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 느릿느릿 복작복작

글 입력 2021.03.06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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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아기자기한 시골 풍경의 겉표지와 상반된 뜻을 가진 두 개의 단어로 표현된 독특한 책 제목이 눈에 끌렸다. '느릿느릿'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삶의 템포를 느리게 해줄 것만 같은 것들에게 언제나 눈길이 간다. 오랜만에 편안함과 여유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저자는 30대 중반에 동티모르에서 만난 포르투갈 사람과 결혼하여 포르투갈의 작은 시골 마을 알비토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국인이다. 저자는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겪었던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출퇴근 중에 자기 전에 천천히 한 장 한 장 읽었고, 그때마다 알비노를 상상 속으로 그려보고 또 그려봤다.

 

알베르토와 그의 가족에게 집은 가족의 연대기나 다름없다. -62p

 

무엇보다 공간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함께 다정하게 나이 들어가는 흔적을 보는 것이 좋다. -89p

 

알비토 집은 그래서 더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이곳에선 시공간이 함께 어울린다.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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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집'에 관한 이야기다.

 

일 년 전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온 나는 오래된 물건과 가구를 버리고 새 물건들을 들였다.

 

그리고 예전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꽤 만족스럽게 생각하며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며 보냈다. 앞으로 결혼을 한다면 또는 독립을 하게 될 일이 생긴다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그 행동이 전혀 이상하다거나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을 투자 개념 혹은 잠시 거쳐 갈 공간 정도로 생각하는 나와 한국에 사는 내 주변 사람들은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삶 자체가 언제나 이사 중이었을지도 모를 우리와는 다르게 알비토의 집은 개념 자체가 달랐다.

 

가족 대대로 물려받는 알비토식 집은, 나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의 젊은 시절이 담겨있고, 조부모님의 흔적까지 곳곳에 담겨있다. 오래된 물건만큼 담긴 이야기도 풍성하다. 집 자체가 역사의 산증인이며, 지나온 흔적 그대로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진정한 일상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생각하게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10p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그렇기에 잊고 살기 쉬운 일들. 오늘도 이렇게 다름을 배워 간다. -31p

 

대도시에서 열리는 행사들만큼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도 않다. 하지만 작은 이벤트라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즐기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닐까?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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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눈에 보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겠다. 삶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알며, 사랑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글자에서부터 잔잔한 사랑이 묻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와 거리를 극복하고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에서 사는 저자를 이끄는 힘은 가족들이었다. 정겹고 따듯한 알비토의 마을 또한 이에 한몫했다.

 

알비토 집은 그래서 더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이곳에선 시공간이 함께 어울린다. -231p

 

벽난로와 음식, 와인의 세 박자가 어우러지며 알비토의 늦가을이 깊어 간다. -187p

 

답답하고 힘든 시기가 길어지고 있는 요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하는 좋은 책을 만났다. 저자가 포르투갈에서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소박한 삶을 사랑하는 저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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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 끝에 위치한 한국과 포르투갈은 그 거리만큼이나 문화도 이질적이다. 두 사람이 겪는 문화적 차이는 사소한 듯 다르지만 그래서 더 새삼스럽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는 우리의 처지와 다르게 대학에 가서 비로소 공부를 시작하는 포르투갈. 때로는 너무 빠르게, 모든 것을 효율이란 잣대를 대며 진정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곱씹게 해 준다. 저자의 솔직한 에피소드에 호흡을 함께 하며 읽다 보면 어느새 깊이 공감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한 걸음 떨어져 돌아보게 된다.

 

특히 한 가족의 연대기가 담긴 집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알비토의 집은 삶의 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가족들은 한 번 터를 잡은 집을 좀처럼 떠나지 않고 세대를 이어 대대손손 살아간다. 집값, 직장 따라 이곳저곳을 떠도는 도시의 유목민과 사뭇 다르다. 접시부터 장난감, 온갖 물건들이 세월을 잊은 채 삶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스치거나 눈길만 줘도 가족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는다.

 

자연이 주는 감사함을 매일 같이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마을 알비토. 앞뒤뜰은 바람 따라 휘적이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동물 가족, 계절을 품은 들꽃과 과일 나무, 채소밭. 마냥 쫓기듯 허우적대며 부산한 우리와 동떨어진 아직은 낯선 나라 포르투갈, 그 안에서도 알비토라는 오래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정겹기 이를 데 없다.

 

이 책은 속도감에 내몰린 채 성공, 성취에 목말라 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모두가 느긋하고 여유로운 로망을 꿈꾸지만 이루기는 힘든 현실. 잠시나마 마음 한가득 따스함을 담을 수 있길 바란다. ‘느릿느릿 복작복작’한 알비토의 속살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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