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킬리언 머피', 크리스토퍼 놀란의 페르소나 [사람]

막강한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
글 입력 2021.03.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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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사단, '킬리언 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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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능에는 나영석 사단이 있듯이, 할리우드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배우들을 계속해서 캐스팅하는 감독들이 있다. 이 중에서 나는 일명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의 한 배우를 사랑한다.

 

인셉션, 덩케르트, 다크나이트 등 수많은 역작들을 갖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사단에는 톰 하디,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등이 속해있다. 할리우드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배우들이다.

 

이 탄탄한 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배우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 킬리언 머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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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언 머피에 대해 소개하자면, 나른한 분위기와 보석 같은 눈이 매력적인 배우이다.

 

크리스토퍼 놀란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씌운 채 푸른 눈이 드러나는 장면을 여러 번 집어넣기도 했다. 아일랜드 배우들이 푸른색 홍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에서 킬리언은 유난히 강렬하고 신비한 색을 갖고 있다.

 

 


 

킬리언 머피의 국적은 '아일랜드'로, 'Cillian Murphy'를 '실리언'으로 읽는 행위가 무례한 이유는 그가 영국 사람이 아닌 아일랜드 사람이기 때문이다. Cillian은 아일랜드식 표기법을 따른 이름으로, '킬리언'으로 발음해야 한다.

 

무례한 인터뷰어들이 가끔 킬리언을 실리언으로 발음하는 영상이 떠돌기도 하는데, 이때마다 자기는 아일랜드 사람이라며 차분히 지적하는 등 국적에 대한 당연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첫째, 그것은 사적인 질문입니다



사실 할리우드라고 하면 스타들의 숨김없는 사생활과 팬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배우를 사랑할 때 그들의 스타성이나 팬 서비스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킬리언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킬리언 머피는 SNS를 일절 하지 않으며 파파라치를 극도로 혐오하는, 배우로서의 삶과 사생활 사이 경계선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다. 실제로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그것은 너무 사적인 질문이네요'라고 답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은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유명 배우들이 기피하기 마련인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등 배우라는 직업에 과한 특별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팬들도 이러한 그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연히 목격하게 되더라도 아는척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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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배우로서의 진지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사랑하는 삶을 살았는데,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 활동을 절대 병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끔 보이는 그의 일상생활 속에서 여전히 밴드나 디제잉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취미 수준에 불과하며 유명세에 대한 집착이 없는 배우답게 할리우드 스타가 되기 이전 지인들과 주로 어울리는 과정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지는 사진이나 일화들이 많다.

 

그는 관리 담당자를 따로 두지 않고 홀로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버리는 등 매우 자유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둘째, 나는 당신이 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킬리언 머피는 배우란 사람들을 자주 접하고 관찰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중들의 시선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으면서도 그는 직업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강하다. 이처럼 내가 사랑하는 그의 모습 두 번째는 뚜렷한 신념이다.

 

킬리언은 2016년 아일랜드 낙태 금지법 폐지 시위에 참여하였다. 9월경 열린 낙태 금지법 폐지 행진에서 킬리언이 함께 걷는 모습이 포착되어 SNS에 올라온 일도 있었다. 또한, 2019년 킬리언 머피가 출연한 '안나'라는 영화에 감독 뤽 베송이 미투 혐의로 고발되자 킬리언은 크게 실망하며 본인이 출연한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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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킬리언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터뷰어가 함께 출연한 타 배우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할 때면, 그것은 옳지 않은 발언이라며 지적하기도 하고 무례한 질문에는 특유의 무감정한 눈빛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유튜브에는 그의 무심한 눈빛을 모아 'Disappointed Cillian Murphy'라는 제목을 붙인 영상도 있다. 배역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진지하지만, 사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마치 '나는 당신이 원하는 그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셋째, 크리스토퍼 놀란의 독특한 페르소나



그의 세 번째 매력은 당연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들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킬리언 머피를 덕질하기 위해 영화를 촬영한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놀란은 킬리언에 진심이다.

 

배트민 비긴즈, 다크 나이트, 인셉션, 다크 나이트 라이즈, 덩케르트 총 다섯 작품을 그와 함께했는데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에 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 옷을 입혀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유명 일화 중에서는 영화 인셉션에 스키를 타는 장면이 있었는데, 톰 하디와 킬리언 둘 다 스키를 타지 못한다고 답하자 톰 하디는 바로 실전 연습에 도입시키는 반면 킬리언은 잘 구슬려서 어떻게든 영화에 참여하게 했다는 후문이 있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어떤 이유로 킬리언을 자신의 작품에 자주 출연시키는지는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나의 추측으로는 그의 다채로움이 아닌가 싶다.

 

킬리언은 완벽주의자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융통성이 있기도 하다. 오래도록 지켜왔던 채식주의자 식습관을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 촬영'을 위해 포기했다는 인터뷰 기록도 있다.

 

또한, 킬리언은 무심한 표정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어 차가워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덩케르트에서는 두려움에 휩싸인 병사 역할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는 등 감정 표현이 섬세한 배우이다. 캐릭터의 내면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연기가 신비로운 분위기의 눈동자와 만나 놀란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당신과의 적당한 거리감마저 사랑한다고


 

킬리언 머피의 오랜 팬으로서, 가끔은 그가 어떠한 생각을 하며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킬리언의 신비주의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은 그만의 신념임을 알고 있다.

 

굳이 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가정적이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내가 킬리언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킬리언 머피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모든 팬들이 그렇듯, 나는 그가 자신이 원할 때 연기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스스로 편안함을 느낄 만큼 대중으로부터 떨어져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가 여전히 나와 먼 곳에 있기를 소망한다.

 

그를 만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의 모든 연기와 굳센 신념, 그리고 때로는 아쉽게 느껴지는 거리감마저 사랑한다고.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행복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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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향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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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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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신
    • 오랜시간 킬리언머피의 팬인 저로써 글이 너무 좋고 에디터님이 갖고계신 킬리언머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실로 진정한 팬임이 느껴집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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