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일 만나 [도서/문학]

글 입력 2021.03.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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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겠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있다. 그것도 꽤 자주. 변명하자면 나는 뚜벅이이다. 그래서 버스 또는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버스가 5분~10분씩 늦게 도착할 때가 있다. 또는 지하철을 타고 잘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잠시 어쩌고저쩌고하는 방송이 나오며 멈춰 설 때가 있다. 도중에 화장실이 급해져서 계획에 없던 시간을 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도를 잘못 읽어 길을 헤매는 경우도 있다.

 

음... 맞다. 다 변명이다. 화장실은 생리 현상이니 그렇다 쳐도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함으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초행길을 나설 때에는 예상 시간보다 먼저 출발하는 것이 맞다. 다 아는데, 다 알면서도 나는 종종 약속 시간에 늦곤 한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만화 <내일 만나>는 책이라기 보다 북랫에 가까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이 왔을 때, 잘못 배송 온 줄 알고 당황했었다.) 따라서 컷으로서 장면 장면을 읽는다기보다, 뭐랄까... 그림과 대사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더 컸다. 덕분에 아주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무거워서 깜짝 놀랐다.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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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약속에 늦은 친구를 경찰에 신고한다. 왜 신고까지 했냐 묻는 친구에게 '나의 시간을 도둑맞았다'라고 말한다.

 

아주 단순한 내용인데, 상당히 따끔따끔했다. 5분, 10분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그 시간을 도둑맞은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큰 손실이었을까? 누군가 내 마음을 바늘로 콕 콕 찌르는 것 같았다.

 

오늘날,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약속 장소까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늦었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도 어플에 접속하기만 하면 소요 시간 및 이동 장소 등을 누구나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명만 입력하면 끝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늦었다는 변명은 아직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미안해,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최대한 빨리 갈게!

 

기운 빠지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소요 시간에 한 시간이라고 뜨는데, 50분이면 도착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일까? 음... 맞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참 안일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시간, 걸어가는 시간, 대기 시간 등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걸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마음대로 시간을 재단했다. 그리곤 또 5분, 10분을 늦었다.

 

*

 

언제나 시간이 금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시간이 동일한 가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귀한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남아돌아서 문제일 수도 있다. 따라서 나에게 1의 가치를 가진 시간일지라도 타인에게는 10의 가치, 100의 가치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약속 시간을 지켜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인 것이다. 10분 가지고 왜 그리 예민하게 구냐고 말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10분이 얼마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의 반성: 다시는 약속 시간에 지각하지 말자!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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