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트워크상 당신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 휴먼 네트워크

『휴먼 네트워크 (무리 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 - 매슈 O. 잭슨
글 입력 2021.03.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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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와 함께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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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제외하고 ‘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딸ㆍ아들로, 가족관계를 맺는다. 자라나면서부터는 또래 집단과 인간관계를 맺고, 취직한다면 새로운 조직의 구성원이 된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결코 배경과 환경을 배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더구나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과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발전하면서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책의 제목처럼 무리 짓고 분열하며 살아왔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개인을 연결하는 것이 간단해졌지만, 동시에 그만큼 분열되기도 하는 것이 현재의 네트워크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이 정치 집단을 형성하고,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그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네트워크의 특성부터 작동 방향, 네트워크가 형성하는 불평등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 중요해진 ‘네트워크’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현상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니, 네트워크 분석이 사회현상의 근본적인 열쇠처럼 보이기도 한다.

 

 

 

“네트워크의 구조와 영향력” (p.73)


 

우선 책에서 소개하는 네트워크의 구조와 영향력에 대해서 살펴보자.

 

도수 중심성 - 첫 번째는 ‘도수 중심성’이다. 초등학교만 가도 반에서 인기를 기준으로 아이들이 서로를 나누는데, 여기서 인기 많은 아이가 도수가 가장 높은 사람에 속한다. 네트워크의 위치에 따른 구분이다. 인기가 많은 아이에게는 연결된 링크, 즉 관계가 많기에 이 아이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크다. 반에서 인기 있는 학생이 유행하는 옷을 입었다면 다른 아이들이 점차 따라 입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대부 효과’라고 한다. 중심성이 중심성을 낳는 것이다. (p.70)


고유벡터 중심성 - 이는 연결성과 밀접한 개념이다. 단순히 친구를 많이 갖는 관계를 넘어서 ‘누구’와 친구냐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소수의 친구라도 ‘연결성’이 좋은 친구들로만 구성되었다면, 네트워크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해서 중심성이 획득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연결성 또한 중요한 중심성의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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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중심성 - 도달 범위에 따른 중심성으로, 확산 중심성은 도수 중심성과 고유벡터 중심성의 두 극단 사이에 걸쳐있다고 한다. (p.60) 네트워크상 한 사람이 미칠 수 있는 영향 범위는 각각 다른데, 확산 중심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정보를 퍼뜨리기 유리하다고 한다.


매개 중심성 - 이 중심성은 매개자의 위치에 기반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매개자일수록 정보의 확산 범위가 넓어진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과거 ‘르네상스의 대부’로 불렸던 메디치 가문이 사업적, 정치적 활동의 핵심이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근거를 들고 있다. 다른 가문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메디치 가문을 꼭 거쳐야 했기 때문에, 메디치 가문이 핵심 연결자가 된 것이다. 즉 관계의 수도 중요하지만, 매개자가 되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동종선호와 비유동성에 따른 불평등


 

2020년 5월 25일, 발생한 한 사건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는 거센 폭동 시위가 일어났다. 바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조지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라고 여러 번 밝혔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무릎으로 8분 동안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짓눌렀고, 그 체포 과정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시위의 물결이 발생했다.


미국은 1863년 노예 예방 선언을 이루었으나 이후로도 흑인차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장애인 차별은 현재에도 무수하며, 차별이 불평등을 낳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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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인간은 다르면 차별을 하고, 불평등을 만들까?

 

이는 동종선호 현상과 비유동성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동종선호 현상이란 말 그대로 서로 비슷할수록 좋아한다는 뜻이다. 동종선호는 인류의 역사상 계속 존재해왔는데, 이는 이종은 배척하려는 현상도 같이 불러왔다. 255명 학생 중 흑인과 백인이 서로 친구인 경우에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니(p.155), 동종 간의 무리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종간의 교차지점이 줄어들수록 양극화가 심해진다.


비유동성 개념은 책에서 제시한 세대 간 소득 탄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대에 걸쳐 지위가 대물림되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미국의 비유동성은 캐나다보다 2배나 높았다고 한다.(p.190) 즉 계층 간 유동성이 적을수록 비유동성이 높다.

 

저자는 불평등과 비유동성의 관계를 ‘위대한 개츠비 곡선’을 제시하면서 설명했고, 이를 뒤집어 분석했을 때 불평등이 비유동성 현상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밝혔다. (p.194) 그리고 이러한 비유동성은 네트워크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어떤 지역사회에 속해있는지, 어떤 경제적 계층에 속해있는지에 따라서 주어지는 기회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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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동종선호가 강해지면서 네트워크가 강해지고 이는 계층 간 유동성이 적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며,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여러 사상과 현실이 충돌하면서 발전해오기도 했다. 노예제도가 없어졌고, 여성의 참정권이 생겼던 사례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네트워크는 구성되고 끊임없이 연결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네트워크를 만든 주체는 '인간'인 점이다. 네트워크의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인식할 때, 집단은 성장할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이 집단지성의 힘이 될 것이고 분열이 아닌 전반적인 향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되어있으며 그중 각자의 위치는 어디일까? 이러한 질문을 하면서 소속된 네트워크의 구조를 파악하게 되고, 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삶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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