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엄과 가능성을 찾아 떠난 여정 - 피넛 버터 팔콘

글 입력 2021.04.0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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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좋은 메세지들이 담긴 영화를 한편 보았다. 바로 2021년 4월 7일 개봉 예정인 영화 「피넛 버터 팔콘」이다.

 

[가족도, 돈도 없이 요양원에 버려진 잭. 그는 다운증후군이 있다. 레슬링 학교에 가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던 어느날, 잭은 함께 사는 칼 아저씨의 도움으로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요양원을 탈출한다. 한편 삶에 지쳐 현실로부터 도망친 타일러는 우연히 잭을 만나게 되고, 둘은 계획없는 로드트립이라는 동행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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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 ①

잭과 타일러의 관계 및 감정선의 변화


 

잭은 타일러와 함께 목적없이 무작정 길을 떠나는 과정에서, 먼저 그에게 손을 내민다. "I want you to know me"라며. 즉 잭은 타일러가 자신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윽고 자신은 '다운증후군'이 있음을 설명한다. 그러나 타일러의 반응은 냉담하다. 타일러는 잭에게 관심없다며, 제발 "타일러" "타일러" "타일러"라고 그만 좀 외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잭은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계속해서 "타일러"만 불러댄다.

 

그러나 타일러와 잭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서로에게 가까워진다. 영화 대사에 따르면, "기분이 열라 좋을 때" 둘이 하는 동작도 만들고, 그들만의 규칙도 세운다. 그들이 동행한 최초의 이유는 길을 잃은 잭이 우연히 타일러를 만나 그의 도망을 함께하는 것이었는데, 이후 둘의 관계가 좁혀지며 새로운 목적이 생긴다. 바로 잭의 히어로 '솔트 워터 레드넥'이 운영하는 레슬링 학교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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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의 됨됨이를 알게되기 시작하며 둘 사이의 신뢰와 우정은 두터워진다. 잭이 가족들에게 버려진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신을 자책할때, 타일러는 그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너는 천성이 착한 사람"이라고 진심을 담아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

 

또한 잭이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임을 말해준다. 잭 또한 타일러를 만난 처음부터 친구가 되기를 원한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진심이 된 타일러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전한다.

 

느리고 더딘 잭을 귀찮아하던 타일러가 그의 순수함과 진정성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자, 타일러는 잭이 지닌 가능성의 한계를 미친듯이 확장하도록 돕기 시작한다. 잭과 로드트립을 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체력 단련도 하고, 해가 뜨나 비가 오나 잭과 같이 가는 길을 온 몸 그 자체로 만끽한다. 제약은 있을지언정 한계는 두지 않는 그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지금을 느끼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온 열정을 다한다.

 

특히 타일러는 잭에게 "What's your name"이라고 물으며, 두려울 때는 제 2의 자아를 만들어 거침없이 직진하기를 권했다. 타일러의 열화와 같은 응원으로 잭은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뚫고 무아지경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관람포인트 ②

잭의 담당 요양사 '엘리노어'의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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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이 요양원을 탈출한 이후, 그의 담당 요양사 엘리노어는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그를 찾으러 다닌다. 그러던 중 우연히 타일러를 만나게 되고, 잭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의 행방을 묻지만 타일러는 능청스럽게 그와의 동행 여부를 알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엘리노어는 잭과 타일러가 전날 밤새워 놀았던 바닷가에 도착한다. 그녀는 실은 잭과 동행했던 타일러에게 분노하며, "잭은 얼른 요양원으로 돌아가 보호를 받아야 한다"라며 잭을 데려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타일러는 그녀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잭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냐"라며. 잭이 평생 감옥같은 곳에 갇혀 억압받기만을 바라는건지 되물었다. 그러나 극적인 타이밍에 잭은 엘리노어의 요양원 차키를 바닷가에 던져버린다. 이윽고 엘리노어의 로드트립 합류가 시작된다.

 

엘리노어는 자유를 만끽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타일러, 그리고 잭을 바라보며 생각의 전환에 다다른다. 보다 가볍게, 보다 자유롭게, 보다 산뜻하게 '지금'을 즐기고 진정한 평화를 함께 누린다. 그 과정에서 잭과의 신뢰도 더욱 두터워지고 타일러와는 따뜻하고 간질간질한 사랑의 감정을 교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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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타일러와 엘리노어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며 "우리 가족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라고 외친다. 잭의 말대로 엘리노어의 합류로 인해 세 명의 여정은 하나의 가족처럼 더욱 온전하고 안정된 결을 지니게 된 것이다. "가족은 선택할 수 있다"라는 영화 초반의 대사와 같이, 그들은 '선택'따라 가족과도 같은 삶을 동행하게 된 것이다.

 

 


관람포인트 ③

잭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



세 명은 잭의 꿈을 이루기 위해 '솔트 워터 레드넥'이 운영하는 레슬링 학교로 향하는 여정을 지속한다. 그러나 그 여정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제약들이 그들을 덮친다. 타일러와 잭이 만든 나무배가 불타버리거나, 잭을 요양원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라는 압박 전화가 걸려오는 등 '포기'를 유인하는 장애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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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고, 타일러와 엘리노어는 잭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끝까지 열정을 다한다. 엘리노어가 우연히 들린 식당의 종업원에게 잭의 히어로 레슬러 '솔트 워터 레드넥'의 거주지를 물어보고, 그로 말미암아 실제로 잭의 히어로가 살고 있는 집에 끝끝내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히어로는 화려하고 기세등등한 '솔트 워터 레드넥'이 아닌, 은퇴한 후의 평범하고도 소박한 '클린트'으로 나타난다. 예상을 전혀 벗어난 모습에 타일러와 엘리노어는 당황했지만타일러는 클린트에게 잭이 그를 영원한 우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진솔하게 전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제 요양원으로 돌아가려던 참, 신은 그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찬스를 건넸다. 바로 '클린트'가 다시 '솔트 워터 레드넥'의 모습으로 꾸미고 잭과 그의 일행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레슬링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클린트는 잭을 위해 레슬링을 가르쳐주고 그를 위해 레슬링 경기에 참가하는 기회까지 가져다준다.

 

결국 잭은 자신의 제 2의 자아이자 이름인 '피넛 버터 팔콘'으로 작은 레슬링 경기에 출전하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최고의 잠재력을 발산하며 경기에서 승리한다.

 

*

 

이 영화는 '본질'을 진실로 맑고, 순수하게 그린 작품이다. 본질이란 국어사전에 따르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이란 의미를 담는다. 영화 「피넛 버터 팔콘」은 순수한 목적의식과 열정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만으로 사랑과 꿈을 모두 이뤄내는 '기적'같은 영화다. 그리고 한 인간이 지닌 한계없는 가능성과 잠재력인 '본질'을 인정하고, 이를 그대로 드러내는 보석같은 작품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부사가 있었다. 바로 'Nevertheless'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이다. 다운증후군을 지닌 '잭'이 그를 편견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타일러'와 함께 만나면서, 가족과 요양원이 가둬놓은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로웠다. 마치 지구를 탈출하는 우주선의 폭발적인 힘과 같은 위력으로 잭은 다운증후군이라는 낙인에서 박차고나와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함께 동행하는 타일러와 엘리노어도 점차 자연에 의해, 잭에 의해 치유되며 한걸음 더 성숙해지는 변화를 맞이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의 부제목이 '삶의 끝에서 만난 기적'인 이유가 있다. 더 떨어질 곳도 없는 막다른 삶의 길에서 세 사람이 피워낸 희망과 사랑은 한계를 뛰어넘는 위력이 있었다. 즉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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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여정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가치는 바로 '믿음'과 '사랑'이었다.

 

불확실한 앞날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일단 믿음으로 주어진 길을 가보는 것. 반드시 꿈의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라는 믿음.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랑. 잭과 타일러, 그리고 엘리노어가 함께 이뤄간 이 가치들은 불완전한 그들을 서로 보완하고 보듬게 했다.

 

필자는 무엇보다 이 영화가 '다운증후군'을 지닌 잭을 조명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타일러가 잭을 수용하고 지지하는 모습은 요양원에서 잭을 가두고 그의 가능성을 완벽히 제한하는 것과는 상반된 특성을 띠고 있었는데, 이 부분으로 하여금 책 '사람,장소,환대(김현경)'의 한 인용구를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사회 안에 자리/장소가 없는 사람, 사회의 바깥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 나서줄 제삼자를 갖지 못했기에, 사적 관계 안에서도 자신의 자리/장소를 지킬 수 없다.


- 「사람, 장소, 환대」 p. 203


 

하지만 절대적 환대가 타자의 영토에 유폐되어 자신의 존재를 부인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 그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자리를 주는 일, 즉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회 안에 빼앗길 수 없는 자리/장소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러한 환대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환대는 실로 우정이나 사랑 같은 단어가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이다.


- 「사람, 장소, 환대」 p. 204

 

 

잭은 요양원에서 사는 동안 그의 자리와 장소를 지킬 수 없었다. 언제나 그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남들에 의해 사적 공간을 침범받고 그 스스로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었다. 즉 잭은 자신이 지닌 자리 또는 장소가 없는 자였다. 그러나 타일러를 만나고, 그는 난생 처음으로 '절대적 환대'와 '우정'을 경험하게 된다. 잭에 대한 타일러의 무조건적인 인정은 그를 온전한 인격체 그 자체로 존중하는 최초의 손길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이 영화가 삶과 인간의 본질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느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매정한 사회는 결함이 있다고 생각되는 인간의 존엄성은 쉽게 망각하며, 그들을 조종하고 기만한다. 잭의 자유와 잠재성을 완전히 부정한 요양원이 그렇다. 그러나 타일러와 만난 잭, 잭과 만난 타일러는 이 규범을 저항했고 부정했다. 그리고 그들의 존엄과 가능성을 찾아 떠났다. 그 결과 값진 자아실현과 목표에의 달성을 이뤄냈다.

 

 

명예는 그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지만, 존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존엄의 관념은 위계를 부정하고 우리를 평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평등은 벌거벗은 인간들의 평등, 역할의 갑옷을 벗고 사적인 공간으로 물러난 고독한 개인들의 평등이다. 그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규범에 저항한다. 그러나 그 자유는 좌표의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르고서만 얻어질 수 있다.

 

- 「사람, 장소, 환대」 p.96

 

 

위의 인용에서 일컫는 바처럼 잭과 타일러는 자유를 갈망하며 규범에 저항했다. 그 결과 좌표를 상실했다는 대가를 치르는 대신, 자유와 도전이라는 막강한 도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도구로 '삶에 끝에서 만난 기적'을 피워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도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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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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