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의 시험들 [사람]

글 입력 2021.03.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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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서서히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 꽃샘추위의 쌀쌀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봄의 기운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옷 가게에는 어느새 칙칙하고 두껍던 옷들은 사라지고 꽃무늬와 파스텔 톤의 옷으로 환하게 채워진다. 사람들의 표정조차 밝아 보인다. 겨울의 추위와 함께 삭막하게 보였던 종종걸음도 사라지고, 코로나의 기승에도 사람들의 표정 속에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진다.

 

코로나가 없었을 때 봄의 따스한 기운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캠퍼스였다. 봉오리가 맺힌 벚꽃나무부터 푸릇푸릇 해진 잔디까지 온통 봄이 왔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설레는 풍경은 보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다른 것이 있으니. 바로, 세 가지의 ‘시험’이다.



 

 

중간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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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중간고사일 것이다. 어떠한 얄궂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벚꽃 필 무렵은 나에게도 그리고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도 시험 기간이다.

 

방학 동안 못 본 친구들을 만나며 새로운 학기에 적응하다 보면, 매번 뒤로 미룬 과제들과 함께 시험은 갑작스럽게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그리고 봄이 왔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학생들에게는 관심 밖의 대상이다. 당장 내일 마감인 과제를 하느라 밤을 지세우고 낮에는 졸음을 깨기에 바쁠 뿐. 학생들은 창밖에 벚꽃이 만발해도 그동안 내가 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좌절 속에서 공부를 할 뿐이다.

 

이렇듯 봄은 우리에게 꽃과 함께 만발하는 중간고사를 데리고 온다.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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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봄은 한 해의 가치를 결정하는 ‘의지’의 시험을 가지고 온다.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대학생들은 이번 한 해에 이룰 새로운 결심들을 정리한다. 토익, 토플 준비하기와 같은 학업의 다짐뿐 아니라 돈을 모아 배낭여행 가기와 같은 취미 생활의 다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심들을 세운다.

 

그러나 3월이 시작되고 봄이 오면서 이러한 결심들은 시험을 맞게 된다.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마음도 풀리고 그 굳은 결심도 서서히 녹아내린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의 마음가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5월, 6월 그리고 여름방학이 찾아온다. 방학을 전환점 삼아 다시 새롭게 시작하려는 순간 무지막지한 더위가 찾아온다. 하루하루 더위와 싸우다 보면, 어느새 개강 그리고 가을, 겨울 마침내 한 해가 다 간다.

 

봄은 한 해를 시작하는 중요한 출발선이다. 봄의 출발선을 잘못 긋는다면 중간에 다시 돌아가기에도 쉽게 않다. 따라서 봄에 오는 다짐의 시험들은 곧 한 해 동안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시험과도 같다. 그렇기에 날씨만은 부드럽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강하게 먹어야 할 때가 바로 봄이지 않을까.



 

 

사랑과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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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봄과 함께 찾아오는 마지막 시험은 ‘사랑’과 ‘우정’과 같은 ‘관계’들의 시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새싹이 싹트는 따뜻한 날씨만큼 사람의 마음도 부드럽게 녹아 새로운 관계들이 싹트는 시기가 바로 봄이다. 대학 캠퍼스 내에는 곳곳에서 커플들이 속출하고 주변 사람들은 갑자기 싱글에서 연애 중으로 상태가 바뀐다. 또한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만큼 새로운 인연들이 만들어지고 그와 동시에 그동안의 인연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중고등학교 때와 달리 유동성이 큰 대학의 인간관계에서 ‘봄’은 상당히 격동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작년의 친구와 우정이 깊어지는 동시에 우리는 불필요하게 상대의 단점까지도 알 게 된다. 또한 서로의 삶이 경계가 불확실해지면서 서로 간의 삶의 영역에 대해 간섭하게 되고 이것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인이든 친구관계이던 다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인연과의 좋은 출발, 오래된 인연과의 더 깊이 있는 관계의 유지라는 따뜻함과 깊이 있는 관계 속에서의 간섭과 그동안의 묵혔던 불만의 속출과 같은 꽃샘추위도 함께 닥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관계들의 시험을 극복함으로써 더 깊은 관계로의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관계의 시험을 통해 진정한 관계의 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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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봄의 시험을 적어본 것이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봄의 시험들이기도 하다. 다만, 따뜻해지는 봄 날씨를 느끼고 있다 보니, 대학생 때가 가장 봄을 완연하게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서 그때를 회상하는 마음으로 써보았다. 다소 라떼스러운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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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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