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희망을 품은 목소리, 알로 파크스(Arlo Parks) [음악]

글 입력 2021.02.25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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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nne la Havas, Izzy Bizu, Celeste 등 영국은 매년 재능 있는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올 1월 첫 데뷔 앨범 'Collapsed in Sunbeams'를 선보인 Arlo Parks도 영국인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이다. 알로 파크스는 2020년 'BBC Music Introducing Artist of the Year'에 선정된 핫한 신인이다.

 

그가 지닌 특별함은 무엇일까? 2000년생인 그는 Z세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라는 평을 듣는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마주한 불안, 우울, 차별과 같은 경험을 말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Collapsed in Sunbeams'의 첫 트랙은 55초의 짧은 독백으로 시작한다. 끝맺는 말인 "You shouldn’t be afraid to cry in front of me(내 앞에선 눈물 흘려도 괜찮아)"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고통을 넘어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는 이번 앨범을 '일기장'이라고 표현할 만큼 솔직하게 내면을 드러냈다. 시적인 가사와 여린 목소리는 음악을 한층 더 섬세하게 연출한다. 그렇다면 Arlo Parks가 구축한 음악 세계를 탐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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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에서 그는 끊임없이 속삭인다. 네가 생각한 것처럼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 모두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고립감을 사라지게 한다.


'Black dog'에서도 타인의 슬픔에 반응하는 예민한 정서가 담겨 있다. 블랙 독은 영어로 우울증을 뜻한다. 알로 파크스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친구를 위해 작곡했다고 밝혔다. 가사를 살펴보면 친구를 밖으로 끌어내려 무엇이든 해야 했다고 고백한다. 체념과 무기력에 빠진 이를 구하고 싶은 절박함이 느껴진다. 안간힘을 다해 손을 건네는 몸짓에서 커다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뒤를 잇는 트랙에서는 더욱 내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Green eyes'는 바이 섹슈얼인 알로 파크스의 실제 경험이 녹아있는 곡이다. 팻 파커(Pat Parker)라는 흑인 레즈비언 여성의 시 《My Lover Is a Woman》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사에는 여자친구와 짧은 연애를 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담겨있다. 동성애를 불쾌해하는 사람들의 시선, 심지어 그들의 부모마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연인과 이별을 맞이했던 상황을 돌아본다. 그러나 'Green Eyes' 역시 억압에 굴복한 이야기를 내세우며 자기 연민과 좌절로 끝맺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라는 용기도 북돋는다.


'Eugene'에서는 실패한 짝사랑의 아픔을 노래한다. 가사 속 주인공은 좋아하는 친구와 실비아 플라스의 책을 보고, 음악을 함께 듣던 행동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른 남자의 품에 기대어 자신과 했던 일을 반복하는 친구를 보며 질투와 상실감에 빠진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이야기는 보편적인 동시에 성소수자인 Arlo Parks만의 고유성을 나타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글을 읽고 쓰면서 시인을 꿈꿨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곳곳에서 그의 문학적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작가를 언급하기도 하고 시와 소설을 참고해 음악을 완성하기도 했다. 제이디 스미스(Zadie Smith)가 인종과 세대에 관해 쓴 온 뷰티(On Beauty)에서 받은 울림으로 앨범의 타이틀을 정한 부분 또한 그렇다.


마지막 트랙인 'Portra 400'에서는 힙합을 가미한 네오 소울을 보여주고, 'Hurt'에서는 재즈에 가까운 전주로 귀를 사로잡는다. 각 트랙마다 R&B, 인디 팝, 로파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색깔을 창조해낸다.


희망은 모든 게 절망적인 순간 피어난다는 말이 있다. 이번 앨범에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까. 그는 어둠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빛이 있는 곳을 찾아내어 우리를 인도한다. 알로 파크스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목소리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천천히 발을 디뎌본다.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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