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가 질문하는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요?"

좋은 에디터에 필요한 2가지의 본질
글 입력 2021.03.1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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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친한 동기 3명과 함께 선배의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였다. 다들 오랜만에 모인 자리라 반갑고 즐거운 마음이 각자 넘쳐 흘렀고 훈훈한 말을 주고받는 동안 음식과 와인이 나왔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내며 가벼운 수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교 밖, 각자의 자리에선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돌아가며 에피소드를 풀었다. 한 명씩 주도해 대화의 주제를 자연스럽게 바꾸고, 이끌고 있던 도중 순간적으로 나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우정아 너는 그러면 에디터로 진로 방향을 잡은 거야?”

 

어렵고 당황스러운 질문이 아니었는데도 대답하기 곤란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에디터라는 직업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진중함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트인사이트에서 4개월 동안 에디터로 활동을 하면서 무언가에 대해 깊이 있게 써 내려간다는 행위 자체가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매주 한 편씩 기고하여 글이 쌓일 때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고민 또한 비례하듯 겹겹이 쌓여 올려졌다.

 

영화, 공연, 전시 등 수많은 작품들을 접했는데 보고 느꼈던 감정들이 다른 분들과 비슷한 흐름의 결과로 수렴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목마른 갈증이 났다. 욕심일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잡아내지 못한 지점에 대해 평을 하고 싶었고, 그동안 독자들이 알지 못했던 정보를 하나 더 알리는 글을 쓰길 원했다.

 

맞는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좋았다.라는 감정을 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과 비슷한 아쉬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다 이런 사실을 알아차렸다. 글을 쓴다는 행위에 싫증 나지 않고, 욕심이 나는 분야라는 걸 깨달았다. 욕심이 나니까 갈증이 나는 거고, 갈증이 단번에 해결되지 않으니까 짜증이 났던 거다. 수년을 돌아본 결과 나라는 사람은 짜증이라는 감정이 함께 동반이 돼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생겨났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글을 쓰는 시간, 행위, 과정, 결과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랑하기에 그 안에 기쁜 감정과 더불어 오만가지의 감정(짜증, 답답함…)이 함께 곁들어지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선배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러했다. 이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기에 에디터라는 직업과 한층 가까워지긴 했는데 그에 마땅히 필요한 자질이 내게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에디터라는 직업은 파우치 안에 넣어져 있어야 하는 도구들이 없으면 화장의 완성도가 떨어지듯이, 에디터가 가지면 좋은 자질들을 하나라도 빠짐없이 갖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에디터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만큼 파우치 안에 있는 도구들의 속성을 알고 있는 만큼 활용할 수 있듯이 에디터의 직업 또한 같다. 한 가지를 깊이 알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을 재빨리 탐색하고 폭넓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꼭지에서 나오는 정보들이 굉장히 많고, 가끔씩은 습득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감이 안 올 때가 많다. 그럼에도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내에 자신이 가진 통찰로 인사이트를 잘 골라 계속 읽으면서 배워야 한다.

 

정기구독하고 있는 메거진 <컨셉진>만 하더라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독자들에게 일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는 슬로건 아래 한 달에 한 번 한 주제를 엮어 에디터들의 글감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 악기, 영화, 여행, SNS, 사진, 커피 등 새롭게 독자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나열식으로도 되어있지만 글의 풍미를 진하게 올리는 것은 에디터들의 다양한 감각과 기존에 차곡차곡 모여 있던 지식들로 이뤄진다.

 

아직도 직업을 계속 탐색하고 있는 나이이지만, 분명 에디터는 내 직업 목록 안에 상위권에 올라와져있다. 그러므로 먼저 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에디터들을 잘 관찰하면서 현재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아트인사이트 에디터(현재는 컬쳐리스트)로서 채울 수 있는 지식과 교양을 꾸준히 쌓을 예정이다.

 

이처럼 좋은 에디터는 문장에 대한 스킬을 갖는 것도 큰 역량이지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느끼는 바로는 성실함이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매끄럽게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결과에는 시간을 투자한 과정에 달려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던 스스로 약속을 지켜서 한 문장이라도 적어 놓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처음은 물론 귀찮아서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지만 삼일이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또 일 년이 되면 적어도 머릿속에 있는 전달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글에 넣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4개월 동안 에디터로 활동하며 좋은 에디터의 기준이 될 수 있는 2가지 지점을 배움과 성실함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앞으로 펼쳐질 컬쳐리스트로서 활동 역량으로 그대로 가져와 조금 더 발전될 수 있는 글을 독자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조우정-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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