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에게 '반전'을 선사할 이야기 - 하루 5분, 명화를 읽는 시간

글 입력 2021.04.0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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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한 분야에 관한 깊은 지식을 담은 책을 읽는 것은 결코 쉬운 행위가 아니다. 특히 본인이 해당 분야에 관심이 없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이 책은 약간의 부담감을 가진 책이었다. 미술에 전혀 문외한인지라 소위 말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책,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도전이자 호기심이었다. 미술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서 하는 도전인 동시에 ‘하루 5분’이라는 콘셉트가 미술에 낯섦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거부감의 벽을 허물어 줄 수 있는지에 관한 호기심. 그 결과 도전은 성공적이었고 호기심은 좋은 방향으로 해소되었다.


‘반전 가득한 명화 이야기’답게 반전의 주제에 따라 10개의 장으로 크게 분류된다. 주제마다 약 10점의 작품이 속해있으며, 책에서 설명하는 작품의 수는 100여 점이 넘는다. 사실 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 모두 담긴 책을 집필한다면 아마 책 한 권을 통째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비하인드’만을 다루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가벼운 이야기로만 1~2페이지 분량으로 채워진다. 게다가 모든 작품의 삽화 덕분에 수월한 이해는 물론이고,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리 읽어본 사람으로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읽다 보면 가볍게 넘어가는 책장에 매료돼 매번 5분을 훌쩍 넘기게 될 것이다.

   

 

   

밤이 아니라 낮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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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판레인 <야경>

 

 

앞서 언급했듯, 필자는 정말 미술과는 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서양 미술에 관한 교양 수업을 두 가지나 수강한 전적이 있다. 사족이지만 단순한 학구열보다는 많은 교양수업 중 문화예술 영역에 해당하는 수업을 듣겠다는 의지로 신청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몇몇 작품은 유명해서가 아니라 배웠던 작품이라는 이유로 반가움이 일었다. 그 중 하나가 렘브란트의 <야경>이다.

 

당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책 속의 이야기를 대조했더라면 더욱 완성도 있는 글을 작성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2~3년이 지난 터라 그럴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기억은 교수님의 설명 중 본 작품의 실제 배경이 밤이 아니라 낮이라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 <야경>을 통해 명암법이 널리 알려진 만큼 명암법에 관한 내용과 화가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뤘었다. 그래서 필자에게 <야경>의 배경이 밤이 아닌 낮이라는 사실은 첫 장부터 책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멀리서 보여도 밤을 연상케 하는 어둠은 실제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다. 그저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표면에 바른 니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검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낮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마치 의도적으로 밤의 한 장면을 그린 듯 보이는 것이다. 또한, 실제 배경이 낮이라는 사실은 제목 역시 <야경>이 아님을 뜻한다. 이 작품의 진짜 제목은 <프란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방위대>이다. 어두운 배경 덕분에 명암법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 작품이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 조금은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발작의 틈새를 그림으로 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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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야경>이 제목에 대한 반전이라면 <별이 빛나는 밤>은 화가에 대한 반전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저명한 화가이다. 고흐가 정신 분열을 일으켜 자신의 귀를 자른 일화는 대부분의 사람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릴 당시의 정신 상태에 관해서도 아냐고 묻는다면 모두 고개를 젓지 않을까.

 

고흐는 ‘광기의 화가’라는 별명을 소유했지만 실제로 발작을 일으켰을 때는 절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고흐는 자신에게 오는 발작 주기를 파악해 다음 발작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렸다. 제한된 시간 안에 원하는 바를 완성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감정들은 여과 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5초 안에 긴 문장을 받아쓰기하면 휘날린 글씨에서 다급함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넘실넘실 물결치는 듯한 역동적인 붓놀림과 강렬한 색채, 대담한 형태는 곧 닥칠 발작이 오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당시의 긴장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작품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이 봤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한 번도 그림 속에서 긴장감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감상평이라고는 네덜란드의 밤하늘은 이런 모습인 건가, 물결치는 배경은 구름을 나타낸 걸까, 밤하늘치고는 하늘의 묘사가 되게 생기 있네, 이 정도였다. (어디까지나 미술에 문외한 필자의 감상평일 뿐이다) 그러나 고흐의 뒷이야기를 알게 된 후 다시 마주한 작품은 조금 생경했다. 발작하게 될 자신을 알기에 어떻게든 정신 상태를 제압하며 맹렬한 기세로 붓을 휘날렸던 흔적이 그때의 긴장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어떤 감상평을 남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고흐가 이를 그리게 된 배경을 알게 된다면 아마 필자처럼 본 작품을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

 

100여 점의 작품 중 필자에게 충격을 선사한 작품과 널리 알려진 작품, 두 가지를 대표로 소개했지만 이것 말고도 독자들에게 흥미와 충격을 안겨 줄 작품은 무수히 많다. 여태 알고 있던 사실이 허구임을 알았을 때, 마치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에서 반전이 밝혀지던 순간 느꼈던 심리적 쾌감이 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만약 수업처럼 작품의 역사와 부연 설명이 주를 이뤘다면 절대 완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하루 5분’이라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읽는 도중 지루한 감이 들어도 망설임 없이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어차피 5분 이상을 읽었으니 할당량은 채웠다, 하는 괜한 뿌듯함 덕분에 말이다. 재미있는 점을 하나 말하자면, 이 책을 머릿속에 넣고 난 뒤에는 자신만의 ‘알쓸신잡’이 하나 늘어날 것이다. 저자 역시 “게다가 어디 가서 ‘그림 좀 안다.’ 하는 잘난 척도 할 수 있다!”라며 자신 있게 말한다. 자신의 잡학 다식 범위를 늘리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약 300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책을 읽는 무게가 절대 무겁지만은 않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공평하고도 가벼운 무게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미술이 낯설더라도, 자신과는 다른 세계 같다고 생각할지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감 없이 책장을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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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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