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많이 찾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아요. 그래서 핑거콘돔을 올해 출시하기는 했지만, 높은 품질로 개발하기 위해 꽤 오랜 기간에 거쳐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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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저희는 Pleasure(성적 만족)를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드인데요, 건강한 성관계가 성적 만족과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할 때 성적 만족에 도달한다는 것이 건강한 상태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측면에서 ‘핑거링’이라는 성행위를 건강하게 할 방법으로 고안한 것이 핑거콘돔입니다. 맨손으로 핑거링을 하면 여성의 질염을 유발하거나 불편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특정 제품으로 담론을 발화시키는 것은 정말 높은 수준이라 생각해요. 소수자의 권리 보장이 제품 출시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죠. 그래서 저희가 사회 공헌 활동이나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사업을 이용해서 모두가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받는 것, 그것이 저희의 비전이에요.


 

 

청소년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은데요. EVE의 홈페이지에 ‘TEEN’ 탭이 자리하듯이, 청소년들이 성 문화의 주체로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의 성적 주체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죠. 이런 측면에서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EVE가 어떤 사업을 진행해 왔는지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홈페이지 ‘TEEN’ 탭은 처음부터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만들어놓은 것인데요. ‘TEEN’ 탭에 들어가면 청소년분들이 자신의 나이를 인증한 후에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의 70%에 달하는 할인율로 콘돔을 구매하여 배송받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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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프렌치레터’라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콘돔을 구매하기 어렵거나 택배로 받기도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동봉한 ‘편지’를 무료로 보내드리는 것인데요. 현재 매월 30명 정도의 청소년들에게 보내드리고 있어요. 이외에도 청소년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어볼 수 있었던 ‘10대 인턴’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으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 그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어떤 노력이 이루어졌나요?


 

청소년들의 피임권 보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거의 없었던 것 같고요.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진 분이 꽤 있었어요. 공개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면서 저희 페이스북 페이지에 댓글을 남기는 분도 있었죠. 그때 고민이 있었어요. ‘이런 혐오 발언을 삭제해야 하나?’ 사실 이 글을 보는 성소수자 분들이 상처받지 않으려면 삭제하는 것이 옳겠지만, 저희는 삭제하지 않고 사실확인과 함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댓글을 달았어요.


저희 공식 홈페이지에도 ‘성소수자를 왜 후원하냐.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라며 온라인으로 항의하는 분이 있었는데, 저희는 늘 흥분하지 않고 최대한 친절하게 답변하려 해요.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공간에 혐오 발언을 올린다면, 이를 굳이 삭제하지 않고 답변과 함께 남겨두는 이유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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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VE 공식 홈페이지

 

 

저희는 고객들을 이해하고자 회원가입 페이지에 젠더나 성 정체성, 성적 지향을 선택하여 입력하게끔 해두었어요. 고객을 이해할 수 있어야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원치 않으면 자신의 성별도 써넣지 않도록 했고요. 원하시는 분만 써넣을 수 있도록 했는데, 어떤 분은 ‘이런 질문 자체가 불쾌하다.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다.’라며 항의하고 탈퇴하는 분도 계셨죠.


큰 어려움은 아니에요. 저희의 태도가 단단하기 때문이죠. 혐오 발언을 일삼는 이들에게 위축되지 않기 위해 내부적인 결속력을 강화했어요. 창립자들을 포함한 EVE의 모든 구성원에게는 사회의 다양한 성적 존재들이 모두 평등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요. 다행히 그런 태도가 브랜드에 잘 녹아들었는지 저희의 결속이 흔들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여러모로 수고가 많으셨겠네요. 그중에서 청소년의 피임권 보장에 관해 항의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흥미로운데요.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일까요?



‘내 아이가 아니면 상관없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언젠가 기숙사에 거주하시는 청소년에게 콘돔을 동봉한 프렌치레터를 보낸 적이 있는데, 그걸 기숙사 선생님이 받고 뜯어보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에게 이게 뭐냐며 전화하셨는데, 최대한 잘 설명해드렸더니 ‘그런데 왜 이걸 우리 학교 학생에게 보내냐’라며 말씀하셨어요. 곤란한 상황이었죠. 그 선생님은 청소년 피임권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왜 굳이 내 주변의 문제가 되어야 하는가에 집중하셨어요. 청소년 성 문제에 대해 공감해도 그 문제를 직접 겪는 것은 거부하는 셈이죠.


 

 

EVE의 가치지향을 살펴보니, 종의 평등을 추구하며 동물실험을 반대해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환경보호, 비거니즘 등의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는 요즘, 동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사회적 흐름에 동참하는 데 여러 노력을 기울이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어떤 방법을 통해 대체 시험을 개발하고 동물의 희생을 줄이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비거니즘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가 아직 동물실험의 대체실험법을 개발한 상태는 아니에요. 동물실험을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점점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험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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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과 관련된 제품 중 하나가 성 윤활제인데요. 미국에서는 성 윤활제를 의료기기처럼 간주하여 품질 관리를 하고 있어요. 의료기기로서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동물실험이 필요하므로, 동물실험이 필요 없는 새로운 대체실험법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컨소시엄이 만들어졌어요. 동물보호단체와 연구 기관이 협업하여 만들어진 컨소시엄으로, 우리 기업뿐만이 아니라 성 윤활제를 제조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가입되어 있어요.


환경보호의 측면에서는 택배 완충재를 종이로 된 것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저희가 사용했을 때는 신문물에 가까웠는데, 요즘은 많이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보통 콘돔 패키지를 비닐로 포장하는데 저희는 스티커로 실링을 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그리고 친환경 종이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회사의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을 추적하여 감축 계획을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EVE의 브랜딩을 보면, 디자인이나 모델 선정 측면에서도 특별한 점이 눈에 띕니다. 콘돔 브랜드 최초로 성소수자를 모델로 기용하여 룩북을 제작하거나, 성적 자극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몸의 형태와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러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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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EVE에서는 사람을 모델로 활용하지 않았어요. 알로에가 들어간 제품이 있다면 알로에 사진만을 활용해서 사진을 찍고 브랜딩을 했죠. 그 이유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어떻게 몇몇 사람의 모습으로만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때문이었어요. 우리는 모두의 성적 건강과 권리를 지지하고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그 다양한 모습을 모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찾은 결론은 ‘사람이 아닌 것들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자’라는 것이었죠. 그렇지만 고민이 해소되지는 않더라고요.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인간의 모습으로 보여줄 방법을 찾다가, 실험적인 도전을 해보게 된 것이죠.


결국, 2020년에 결과물이 나왔어요. 결론적으로 열 분의 모델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데 시각적인 이미지가 잘 전달되는지에 중점을 뒀어요. 사회 규범상 대부분이 가지는 스타일과는 다른 스타일을 찾으려 했죠. 보통 모델을 선정할 때 몸매를 많이 보잖아요. 기존의 몇몇 콘돔 브랜드에서는 고착된 여성의 이미지를 추구하죠.

 

저희는 그런 것에서 최대한 탈피하려고 했고, 다양한 몸매의 사람들을 모델로 선정했어요. 주로 젊은 연령대이긴 했지만, 중년이신 여성 모델도 섭외했죠. 그리고 저희는 실제로 연애 중이신 퀴어 모델을 섭외하기를 원했어요. 그분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형태가 중요한 시각적 메시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여러 커플에게 연락했고, 그중에서 실제로 유튜버 활동을 하시는 커플과 작업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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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자연스러움이에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꾸밈없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도 편안하잖아요. 저희는 그런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성관계를 추구해요. 그래서 화장기가 없는 얼굴을 담으려 했죠. 실제로 보면 색조 화장을 거의 하지 않으셨어요. 모델분들의 포즈를 연출할 때도 저희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저희가 월경 용품도 판매하다 보니, 여성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요. 기존 미디어에서 여성이 등장할 때는 주로 성적인 요소들과 함께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지고는 했죠. 그래서 저희는 EVE가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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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편견에 갇히지 않고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리를 벌리고 거울을 보는 여성을 카메라에 담았어요. 성적 대상화가 되어 있지 않은 이미지를 추구했죠. 표정과 자세를 민감하게 조절하며 연출했고 모델에게 저희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며 소통하려 했어요. 진정성 있게 준비하고 진행했죠. 제가 봤을 때 그 사진에 저희의 이미지가 잘 담겼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EVE는 기존의 동종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개발하고, EVE만의 방향을 모색해왔는데요. 새로운 제품을 접한 소비자층의 반응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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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가 2015년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요. 저희 제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계속 좋아해 주세요. 새로 유입되는 고객층도 계시고요. 저희의 가치지향을 이유로 구매하시는 분도 많지만, 저희 제품이 건강한 제품임을 확인하고 그 안전성을 확인한 후에 이를 사용하고 싶어서 구매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EVE에서는 건강한 상품을 개발한다는 것, 그 점이 굳건한 소비자층을 유지하는 이유라고 판단해요.


 

 

향후 EVE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떻게 기업의 외연을 확장하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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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는 모두의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하는 브랜드에요. 그래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려 노력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기업을 운영하고 제품을 제조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과 ‘사회적 영향’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목표와 실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 본 인터뷰는 대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했습니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주)인스팅터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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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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