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내 그림이 봄날의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앙리 마티스 특별전 [시각예술]

"내가 꿈꾸는 것은 균형과 평온함의 예술, 안락의자와 같은 예술이다."
글 입력 2021.03.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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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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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세상에 꼭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아 표현해낸 창작의 산물들을 좋아한다. 어떠한 타산과 목적이 있어서가 아닌, 넘쳐흐르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세공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전달한다는 행위 자체가 순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전시회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단순히 그 공간에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순수한 에너지들과 열정이 가득 느껴져 부자가 된 듯이 든든해진다.

      

안타깝게도 COVID-19의 반복되는 대유행으로 인해 문화생활을 즐기는 빈도가 절감했고, 전시회를 간 지도 꽤 오래되었다. 마음이 든든해지는 감정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전보다는 나아져 고대했던 이 전시를 보려고 집을 나섰지만, 이상하게 기대감이 들지 않았다. 외부의 세계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 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에너지를 얻어 충만한 기분과 더불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앙리 마티스(1869-1954)는 프랑스 ‘야수파’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평가된다. 그는 순수한 색채에 대한 열망으로 강렬한 원색과 거친 형태를 표현했고, 그의 작품을 본 당시 미술비평가 루이 보셀로부터 “마치 야수와 같다.”라는 평을 받아 ‘야수파’라고 불리게 된다. 감성 카페의 미니멀한 드로잉, 강렬한 색채로 거칠게 그린 그림. 마티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그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종이로 색채를 오리는 컷아웃 기법과 무대 의상을 창조해내고 건축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앙리 마티스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열리는 단독전이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되었다. 그러나 마티스의 타오르는 듯한 유화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의 후기 컷아웃(Cut-Out) 작품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마티스 스스로 ‘제2의 삶’이라고 표현한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는 의미가 크다.

 

 

      

SECTION 1. 오달리스크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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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마티스는 흔히 ‘색채의 마술사’라는 수식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드로잉을 고려하지 않고서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티스의 모든 예술적 기법은 누드 드로잉에 나타나는 선의 힘과 우아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선으로 묘사하는 것보다는, 선 자체가 지닌 힘을 표현해내는 것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오달리스크는 터키 궁정의 궁녀, 하렘의 여인을 의미한다. 19세기 초 오리엔탈리즘의 테마의 하나로 앵그르, 들라크루아, 르누아르 등 여러 화가의 회화에 등장하는 근대 나체화의 주요한 주제였다고 한다. 마티스는 아프리카 여행 중 모로코에서 만났던 동양의 의상을 입은 여성을 모델로 삼아 매혹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그의 드로잉에서는 유난히 화려한 배경과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거나 긴 의자에 몸을 뉘인 오달리스크들이 자주 발견된다.

      

그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직물들, 특히 활기찬 색과 무늬를 가진 직물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에게 이런 직물들은 일상 속의 지루함과는 거리가 먼 사치, 편안함, 이국적인 세계를 암시하고 있다. 마티스는 화실에 자신이 좋아하는 직물을 걸어 자신의 프랑스 모델들이 모로코 하렘의 나른한 오달리스크처럼 포즈를 취할 수 있는 무대 세트를 만들었다. 낯설면서도 화려한 장식과 그 앞에 위치한 인물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소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긴 편이다. 섹션이 5개나 있는데 초반의 드로잉을 길게 보게 되자 괜히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장식적인 배경이 워낙 화려해서 시선이 갔고, 인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면밀히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도슨트님이 왔을 때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재관람하게 되었는데, 마티스는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에서 시선을 분산시킴으로써 작품을 끊임없이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하고자 했다고 한다. 작품자의 의도에 적합한 감상법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여유를 갖고 찬찬히 그림을 감상한 이후 다음 섹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SECTION 2. 재즈와 컷아웃


 

 

"가위는 연필이나 차콜로 선을 그리는 것보다 더 감각적이다. 색채를 곧장 잘라나가는 것은 조각가가 석재를 가지고 하는 일을 연상시킨다."

 

 

앙리 마티스는 1941년 십이지장암 수술과 폐색전증을 앓으며 고령과 투병으로 인해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그는 결코 예술 활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침대나 안락의자에 누워 과슈로 칠한 종이를 오렸고, 조수의 도움을 받아 종이 조각들로 화면을 구성해간다. 기존의 콜라주 기법과는 다르다. 신문이나 잡지 등을 찢어 붙여 새로운 의미를 만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색을 칠한 종이를 오려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컷아웃(Cut-Out) 기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마티스는 오랜 고민이었던 ‘드로잉과 색채 사이의 영원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그는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컷아웃을 통해 회화나 조각에 비하여 훨씬 더 높은 완성도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색채를 사용할 때도 보여지는 그대로 나타내기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색채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던 마티스. 그에게 이 기법은 색채와 더 가깝게 마주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밝은 색의 이미지들이 서커스, 가장 좋아하는 동화, 여행 같은 것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았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재즈>시리즈는 마티스 컷아웃 기법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마티스가 유화에서 마지막 10년을 지배했던 컷아웃으로 이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작품이다. 컷아웃은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핀과 못으로 벽에 붙였다 떼었다 여러 번 이동을 반복한 후에야 완성되는데, 이렇게 만든 작품을 스텐실 혹은 형판으로 떠서 아트북으로 제작한다. 이 책은 프랑스 전문판화출판사 테리아드에서 250부 한정으로 제작되었고, 그 원본 중 한 부를 이번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책의 주제는 서커스와 연극이지만, 내용이 가진 변주성과 다변성 때문에 제목을 ‘재즈’라고 지었다고 한다. 마티스는 재즈 음악과 컷아웃 기법은 둘 다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공통점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이 전시를 보기 직전에 본 인상적이었던 전시가 장 미쉘 바스키아전이였다. 즉석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했던 바스키아 또한 그림을 그릴 때, 재즈 중의 한 종류인 비밥을 들으며 작업했다고 한 것이 문득 생각이 났다. 재즈는 즉흥적이고, 역동적이며 자유분방하다.

      

디즈니의 최신 영화 ‘소울’에서는 즉흥적이고 예상치 못했지만 즐거운 순간들을 ‘재즈하다!’,‘재즈스럽다.’고 표현한다. 그들의 작업은 즉흥적이기에 예기치 못한 변주가 있을 수 있지만 흐르는 선율에 집중하다 보면 마침내 화음을 이룬다. 역동적이지만 조화롭다. <재즈>라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조화로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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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Icarus, 194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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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표지 그림

      

 

<이카루스>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흥미로웠던 신화 속 이야기를 나타내기도 하고, 애정하는 도서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의 표지가 생각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는 미로를 탈출하기 위해 다이달로스로부터 밀랍으로 만들어진 날개를 받아 붙이고 하늘로 날아 탈출한다.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로 인해 밀랍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녹아버리니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잊고 태양과 가까워진 그는 결국 추락한다.

     

나는 이 이카루스가 인간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인간들도 언젠간 추락할 운명을 감수하고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갖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향해 돌진한다. 슬픈 이야기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운명을 알면서도 태양을 바라보는 자세가, 모순적이지만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추락할 것을 알면서도 날아오르는 것은 이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근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면 검은 이카루스의 심장이 빨간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그 옆에는 노란색 섬광으로 표현된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있다. 배경은 마티스가 즐겨 쓰는 색채인 파란색이다. 이카루스를 검은색으로 표현하고, 심장만 빨간색으로 표현한 부분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즉 태양에 대한 동경을 의미한 듯하다. 혹은 언젠가는 잃고 마는 상실에 대한 허탈감과 허무함을 짙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는 추락하는 중인 것일까, 태양에 가까워지려 발버둥 치며 떠오르고 있는 것일까?

 

난 이 그림이 상승하는지, 추락하는지 알 수 없어서 더욱 좋았다. 인간은 늘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고, 그것을 알지만 도전한다. 이 그림에 그러한 인간의 근원적이고 태생적인 모순이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보고 당연히 신화 속 이카루스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 프랑스어로 ‘이카리즘’, 즉 공중그네묘기에 대한 것을 표현한 것일수도 있다고 한다. 그가 어릴 적 본 공중묘기 서커스에서 영감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이카루스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그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사한 공군 비행사라는 해석이 있다. 마지막으로 마티스 자신을 표현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그는 자주 아팠고 그래서 신체의 기능은 하락하고 있었지만 정신은 고매하다는 것을 그려낸 것이다. 오랜 시간을 투병했지만 결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림으로 표현해냈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죽기 전 날에도 드로잉 몇 점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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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누드Ⅱ, Blue Nude Ⅱ, 2007

work by Henri Matisse ©Succession H.Matisse

 

 

그는 이 작품 말고도 여러 작품에 파란색을 자주 이용한다. 그가 파랑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유화를 태우며 나타나는 파란색 불꽃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짜 뜨거운 불꽃은 붉은 겉불꽃이 아닌 푸른 불꽃이라는 사실이 그가 생각한 뜨거운 열정일지도 모른다. 또,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었는데, 그가 집착하며 모았던 모르포 나비의 색깔 또한 파란색이라고 한다.

 

흔히들 파란색은 우울함을 나타내는 색으로 인식되곤 한다. 심지어 우울하단 말의 영어 표현이 Blue일 정도로. 그러나 그러한 파란색을 마티스는 밝고 긍정적인 색깔로 다룬다. 그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도 대체적으로 밝고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그 부분에서 그가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복기해낼 수 있었다.

 

 

 

SECTION 3. 발레<나이팅게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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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마티스는 러시아 발레단의 연출가 디아길레프로부터 발레 초연작<나이팅게일의 노래>를 위한 의상과 무대미술을 제안받게 된다.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일왕이 중국 황제에게 선물한 기계식 새에 대해 다룬 안데르센 동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발레극이다.

  

마티스는 중국 황제의 궁정을 재현하기 위해 동양적인 장식을 이용하여 무용수들의 의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역사 고증에 기반한 전통적인 의상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봐도 동시대적인 스타일을 창조해낸 것일 것이다. 이 도전을 통해 마티스는 미술에 한정되어있던 실험을 무대 위로 이어나갈 수 있었고, 패턴을 제작하고 컷아웃 기법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SECTION 4. 낭만주의 시와 마티스 삽화


 

마티스는 1941년부터 1944년까지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초현실주의 시집에 포함되는 삽화를 그리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마티스는 시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시를 읽는 것은 “침대에서 일어난 뒤 신선한 공기로 폐를 채우는 것과 같다.”며, 시를 산소에 비유하기도 했다.

    

화가와 시인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오래 보아야 하며, 색다른 관점으로 봐야 하며, 일상과 자연에서 자주 영감을 얻는다. 그렇게 얻은 것들에 감격하고, 감격의 순간을 꾹꾹 눌러 담아 정제된 붓이나 연필로,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마티스는 시를 읽으며 다른 이들의 언어 속에서 신선함을 느꼈을 것 같다.

    

시와 함께한 마티스의 삽화는 마티스 특유의 부드러운 윤곽선과 명료한 선묘법이 눈에 띈다. 독자적인 그의 드로잉 스타일은 관람자의 해석을 요구한다. 한 소녀가 사랑하는 이를 그리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순수한 편지가 담긴 시집에 그려진 그의 삽화가 마음을 흔들었다. 최소한의 선만을 이용한 단순한 드로잉이 백색의 페이지에 자리잡은 모습이 여린 마음이 두드러지는 그 시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안녕, 저는 이 종이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 이 종이는 당신 손에 들어가겠지요. 저도 그런 행운을 맛보았으면 좋겠어요. 아! 내가 어떻게 된 모양이에요, 말도 안 되는 희망을 품다니! 불가능한 걸 뻔히 알면서 말이지요. 안녕, 이젠 힘이 없어 더이상 쓸 수가 없어요. 안녕, 절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제게 더 많은 고통을 주세요.
 

 

인상적이었던 포르투갈 수녀의 편지 전문. 절절한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사진 찍는 게 금지여서 감격한 마음에 외워버렸다. 그림이 그려진 사진 대신 그 시를 첨부한다.

 

 

  

SECTION5. 로사리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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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자신의 간병인이었던 자크 마리 수녀의 부탁을 받아 1948부터 4년에 걸쳐 프랑스 방스에 위치한 로사리오 성당을 완성하였다. 이 성당은 1930년대 종교 예술운동의 대표적인 현대교회건축물로서 건축 평면 설계에서부터 스테인드글라스와 실내 벽화, 실내장식 일체, 사제복에 이르기까지 마티스가 모든 부분을 직접 디자인한다.

    

성당 내부는 세 개의 벽화와 이에 대응하는 세 개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각 부분들은 드로잉과 컷아웃 작업에 나타난 마티스의 조형적인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마티스가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란 재즈에서 <이카루스>를 표현해낸, 텍스트와 그림이 일대일인 작품이라고 했다. 그것을 2차원 평면에서, 성당이라는 3차원 공간에,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게도, 아름다웠지만 마티스의 작품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마티스 하면 떠오르는 붉은 색깔이 없었다.

 

 
“살아생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아름다운 붉은 색의 가루가 흩뿌려져 있는 것을 나는 보았노라.”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며 읊조린 마티스의 이 말에서 붉은 색을 쓰지 않은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무채색을 제외하고 성당은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노랑은 태양, 초록은 자연, 파랑은 바다와 하늘이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문양은 백년초 선인장으로 엄청난 생명력을 표현한다. 그는 붉은색을 쓰지 않고 붉은색을 구현해 내겠다고 말한다. 실제의 태양 빛이 스테인드 글라스를 지나치면 햇빛이 바닥 면과 벽면을 뒤엉키면서 붉은 색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그는 이곳이 태양이 있어야 완성되는 예술이라고 한다. 자연,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서 빛의 양과 세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년에 단 하루도 같은 색을 보는 날이 없다. 그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매일 다른 찬란한 빛을 머금을 것이다.

 

마티스는 단순히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 아니라 선, 빛, 색채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던 사람이구나.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벽면에 비치고, 벽면의 선을 채운 빛을 찍은 사진을 보며 흩어진 파편들이 모여 일궈낸 조화로움. 그 하나의 다정한 형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로사리오 성당은 ‘형태와 색의 균형을 통한 무한한 차원의 공간’이 실현된 건축물로 마티스가 생전에 추구한 조형적 실험을 결집시킨 말년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나는 내 노력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전에 봄날의 즐거움을 담고 있었으면 했다.”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전시회가 끝이 난다. 동료들은 마티스를 '활활 타오르는, 혹은 간신히 억누른 그의 불길이 끊임없이 타오르는 사람' 이라고 표현했다. 불꽃과 같았던 아주 찬란했던 사람인데 그가 겪어낸 시간은 암살과 전쟁이 매일같이 일어나던 시대였다. 그는 1,2차 세계대전을 그대로 겪어낸 사람이고 몇 차례의 투병을 했으며, 평생을 끔찍한 불면증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너무 평온하고 순수하다. 이 이유는 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말한다. 순수와 평온의 예술. 근심스럽고 우울한 주제는 완전히 배제하고 마치 피로를 풀어주는 안락의자처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예술을 하고 싶다고...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다. 덕분에 그의 그림을 보는 동안 나는 평온하고 고요한 바다 한가운데를 여행할 수 있었다. 생생한 색채로 관람객의 사고를 열어주며 그들이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을 갖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답을 내릴 수 있게 한 그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앙리 마티스 특별전은 4월 4일에 마감한다. 새봄이 오고 있는 만큼, 봄날의 즐거움을 가득 담고 있는 앙리 마티스 특별전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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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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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갱이
    • 드..디..어.. 그녀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있어 지켜볼게 너의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글솜씨를. 글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글로 감동을 줌으로써 글과 가까워지게 해준 너에게 감사해ෆ 세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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