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리기가 편하다면 믿으시겠어요? [운동]

회복 러닝 : 러닝의 즐거움 속에서 나를 찾다
글 입력 2021.03.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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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서 '페이스(Pace)'란 특정 거리(1Km)를 달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말한다. 이 페이스를 유지시키고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라 한다. 필자는 러닝을 시작한 지 갓 1개월이 지난 런린이(런닝 어린이)이다. 런린이가 어떻게 달리기를 편하게 하게 되었을까. 페이스메이커를 얻고 페이스를 놓음으로써 시작된 놀라웠던 러닝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러닝은 즐거움이다


 

 

 

'나이키 런 클럽'이라는 앱은 나의 달리기 페이스를 측정하고 기록한다. 그 기록을 SNS에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레 달리기 기록을 나누는 SNS 친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달려왔던 시간이 긴 그들의 달리기 기록은 마라톤에 출전해도 될 만큼 수준급이었다. 한때 태권도와 농구를 했던 튼튼한 체력을 믿고 그들의 걸음을 무작정 따라 하곤 했었다. 그래도 기록의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고 욕심을 안고 달리다가 2km도 안돼서 호흡곤란과 근육통 때문에 자리에 서서 몇 분씩 쉬기 일쑤였다. 러닝에서 고통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힘든 러닝 만이 진정한 러닝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키 런 클럽'의 오디오 페이스메이커와 함께하는'회복 러닝'이라는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앞으로만 달려가던 나의 러닝을 되돌아보게 된다. 회복 러닝은 '스트레스 받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운동이며, 달리기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호흡이 가빠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쉬지 않고 오래 달리는 운동이다. 회복 러닝으로 인해 나는 '기록'에 취해 달리고 있었음을 인식하게 된다. 숫자에 취해서 러닝을 하는 동안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간과하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는데 편안하다는 것이 이상한 문장처럼 보일 수 있다. 분명 달리기는 격렬한 운동이다. 그러나 힘들이지 않고 즐겁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또한 달리기였다.


회복 러닝을 하고 나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빠르게 뛰던 날보다 1km나 더 멀리 달렸으며, 호흡을 조절해가며 피로 없이 즐겁게 달렸다. 나만의 페이스, 나의 속도를 찾았기 때문이다. 오디오 러닝 코치는 러너를 복 돋으며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회복 러닝은 노력의 산물이며, 이 노력의 결과는 오직 러너 스스로 달성한 것이라며 말이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니 그 마음을 믿고 계속 뛰게 되었다.

 

그 결과 회복 러닝을 완주하며 불가능할 것 같던 목표를 이루었다. 성취감에서 나오는 기쁨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다. 자신감, 적당히 풀린 근육, 상쾌함. 회복 러닝의 끝에서 마주한 것들이다. 러닝의 진정한 즐거움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욕심을 버리니 얻어졌다


 

 

 

회복 러닝으로 인해 누적 5.6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런린이 인생 최고 기록이었다. 천천히 달릴수록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뛰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페이스는 천천히 뛰는 것부터 서서히 올리는 것이었다.

 

내 앞으로 치고 나가는 다른 러너들의 등을 보며 뒤처지는 것이 불안했지만 코치님의 목소리에 회복 러닝의 의미를 되뇌며 내 페이스에 집중했다. 달리고 있는 지금 기분이 충분히 즐거운지, 호흡이 얼마나 가빠지고 있는지, 이 속도로 뛰면 컨디션이 괜찮을 것 같은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달리기를 할 수 있었다. 그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해 달리는 러닝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욕심을 다 버리니 얻어졌다. 빨리 달리는 것이 잘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내 페이스를 알고 조절하며 달리는 것이 잘 달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40분가량을 쉬지 않고 달려오다가 마지막 1분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다리는 무거웠지만 뛰는 속도만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해냈다는 성취감,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에 기분은 날아갈 것 같이 짜릿했다.


이 놀라운 경험을 하며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야 할 것. 기본부터 착실히 밟아야 할 것. 허영심을 주의할 것. 달리기 초반엔 나의 심장소리에 집중하기보다 남의 시선에 집중했었다. 누군가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나를 위해 뛰어야 진정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기록을 SNS에 공유하는 것은 계속하고 있다. SNS에 공유하는 것은 기록을 자랑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땀을 세상에 알려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며 얻은 가르침은 삶을 사는데 필요한 마음가짐과 같아 보였다. 직접 부딪히며 몸으로 익힌 것들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나를 만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문을 벅차고 나가보라. 그리고 뛰어라. 결승지점엔 뛰기 전의 나와는 다른 내가 서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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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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