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코로나 시대 백수 일기 2

당연히 될 줄 알았지
글 입력 2021.03.0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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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백수 일기 2

당연히 될 줄 알았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기 전까지, 나는 나를 전형적인 집순이라고 생각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도어파, 이렇게까지 외출을 안 하고 살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집순이. 그런데 코로나 대유행은 내게 ‘이러고도 네가 집순이라고 할 수 있겠어?’라고 강하게 몰아쳤다.


일상을 해외여행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걸 막 경험하기 시작했는데 해외에 나가지 못한다니 하반기에는 나아질까, 내년 상반기엔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국내 여행도 몸 사리게 될 줄이야. 비슷비슷한 일상을 살기만 해도 지치는데 행동반경이 훅 줄어들어 버리니 답답했다.

 

기분전환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1. 공연을 봤다


 

난 공연 그 자체보다 아티스트가 좋아서 현장감을 느끼려고 가는 편이었다. 그래서 공연을 자주 가지도 않고 문화생활이라면 공연보다는 전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연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객석에 앉아 그 아티스트의 노래를 직접 듣고 싶어졌는데 방법도 없고 기약도 없었다. 몇 개월 전 공연이 한 번 열렸지만 치열한 티케팅에 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서럽게 끝났다.

 

그래서 이번엔 평소보다 더 진심이었다. 좌석을 여러 개 잡아두고 비교하고 취소 표가 나오면 더 좋은 자리로 바꾸고... 1년 만에 제대로 된 공연이었다. 작은 공연장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 좌석씩 비워서 총 50석으로 작게 진행되었지만.

 

 

공연.jpg


 

아티스트가 직접 QR코드를 체크하고 동료 아티스트들이 발열을 체크하고 좌석을 안내해주는 이 시국 입장 진행. 코로나를 이벤트처럼 활용하는 멋짐에 잠시 감탄도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이건 정말 이 시국이라서 가능했던 일.


옆자리에 사람이 아니라 짐이 올라가 있고 시야에 사람들이 더 걸려야 하는데 듬성듬성인 공연장이 조금 낯설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이란 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란 게 확 느껴졌다.

 

오래간만이라서 어색한 게 아니라 알던 것과 다른 데서 오는 어색함. 이러니저러니 해도 좋았지만 내가 바라던 온전한 공연의 형태가 될 수 없던 건 아쉬웠다. 얼른 시간이 지나서 이 기억이 추억으로 형태를 바꿨으면 좋겠다.

 

 


2. 공원에 갔다


 

한강에 돗자리 펴는 사람들이 있단 소식에 친구들과 고민하다가 한강 대신 공원을 선택했다.

 

딱히 안내가 없어서 몰랐는데 돗자리 깔고 취식이 금지된 분위기였다. 포장해서 들고 온 치킨은 차갑게 식어가고.. 바닥 냉기를 대비해 든든히 챙겨 입고 온 탓에 몸에선 열이 나고...

 

적당히 취식할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열심히 찾아봤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분명 몇 달 전에 산책 나왔을 때는 언덕 어딘가에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있었는데 왜 다 사라져버린 걸까. 뒤늦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돗자리 취식은 금지 사항이었다.


그러다 관리자가 돌아다니면서 출입이 금지된 곳에 들어간 사람들을 단속하는 걸 보고 돗자리 피크닉의 꿈을 접었다. 벤치에 오순도순 앉아서 치킨을 먹었다. 우리 뒤의 벤치에는 우리처럼 소풍 나온 가족이 벤치에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고 있었다. 서러움을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놀러 갔던 공원이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소풍, 사생대회, 졸업사진은 모두 그 공원이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친구들이랑 산책이나 소풍 갔던 곳이니까 오랜 시간 해왔던 것들이 지금도 가능할 줄 알았다.

 

여름이었다.jpg


 

아무 말 뒤에 ‘여름이었다.’를 붙이면 덧불이면 그럴싸해진다는 인터넷 밈이 있는데 이젠 말도 안 되는 얘기 뒤에 ‘코로나였다’를 붙이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티켓이 매진되었는데 공연장은 절반만 채워져 있었다. 코로나였다.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 수 없었다. 코로나였다.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만든, 코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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