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영합니다 이곳은 딜라이트 서울입니다 - 2021 딜라이트 서울

관람객을 위한 전시 가이드
글 입력 2021.03.0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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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1 딜라이트 서울’ 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전시 감상을 도와드릴 가이드 은색 물고기입니다. 약 30분 동안 여러분을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다 같이 전시장으로 입장하겠습니다.

 

*

 

먼저 전시에 소개부터 간단히 해야겠지요?

 

‘2021 딜라이트 서울’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한국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입니다. 너무 친숙해서 대단하다고 생각조차 못 했던 이야기들을 이곳에서 색다르고 다채로운 이미지들을 통해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글, 서울의 밤, 설화 같은 것들을 말이죠.

 

매일 쓰지만, 읽는 것도, 말하는 것도 너무 익숙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쓰고 있는 한글. 오피스 빌딩 숲에 빛이 하나둘 꺼짐과 동시에 찾아오는 유흥가의 밝고 화려한 네온사인. 제우스, 토르 등 남의 나라 신화에는 빠삭하지만,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접하고 이젠 까맣게 잊어버린 한국의 설화.

 

전시는 이 모든 걸 낯설게 만들어줄 겁니다.

 

이 전시는 눈으로만 즐기는 게 아닙니다. 귀로 듣고, 맛보기도 하고,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체험을 제공합니다. 입장할 때 나눠드린 팔찌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인터랙티브한 전시 감상도 가능합니다.

 

각자 흩어져서 전시를 즐기기 전에 몇 가지 중요한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Corridor of Light / 시작


 

자욱이 깔린 안개와 어둠, 가운데서 밝게 빛나는 달.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하지만 강력하게 드러내는 달을 통해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Corridor of Light’는 이번 전시의 예고편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전시도 빛과 힘을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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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시 멈춰서 생각해볼까요? 여러분에게 달은 어떤 의미인가요? 각자 추억을 떠올려 봅시다. 저는 엄마 손잡고 걸으며 달에 새겨진 토끼를 찾던 일, 달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으려 해도 제대로 담기지 않아 속상했던 일, 뜻밖의 슈퍼문을 보고 옆 사람과 호들갑 떨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저 안개가 깔린 달을 보면 늑대인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강가에서 달을 보며 애처롭게 우는 늑대인간이요. 인간으로 변할 시간이 지났는데 변신하지 못하고 홀로 늑대의 몸에 갇혀 있습니다. 눈을 꼭 감고, 고개를 하늘 높이 들고, 슬피 울부짖습니다. 마치 달님에게 간청하는 듯 말이지요.

 

방금 연습한 것처럼 보편적인 것을 특수한 것으로, 다시 말해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전시라도 ‘나’와의 연결점이 없다면,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전시에 불과할 테니까요. 저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분의 일부를 끄집어내어 작품과 긴밀하게 이어드리려 합니다.

 


 

The Myth / 12지신의 숲


 

드디어 이번 전시관은 여러분들이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팔찌 바코드를 사용하는 곳입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팔에 차면 입력이 잘 안 된다며 손에 쥐고 있으라고 한 탓에 애매하게 손가락 사이에 끼워 놓고 돌아다니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차례로 줄을 선 후 바코드를 스캔하시길 바랍니다. 입장 전 여러분이 제공한 생년월일 정보는 괜히 그런 게 아닙니다. 바코드를 스캔하면 여러분의 십이지신이 LED를 통해 웅장하게 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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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으로 지금을 표현하자면, 하얀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 인월(寅月, 음력 1월)로 원숭이 시(15~17시)에 막 진입했습니다. 슬슬 졸음이 밀려오고, 심벌을 손에 쥔 원숭이 인형이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LED에 나타난 여러분의 십이지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또 여러분과 얼마나 닮아 있나요?

 

 

 

Welcome to Delight / 환영


 

이곳에는 청사초롱, 초롱 등불이 잔뜩 걸려있습니다. 본디 빨강과 파랑으로 만들어지는 등롱이 빨강, 주황, 핑크, 파랑, 시시각각 색을 바꿉니다. 청사초롱은 조선 시대 궁중 연회나 혼례식에서 주로 쓰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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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술잔을 부딪히며 시를 나누는 선비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모두 잠든 시간 나룻배를 타고 몰래 떠나는 연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귀여운 소원이 담긴 등불이 밤하늘 높이 올라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제 경험 중에서는 빛으로 만든 꽃 정원을 산책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로 시간을 다 써버린 밤이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도 헤어지기 싫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붙잡았습니다. 그때 눈앞에선 꽃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빛의 정원에 발을 들인 기억이 있지 않나요? 꼭 기억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통해 접한 그 장면을 지금 머릿속에 떠올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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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딜라이트 서울’은 여러분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사는 여러분의 이야기, 서울에 살지 않더라도 서울까지 전시를 보러 온 여러분의 이야기, 오늘도 서울의 밤을 보낼 여러분의 이야기. 잠시 잊고 있던 우리의 이야기를 여기서 꺼내어 보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가이드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11개의 전시관 중 3개의 관을 함께 둘러봤습니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전시관은 찬찬히 둘러보다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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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딜라이트 서울
- 2021 Delight Seoul -


일자 : 2020.12.18 ~ 2021.06.30

시간
10:00 ~ 20:00
(입장마감 19:00)

*
휴관일 없음

장소
안녕인사동 B1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 18,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2,000원
 
주최/기획
㈜디자인실버피쉬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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