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만의 방구석 콘서트 -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글 입력 2021.03.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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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하든 하기 ‘직전’의 순간을 즐기는 편이다.

 

<어린 왕자>에서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할 거야.”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 전부터 난리를 피웠다. 여행을 가도 아침 일찍 공항에 가는 그 과정부터 설레고, 행사를 가면 행사 장소에 가는 차 안에서부터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람이다. 이런 내게 특히나 콘서트라면, 콘서트 전날부터 심장이 벌렁거려 콘서트 장에 도착해서는 벌써 진이 빠져 온 몸이 너덜거릴 정도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공연계가 거의 멈춘 현재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최근에는 온라인 콘서트로 다시 공연을 볼 기회가 많아졌지만, 나는 비대면 콘서트에 회의적인 사람이었다. 직접 콘서트 장에 간다면 ‘집-교통수단-콘서트 장-교통수단-집’이라는 과정에서 공연 시작 전부터의 설렘, 공연에서의 벅참, 끝나고 나서는 그 후유증까지 흠뻑 즐기는 사람으로, 콘서트 직전까지 집에서 누워 있다가 컴퓨터로 접속만 해서 보는 비대면 콘서트가 과연 대면만큼 즐거울까 하는 의문이 훨씬 컸다.

 

예컨대 온라인 콘서트가 집에서 본방송으로 보는 <유희열의 스케치북>과의 차이점이 있는지에 관한 의문 말이다.

 

 

[크기변환]캡처.JPG

 

 

고백하자면, 나는 이소라의 온라인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할 때까지 기대와 걱정 반이었다.

 

분명 나와 전혀 반대인 관객도 많을 것이다. 특히 음악 감상 자체에 의의를 두는 관객이라면 오히려 온라인 콘서트가 반가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콘서트라는 게 좋아하는 공연자의 무대를 직접 본다는 것에서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단순히 설레는 마음으로만은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콘서트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 우려가 사라졌다. 콘서트 직전까지 우물쭈물하던 사람은 없어졌다. 거의 증발했다는 게 옳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공연 한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소라의 온라인 콘서트에서는 공연 전까지 내가 떠올렸던 의문을 가수와 함께 공유했다. 공연자 역시 비대면 콘서트를 경험할 일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고서야 없었을 것이다. 이소라 역시 이전 콘서트가 취소되고 온라인 콘서트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소라는 관객 없이 노래 부르기가 쑥스러워 팬 한 명을 앞에 두고 노래를 부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소라의 공연을 보는 수많은 관객의 정체성이 그 팬 한 명으로 대표되는 것처럼 느꼈다. 심지어 그 팬은 십 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의 콘서트에 모두 참가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익숙하지 않은 콘서트에서 그 감상을 공연자와 함께 공유하는 경험은 진귀하다. 그리고 그에 관한 진심을 팬과 함께 한다는 것에서 이소라의 온라인 콘서트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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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소라의 곡을 찾은 날은 대게 행복하지 않을 때였다. 예전에 한 팬이 이소라의 앨범 리뷰로 “힘들 때만 찾아서 미안해요.”라고 글을 남겼던 것처럼 말이다. <바람이 분다>나 <제발>, 같은 곡을 들을 때는 더욱더 그랬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잘 아는 듯 이번 온라인 콘서트에서는 ‘위로’와 ‘치유’를 다루었다.

 

‘위로’와 ‘치유’의 주제에 맞게 첫 곡은 <신청곡>으로 열었다.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 가슴이 답답한 밤에 나 대신 울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라는 가사가 마치 콘서트를 기다려 온 관객들을 향하는 말 같다. 상대적으로 다른 곡들에 비해 최신곡인 만큼 시작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유독 짧은 60분이 지났다. 이소라의 노래를, 힘들지도 않는 이 시기에, 아무렇지 않게 이소라의 곡만을 한 시간으로 듣는 건 처음이다. 사실 이소라의 곡을 듣고 슬픈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하는 내가 싫을 때가 있었다. 몰입을 넘어 과몰입하게 되는 노래가 많다보니 그 슬픔이 가끔은 벅차 의식적으로 이소라의 곡을 피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유독 힘들지만은 않은 날에, 콘서트 직전의 설렘도 없이 바로 맞이한 이소라의 콘서트에서는 나는 감정 과잉 상태에 들지 않았다. 옛날 일을 떠올리지 않고 온전히 화면 속 공연자에게 집중하기가 좋았다. ‘집-교통수단-콘서트 장-교통수단-집’의 과정만을 즐기는 내게 이는 퍽 반가운 경험이다.

 

아마 ‘이소라’라는 가수의 이름만으로 우리는 수많은 감정이 들 것이다. 힘들거나, 반갑거나, 이젠 추억이거나 등등. 그 어떤 것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온전히 기대며 이소라의 온라인 콘서트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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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 STRAW MUSIC with 이소라 -



일자 : 2021.03.14

시간
오후 7시

장소 : 스트로(STRAW)

티켓가격
LIVE + VOD 33,000원 (VAT 포함)
VOD 11,000원 (VAT 포함)

주최
STRAW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60분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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