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흰 눈이 기쁨되는 날 [음악]

봄날에 어울리는 7공주의 Love Song(러브송)
글 입력 2021.04.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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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린 시절에 가장 즐겨듣던 노래가 있다. 바로, 컬러링 베이비 7공주의 <러브송>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생년월일이 2000년 초반까지인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다. <러브송>은 2004년의 국민 겨울송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의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다.

 

 

흰 눈이 기쁨 되는 날~

흰 눈이 미소되는 날~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우리의 사랑 축복해

 

- 7공주 <러브송> 中에서

 

 

사랑스럽고 귀여운 목소리로 마음을 녹이던 7공주는 '컬러링 베이비'라는 이름으로 2004년 1집 앨범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발매했다. 필자의 경우 그 당시 또래 언니들인 7공주의 앨범을 매우 좋아해 비디오테이프까지 사서 종종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다.

 

기억에 남기로 7공주는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오는 <러브송>의 안무를 어여쁘게 추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인 어린이들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발을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동년배인 필자가 보아도 심금을 울렸다. 마치 소복하게 쌓인 눈과 같은 그룹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는 <러브송>의 가사처럼 세상에 ‘흰 눈’처럼 기쁘고 벅찬 일만 가득하진 않았다. 한 해 두 해씩 지나며 7공주의 멤버들이 각자 성장하자 더이상 '컬러링 베이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어려웠다. 잦은 멤버 교체와 탈퇴로 인해 2009년을 마지막으로 7공주는 더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필자 또한 그들의 노래에 감탄하고 그들의 명곡들을 매일 따라 부르던 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사춘기가 열병처럼 찾아왔던 시기를 맞이하면서, 또 사회에 나와 몇 번의 쓴맛을 경험하면서는 이 세상이 마냥 순수하고 밝기만 한 <러브송>같은 곳이 아님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그 노래를 들었던 때가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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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어제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그 노래가 떠오른 것이다! 그 계기는 만개한 ‘벚꽃’ 때문이었다. 벚꽃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서, 팝콘처럼 풍성하게 피어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중에 문득 <러브송>의 가사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가사의 의미를 해석하고자 생각에 빠졌다. 머릿속에는 이미 <러브송>이 재생된 채 말이다. 그리고 눈앞에는 벚꽃이 기쁨이 되고, 미소가 되고, 땅으로 춤추며 떨어지는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의 의미를 곱씹었다.

 

'이 가사는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의 기쁨도 이야기하지만, 흰 눈이 떨어지고 난 그 자리에서 꽃들이 피어나 큰 기쁨을 주는 오늘의 봄날도 이야기하는 것 같아!'

 

"흰 눈이 미소되는 날"도 흰 눈이 펑펑 쏟아진 자리에 하얀 꽃잎이 미소를 짓는 오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또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는 흰 눈이 떨어지는 모습 그 자체를 표현했을 수도 있지만, 흰 눈이 머금은 그곳에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7공주의 1집 앨범 [겨울... 봄, 여름, 가을]은 사계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보통 사계절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말하는 반면 7공주의 앨범은 '겨울'을 먼저 일컫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겨울...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봄은 겨울에서 비롯된 소중한 산물로서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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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송의 가사 중에는 아래와 같이 참으로 밝고 긍정적인 말이 많다.

 

 

아주 조그만 행복도

늘 팝콘처럼 부풀길

 

때론 힘겨울 시간도

희망 안에서 잠시길

 

 

아주 조그만 행복일지라도 그 행복을 충분히 익히고 데워서 팝콘처럼 펑-하고 부풀기를. 때때로 다가올 힘겨운 시간도 먼 훗날의 웃을 날을 기약하며 희망 안에서 잠시기를.

 

위의 가사가 의미하는 바가 벚꽃의 탄생에 참 어울린다고 느꼈다. ‘아주 조그만 행복’이란 벚꽃이 피어나기 전의 싹을 말하는 것이고, ‘팝콘처럼 부풀길’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결국 봄날에 벚꽃이 만개한 풍요로운 모습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한편 ‘때론 힘겨울 시간’은 봄이 오기 전 가장 추운 겨울날의 한파처럼 꽃에게는 시련과 고난의 때를, ‘희망 안에서 잠시길’은 겨울이 지나고의 따뜻한 봄과 같은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꼭 잡은 두 손에

아주 소박한 약속을

모두 다 모아서 간직할 거야 oh~

 

 

두 손을 꼭 잡고, 그 안에 ‘아주 소박한 약속’을 ‘모두 다 모아서’ ‘간직’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다짐인가. 욕심과 욕망에 눈멀어 맺은 거창하고 대단한 약속보다 작고 소중하지만 아주 소박한 약속이 더 빛나 보인다. 그 이유는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아주 소박한 약속이 사랑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이 시절에 <러브송>을 들으며 이 곡이 완벽하게 어린이를 위한 동요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이 노래를 다시 회상하고 들으니 이 노래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어울리는 곡이라고 느낀다. 노래가 담고있는 스토리는 단순히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허황된 앞날만 희망하지 않는다. 대신 다가올 고난과 역경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사랑하자는 교훈을 말해준다.

 

조금 오글거려도 7공주의 <러브송>을 다시 듣고 있자니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신지예.jpg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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