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거와 현재의 활발한 예술 이야기 - 63일 침대맡 미술관

침대에서 떠나는 루브르 방문기
글 입력 2021.03.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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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학부시절 배웠던 미술사를 드디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구나 라며 들떴던 기억이 난다.

 

하루 일정을 모두 루브르에 쏟았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와 수많은 작품에 혼란을 느껴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루브르를 나왔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정돈되지 않았다는 찜찜함을 느껴, 한국에 돌아가 꼭 다시 루브르 작품에 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몇 년이 흘렀지만 여러 핑계로 정돈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63일 침대맡 미술관>을 만났다. 침대 맡에서 편히 읽어도 될 만큼, 쉽고 정확하게 알려줄 것만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책을 읽어나갔다.

 

 

 

0. 책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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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루브르 소장 작품들은 13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의 회화이므로 그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그 작품에 내포된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앞으로 책에서 다룰 미술 양식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14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시대와 주의를 정리하여 앞으로 어떻게 책이 전개될지에 대해 예상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마다 흐름을 정리하고 싶을 때 앞장의 표로 돌아와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루브르 미술을 만나기 전 루브르의 역사를 훑어준다. 12세기 루브르가 파리를 지키는 요새의 역할을 했을 때부터 19세기 말 우리가 떠올리는 루브르의 모습이 되기까지를 찬찬히 설명해준다. 이처럼 충분한 배경 지식을 쌓아 루브르를 만날 준비를 마치고 작품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1. 역사와 예술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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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 푸생, 아르카디아의 목자들,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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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앙투안 바토, 키테라섬의 순례, 1717

 

 

예술에는 역사가 담겨있다. 사람이 작품 활동을 하니 작품 속에는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가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각 국가적 상황에 따라 작품에는 당시를 엿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단서들이 곳곳에 녹아 들어있다.

 

일례로 프랑스 고전주의는 데셍을 중시하는 ‘푸생파’가 주를 이루었지만 로코코 시대가 개막하며 색채를 중시하는 ‘루벤스파’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니콜라 푸생의 <아르카디아의 목자들>, 장 앙투안 바토의 <키테라섬의 순례>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작가의 화풍과 시대적 분위기가 더해져 특색 있는 예술이 탄생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은 읽는 것’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작품을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역사의 흐름을 읽으며 분석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즐거움이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에 대한 해답을 역사로부터 찾을 수 있다. 역사가 마치 예술 작품을 보고 떠올리는 의문들을 해결해주는 실마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와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2. 지혜를 일깨우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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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몽부에, 우의적 인물, 17세기 경

 

 

예술은 먼저 세상을 살아간 사람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루브르 속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여러 지혜가 녹아들어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바로크 화가 시몽부에의 작품 <우의적 인물>에는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가 중요함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왼쪽의 날개달린 아기 천사 푸토(puto)는 풍요를 의미하는 귀금속들을 여신에게 건네고 있고, 오른쪽의 푸토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고 있다. 여신은 오른쪽의 푸토를 감싸며 그 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있다.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열망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가르침을 주기 위한 그림을 그렸다. 그 당시의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다르지만 내포되어 있는 진리는 몇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하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무엇을 좇으며 살아가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남겨진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3. 루브르에 가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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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루브르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프랑스에 가면 방문해야할 관광지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와 미래 더 먼 미래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언제 방문해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고 있었다.

 

루브르는 단순한 줄글 보다 유럽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하며, 이젠 만날 수 없는 예술가들을 만나게 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신이 전부였던 중세, 인간 중심적인 르네상스, 종교 개혁 등 역사의 일대기를 작품을 통해 눈으로 직접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을 읽으며 작가가 숨겨둔 이야기와 가치관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루브르는 나를 투영시키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로지 나의 생각과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대입시켜보기도, 내 고민을 담아보기도, 내 생각을 비교해보기도 하며 ‘나’를 작품에 투영시켜 본다. 이 과정을 통해 나를 알고 나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

 

이 책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플랑드르, 네덜란드의 역사와 회화가 책 속에 함께 담겨 있어 온전한 이해를 가능케 한다. 작품을 바라보며 왜 이러한 주제를 선정했는지, 작가의 표현 기법이 왜 변했는지 등의 의문점을 이해할 수 있다. 완전한 이해가 바탕이 되니, 작품 속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고, 심미적 감상에 몰입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유익하다.

 

예술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활발히 소통하고 싶다면, <63일 침대맡 미술관>을 추천한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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