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버거운 삶을 극복하게 해 주는 뮤지컬 넘버들 [공연]

글 입력 2021.04.07 11: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바야흐로 봄, 만물이 생장하는 계절이다.


물론 지금 막 피어오른 봄꽃들처럼 모든 것들이 싱그럽게 피어날 수는 없는 법.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많은 학생들을 괴롭히는 중간고사 기간 역시 어김없이 찾아왔고, 한 해가 넘도록 우리를 괴롭히는 전염병 역시 수그러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또 많은 이들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각자의 고민들로 인해 가슴이 타들어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여전히 살아가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당신을 응원한다.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그 상처가 단단히 아문 후에 그 위에 지금보다도 더 화려한 봄의 시작을 알릴 작은 새싹이 돋아나리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당신을 위해, 이 여정을 도와줄 뮤지컬 속 5곡의 넘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의 위기 앞에서, 극 중 등장인물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5가지의 다채로운 메시지를 담은 넘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1.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I Will Wait, I Will Wait, I Will’



 

하지만 더 이상 남의 뜻대로 내 인생 흘러가게 하지 않아

내가 가고 싶은 곳 가서 닫힌 문 열고 말 거야

I Will Wait, I Will Wait, I Will 저 문이 열릴 때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조쉬 코헨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 ‘엄마의 나라’인 한국에 첫 발을 디디게 되고, 수소문 끝에 엄마가 살고 있다는 목포까지 찾아간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만난 외삼촌은 엄마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조쉬를 만나고 싶지 않아한다고 이야기하며, 이대로 그냥 돌아가라고 말한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조쉬는 ‘저 문이 열릴 때까지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라고 결심하며 한동안 서울과 목포를 꾸준히 오가고, 결국 그토록 꿈꿔오던 엄마라는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크기변환][포맷변환]에어포트베이비.jpg

(출처 : 포킥스 엔터테인먼트)

 

 

여기서의 조쉬의 목표는 저 문을 여는 것, 즉 ‘엄마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의 존재와 같은 것이 비단 조쉬에게만 있을까. 그 누구에게나 여기서의 문과 같이 끊임없이 갈망하고, 두드리며, 마침내 열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분노일지 아쉬움일지 모를 감정을 토해내며 거세게 문을 두드리는 조쉬의 모습은 흡사 각자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향한 강한 그리움과 열망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비록 지금은 굳게 닫혀 있는 듯 보여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면 언젠가 그 문은 열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감동적인 넘버다.

 



2. 시간이 흐르는 대로

뮤지컬 <고스트>, ‘Nothing Stops Another Day'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겨울지나 봄은 오니

그 어떤 어둠이 와도 내일은 다시 찾아올 거야



극 중 몰리는 사랑하는 연인인 샘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운다. 샘이 죽는 극의 1막 초반 장면부터 이 넘버가 나오는 2막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몰리를 맡은 배우의 눈가는 그야말로 마를 새가 없다.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인인 샘의 상실이 그만큼 컸던 탓일 테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한 상실은 일면 너무나 사소한, 그러나 명백한 자연의 섭리 앞에서 이내 서서히 해소된다.

 


[크기변환]20545_25620_4146.jpg

(출처 : 신시컴퍼니)

 

 

사랑하는 연인이 죽고 아무리 큰 슬픔이 자신을 덮쳐 와도 변함없이 돌아가는 세상과 어김없이 뜨는 태양 앞에서, 비로소 몰리는 눈물을 거두고 밝은 얼굴로 내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몰리를 깊은 심연에서 꺼내주었던 것은 무언가 거창한 것이 아닌, 그저 가슴에 손을 대면 들리는 심장소리, 겨울지나 오는 봄과 같은 당연한 것들과, 이 당연한 것들을 포착할 수 있게 하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때로는 그저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만이 필요한 이유다.

 



3. 나를 위한 주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끝까지 끝은 아니야’



 

끝이라 생각한 순간 항상 찾아왔던 시작

그러니 포긴 말아 끝까지 끝은 아니야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어느 아파트에 사는 헬퍼봇6 클레어. 어느 날 갑자기 충전기가 망가져버리고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헬퍼봇으로서 가장 치명적인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특유의 침착함을 유지하며 이야기한다.

 

끝까지 끝은 아니며, 그러니 걱정 말라고. 극 중 로봇으로 설정된 캐릭터인 클레어 역 배우 특유의 사랑스럽고 엉뚱한 목소리가 마냥 귀엽고 발랄하게 느껴지는 곡이지만, 실상 이 넘버는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온갖 크고 작은 위기상황의 배경음악으로 훨씬 적합한 곡이다.

 

 

[크기변환][포맷변환]어쩌면 해피엔딩.jpg

(출처 : CJ ENM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와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되뇌는 자신만의 주문과도 같은 말이 되었다.

 

클레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가지지 않은 헬퍼봇일 뿐이지만, ‘끝까지 끝은 아니다’라는 이 넘버의 제목이자 첫 구절이 클레어 역을 맡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왠지 모를 친밀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어쩌면 ‘인간의 주문‘인 이 넘버가 흘러나오는 극의 초반부부터 그녀가 일반 로봇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존재였음을 일찍이 알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4. 잠시 쉬어가기

뮤지컬 <인 더 하이츠>, ‘Breathe'



 

가슴 펴고, 숨 한 번 쉬고 다 괜찮아 괜찮아

늘 하던 대로 ‘걱정 마, 날 믿어요’라고 말해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 뉴욕 맨해튼 북서부의 하이츠. 역시 하이츠 출신으로 그곳에서 운수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둔 니나는 그곳에서 손꼽히는 우등생으로, 무려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 매우 우수한 소녀다. 그러나 니나는 어느 날, 학업을 포기하고 돌연 하이츠로 돌아오게 된다.

 

그 누구도, 어쩌면 자신도 차마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한 니나에게 이 모든 과정이 순탄했을 리 없다. 가사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니나가 자신을 ‘다 실패한 아이’로 지칭한 것이나, ‘날 믿는 아빠에게 뭐라 말해야 하나’라며 고민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크기변환][포맷변환]인더하이츠.jpg

(출처 : 뮤지컬 인더하이츠 공식 페이스북 계정)

 

 

그러나 니나가 선택한 방법은 모두가 으레 생각하는 것처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도, 용감하게 덤벼드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가슴을 펴고 ‘숨을 한 번 크게 쉬는 것’이었을 뿐이다.

 

그렇다. 본격적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기에 앞서 때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히려 숨 한 번 들이쉬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특히나 니나처럼 지금까지 달려 나가기에만 바빠 숨 쉬는 것의 의미를 잊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한 번의 숨고르기는 그 무엇보다 달콤한 충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 더 이상의 고민은 없다, 남은 건 확신 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나의 길’



 

나의 길은 내가 선택해 내 운명을 거부하겠어

정해진 길은 없어 내가 가는 곳에서 어디든 당당히 외칠 거야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해 간절했던 고민은 끝났어

정해진 이 삶에서 벗어나길 다짐해 지금 난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가

 


이 극의 주인공 중 한 명인 18세 소녀 ‘진’은 아버지인 ‘홍국’과 대척점에 선 골빈당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억압된 세상에 맞선다. 하지만 아무리 품은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녀는 아버지는 결국 악인이지만 곧 하나뿐인 가족이기도 한 시조 대판서 홍국. 이와 같은 ‘홍국’의 딸로서의 역할과, 그 뜻을 같이하는 골빈당의 일원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진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이 넘버, <나의 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크기변환][포맷변환]외쳐조선.jpg

(출처 : PL엔터테인먼트)

 

 

그러나 넘버의 말미에서, 위 가사에서도 적혀있듯이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길, 즉 ‘나의 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개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도입부에서의 수심 가득했던 진의 얼굴이 ‘나의 길을 찾아 나아가’라는 마지막 소절에 이르러서는 환한 확신의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바뀌는 장면에서, 우리는 진이 비로소 긴 방황을 끝내고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강한 믿음을 획득했음을 알 수 있다.

 

3분 30초 정도의 짧지만 강하게 압축된 이 곡의 서사가 진이와 같이 고뇌하는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명함.jpg

 

 

[강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