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 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글 입력 2021.03.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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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은 삶 전체와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예술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좋아하는 책, 음악, 영화로만 60평의 건물을 가득 채운 영화평론가 이동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에세이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에서 유독 공감한 문장이 있다.

 

 

삶에는 많은 진창과 구덩이가 있지만 그래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들 중에는 분명 음악도, 영화도, 책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설혹 지금 칠흑 같은 지구 최후의 밤을 지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 이동진,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

 

 

지구 최후의 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이는 코로나19가 이 기분의 원흉이다. 코로나가 찾아온 이후부터 아무리 즐겁고 기쁜 순간을 마주해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언제 나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생겨난 것에 대한 착잡함 때문이었다. 이 무거운 감정은 ‘코로나 블루’라는 이름까지 붙을 만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감정이 되었다.

 

좋은 예술은 그 자체로도 깊은 의미를 남기지만, 그중에서도 힘들었을 때 만난 작품은 더 깊은 인상을 남기기 마련이다. 작년 가을이 저물어가던 무렵, 좋아하는 영화 모임 시간이었다. 코로나 블루는 물론이고 막막하기만 한 미래, 수시로 떠오르는 자책 때문에 좋아하는 모임조차 온전히 향유하지 못하고 ‘이 시간이 끝나면 나는 다시 불행해질 텐데’라는 생각만 떠올리고 있었다.

 

그날 모임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싶을 때 듣는 노래’를 서로 추천해주는 시간을 보냈는데, 멤버 중 한 명이 추천한 노래가 모임이 끝난 이후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바로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였다.

 

 

바람이 부네요

춥진 않은가요

 

 

노래의 첫 소절부터 남몰래 어두운 생각에 젖어있던 내 마음을 꿰뚫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시끄러운 내면의 소리를 음소거하고 최대한 열심히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잡아요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이전에는 사는 게 당연했는데, 코로나 블루에 직격타를 맞고 나서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인지 실감했다. 잘 먹고 잘 자고 바람도 쐬면서 삶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이토록 버겁고 힘겨운 일인 줄 몰랐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설렘 대신 두려움이 느껴졌을 때 ‘왜 애써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자주 떠올랐다.

 

이동진의 말이 맞았다. 진창과 구덩이로 가득한 이 삶에서도 문득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건 수많은 예술작품 덕분이었다. 진창에서 겨우 빠져나와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뒤늦게 더 깊은 슬픔을 노래함으로써 손을 내밀어준 예술이 고마웠다. 이소라의 ‘바람이 부네요’도 그중 하나였다.

 

산다는 건 정말 신비한 축복일까.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맞을까. 그 말들에 확신하기엔 아직 나는 너무 불안하고 나약하다. 작은 일에도 크게 흔들리며 사소한 실수 하나에 내 존재를 의심한다. 그래도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이소라의 목소리를 듣고 위로받을 수도 있는 거란 걸.

 

예술가가 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꾸준히 함께하는 것이다. 1993년에 데뷔해 삼십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노래하는 이소라가 그 좋은 예시다.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래 노래한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공연을 잃어버린 그녀는 온라인 콘서트라는 형태로 찾아온 그녀를 보며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미래를 견뎌가며 살아가는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하고 안심한다. 이소라는 언제나 노래를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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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네요’ 말고도 또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 타블로의 ‘집’이라는 노래다. 이소라는 여기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나에게는 이소라가 부른 후렴구의 인상이 너무 강력해서 타블로의 노래이자 이소라의 노래로도 인식된다. 이 노래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은 가사를 반복한다.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이소라가 노래하는 슬픔은 특히나 더 가슴이 아프다. 소리 내 우는 것도 아닌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진다. 나는 그 슬픔이 묘하게 편안했다. 지금보다 더 슬퍼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괴롭지 않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사람들도 잘 만난다. 삶은 여전히 버겁지만, 그래도 예술작품 말고도 소소한 것 하나하나에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가끔씩 산다는 게 정말 축복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번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산다는 게 정말 축복이 맞는지. 어쩌면 이동진이 김승옥의 소설을 읽고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을 들으며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의 심연에 기꺼이 몸을 던져 가라앉은 뒤에야 역설적으로 다시 수면 위로 헤엄쳐 나올 힘을 얻곤 했다.

 

- 이동진, <파이아키아, 이야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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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온라인 콘서트

- STRAW MUSIC with 이소라 -



일자 : 2021.03.14

시간
오후 7시

장소 : 스트로(STRAW)

티켓가격
LIVE + VOD 33,000원 (VAT 포함)
VOD 11,000원 (VAT 포함)

주최
STRAW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관람가능

공연시간 : 60분

 

  

 

'STRAW MUSIC WITH 이소라' 티켓 예매는 2월 24일(수) 오후 4시부터 스트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이후 인터파크 티켓, 멜론 티켓, 컬쳐랜드 사이트에도 추가 오픈 될 예정이다.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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