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결되는 동시에 분열되는 시대, 휴먼 네트워크 [도서]

글 입력 2021.03.1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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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시대다.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어째서 그와 동시에 역설적으로 점점 더 분열하고 있는 것일까?” (보도자료 中)

 


작가가 말하는 ‘연결과 동시에 분열되는 시대’는 한마디로, 끼리끼리 무리 지어가고 있기에 양극화가 대두되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저변에는 ‘닮은’ 것에 관한 관심이 깔려있다. 나와 닮은 사람에게 끌리고, 나와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 앞에서 눈이 빛나고, 같은 종교, 같은 학교, 어떤 때는 주민등록번호 여덟 번째 자리 숫자가 같다든지 같은 월에 태어나거나 같은 메뉴를 골랐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친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어떠한 ‘같은 것’을 찾아 수십 개의 질문을 이어가기도 한다.


나와 다른 타인과 ‘같은 점’을 ‘공유’한다는 건, 인간의 친밀함을 부추기고 연결한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모이는 것’을 작가는 ‘동종 선호’라고 부른다. 이곳 아트인사이트도 글을 쓰고, 공유하고,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진 공간인 것처럼, 독서 모임, 운동모임, 게임모임/길드뿐 아니라 유사한 업종끼리 한 곳에 몰려있거나 같은 생각을 가진 그룹, 포털 사이트를 포함한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도 동종 선호의 양상이다.


학생 때부터, 아니 유치원 때부터 나는 곧장 닮은 친구를 찾아 무리를 형성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이름이 비슷하다며 먼저 말을 걸어 온 적도 있었고, 같은 날짜 혹은 같은 시간대의 버스를 탔다는 이유에서도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때는 한국의 학연, 지연, 혈연이 불편했는데,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점차 넓은 사회로 나가니 ‘공통분모’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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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흔히 말하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며 끼리끼리 뭉치기에, 동시에 분열(양극화)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부유한 사람들이 왜 더 부유해지기 좋은 조건에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왜 공부를 계속할 의지를 갖기 힘들고,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은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하는 말이 허상인지(능력주의의 허상)를 구체적으로 제시한(370p) 작가는, 취직과 승진 또는 교육의 기회, 정보, 의지, 접근성, 자산에 있어서 더욱 심해지는 양극화를 꼬집는다.


국제적으로 국가 간의 관계부터 지원 관계 아래의 사업, 입소문, 같은 환경 안에서 친구가 되고 또 다른 서로를 소개해주는 것, 리뷰가 많은 상품, 모방의 욕구, 정보 공유 네트워크, 뉴스 생산의 진입, 일자리, 이직, 소득수준, 환경에 따른 아이들의 학습 과정 등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의 시작이자, ‘휴먼 네트워크’의 양상이다. 집단 간의 적개심과 불신이 커질수록 동종 선호의 경향이 커지는 것(174p)에서 역시 이를 짐작 할 수 있다.


만나는 사람을 항상 만나고, 가던 곳을 매번 가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서 새로움을 찾지 못하면 정말 딱 ‘현상 유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발전은 낯선 것을 대면하고, 새로운 공간이 주는 재미를 알아차릴 때 생긴다. 주말에 마스크를 끼고 산책을 나섰다. 매번 걷던 길이었다면 인생은 역시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지, 생각했을 것이나 어째선지 완전 다른 길로 들어선 나는 ‘조금만 방향을 틀면 있을 새로운 공간이 있구나, 이걸 왜 몰랐지?’하고 속으로 굉장히 놀랐었다.


작가가 말하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새로운 곳에 가 관계를 맺으라고 말이다. ‘동종 선호’로서의 연결뿐 아니라 다른 환경과 인간관계, 넓게는 정책에 대해서까지도.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은 앞으로 우리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될 것이며, 예전이라면 결코 만나지 않았을 사람과 서슴지 않고 관계를 맺고자 할 것이다. 더 넓은 차원에서 여러분은 단순히 부를 재분배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만으로는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우리의 사회적 구조에 심층적인 문제가 있다는 증후다. (서문 中)


 

생각해 보았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 부의 재분배를 넘어 A그룹과 B그룹 각각의 ‘결속’보다는 ‘서로’를 향한 연결의 통로가 필요할 것이다. 기회 제공의 다양화와 지속적인 홍보, 더 가까이 그리고 많이, 오래 말이다. 동시에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좋은 정책이라도 시민의식이나 시민 수준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버려지는 건 금방이기 때문이다. 정책 마련은 어떠할까. 수정하고 개정하고 삭제하며 채우는 복잡한 과정에서도 ‘휴먼 네트워크’, 즉 사회적 연결망의 ‘견고함’이 필요할 것이다.


유명무실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것’, 일 년에 한 번 오는 기회가 아닌 ‘매번 있는 것’,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이거 아니면 없습니다가 아니라 계속 지속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의도적이고 튼튼한 정책이 되려면 모두의 노력과 긴 시간은 당연지사 일 듯하다. 어렵고 복잡할지라도 천천히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한 때, 행정수도를 서울에서 세종시로 옮기려는 여타의 노력이 계속되었던 때가 있다.


문화생활이나 일터 등의 집중포화를 해소하기 위한 의도적인 정책이었다. 한 곳에 몰리고, 타지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일이었으나 ‘응집된 연결’을 풀어 ‘다른 곳’과 통로로 또 다른 연결을 잇는 건 쉽지 않았다. 응집되어 있기에 연결되어있고, 연결되어 있기에 다른 환경과는 점점 분열하고 있다는 걸 간접 체험할 수 있었던 예시이다. 단순하면서 복잡한 동종 선호의 연을 끊으려면, 점점 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린 때론 분열할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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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어디에서 살지 결정할 때 발생하는 외부효과에 의해 이들의 결정은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결국 최초의 사소한 편향은 엄청나게 거대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172p) 자신과 비슷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살기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실리콘 밸리가 성공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그곳이 고학력자들의 집단 거주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165p) 수감자와 교도관 역할극 이야기(진짜 범죄자와 진짜 교도관이 아니었음에도 역할극만으로 몇몇 교도관은 가학적인 행동을 보였고, 죄수들은 폭동을 일으키거나 병리학적 행동을 보였다_176p)처럼, 본인이 있는 공간과 환경이 가치관을 바꾸기도 한다.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친구 잘 사귀어라’는 말이 생각난다. 친구들을 따라가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을 것이며, 어리석은 자와 사귀면 해가 있을 것”이라는(303p)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나 역시 친구들과 닮아있고, 그들을 따랐다. 요새 새로이 적어 내려간 목표가 있다. “좋은 사람 옆에 있기. 옆에 두기. 좋은 사람을 따르고, 그 사람을 생각하기.” 이왕 무리 지으려면 좀 더 나은 곳, 좋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하지만 이도 역설적이라는 걸 깨닫는다. ‘나도 (좋은 쪽이라고 할지라도) 무리 짓고, 동종 선호라는 개미지옥에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사람들끼리는 서로 이어져 있다고 단순히 생각한 것과 달리 네트워크의 힘은 강하다. 높은 수준의 불평등이 지속되는 현상에서 우리에게 기회나 정보를 얻기 어려운 사회 계층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도서 <휴먼 네트워크>를 읽는 동안, 우리 모두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때론 연결을 끊기도(분열), 완전 새로운 곳으로의 연결도 필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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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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