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해변의 에트랑제 L'ETRANGER DU PLAGE

글 입력 2021.02.2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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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외딴섬, 해변 벤치에 혼자 멈춰있는 소년 '미오'. 그런 미오가 몹시 신경 쓰이는 소설가 지망생 '슌'.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졌다 생각한 순간, 미오가 돌연 섬을 떠난다.

 

그리고 3년 후, 그토록 그리워하던 서로를 다시 만난 둘은 이제 마음을 알아가며 서툴지만 따뜻한 사랑을 시작하는데…

 

*

 

작은 섬 도시를 배경으로 소년 두 명이 나온다. 소설가 지망생 슌과, 가족을 다 보낸 미오. 늘 해변에 앉아있어서 눈길이 갔으나, 슌은 동성애라는 이유로 거부당할까봐 피해줄까봐 도망친다. 하지만 3년 후 미오가 찾아와서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서로 마음을 알아가는 영화이다.

 

사실 영화 상영시간이 워낙 짧아서, 중요한 장면만 길게 표현하고, 아닌 부분은 많이 생략을 했다. 맞추기 위해서 비중을 조정한 것이었으나, 사소한 장면들이 모아서 감정이 연결될 텐데, 그 부분은 좀 아쉬웠다. 나는 얘네 감정선을 모르겠어. 괜한 소외감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느리기도 하고.
 
마음을 깨닫고 찾아가는 장면, 작은 오해로 거리가 생기는 장면 등. 어디서 본듯한 느낌들- 클리셰-가 많았지만, 그래. 이건 클리셰의 소소한 맛의 영화였다. 약혼녀가 나오고, (소위 입덕부정기) 마음을 스스로 외면하다가 깨닫고 찾아가는 장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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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았던 이유는, 너무나 귀여웠다. 배경도 고즈넉하고, 인물들도 귀여웠다. 반짝반짝 거리는 작화 덕분일까. 어렸을 때 눈 초롱초롱하게 보면서도 부러워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그림체였다. 꽃 깔린 장면을 보니 나도 괜시리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예전에는 이런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많이 보고 따라 그리고 노력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림은 애니메이션과 많이 멀어졌구나. 특히 개인적으로 미오의 팔찌와 목부분이 많이 파인 옷 스타일이 좋았다.
 
북적대는 하숙집.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또래와 목적이나 목표 없이, 그저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일이다. 같이 요리해서 밥 먹고, 어디 나갔다 올 때면 인사하고, 가끔 서로 챙겨주는 그런 일들.
 
가족과 함께 해도, 명절이 있다해도, 또래와 함께 사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니. 확실히 경험이 있어야 더 와닿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나보다. 갑자기 제주도에서 내가 머물렀던 호스텔이 생각났다. 생생하게 느끼기. 그런 의미에서 살면서 일본을 한 번이라도 가보지 않았던 건 조금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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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 내에서는 작은 섬 출신이고, 작은 도시에 있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다.
 
바다. 바다를 보니 생각난다.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친구들. 여행자의 입장으로 머물렀던 그 공기.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한계를 서로가 알고 있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진하면서도 얕은가. 시간이 보장되어 있어야만 더 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답게 떠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떠나지 않고 지속하고 이어나가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도망칠 수가 없으니. 신경쓰고 눈치를 보면서도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알 수가 없으니.
 
물론 슌과 미오처럼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통할 수 있으면 모를까. 현실은 더 어려울 수 있다. 표현하지 못한 관계. 행동으로는 드러난다 해도, 말로 하지 않으면 쉽게 불안할 수 있는 많은 관계들. 그래서 다른 컨텐츠나 매체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뿌듯할 수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미오와 슌은, 서로 서툴지만, 솔직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같이 잘 살고 있겠지. 해변의 낯선 사람, 에트랑제. 미오에게는 슌이, 슌에게는 미오가 낯선 사람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동시에 끌렸을 테니. 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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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BL(Boys Love) 애니메이션! 감성충만 힐링로맨스 '해변의 에트랑제'가 2월 18일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해변의 에트랑제'는 소설가 지망생 '슌'과 어른이 되고픈 쓸쓸한 소년 '미오'의 이루어지지 않을 거란 마음이 밀려간 후 파도처럼 밀려온 순수한 사랑의 시작을 그린 감성충만 힐링로맨스이다.
 
애니메이터 출신인 원작자 키이 칸나가 캐릭터 감수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오키나와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한 인물부터 배경까지 마음이 정화되는 완벽한 작화가 특징인 원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린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인다.
 
특히 BL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가족, 일상, 성장에 중점을 둔 휴먼 성장 드라마로서 첫사랑이라는 소중한 경험에 대해 선보여 더욱 많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귀멸의 칼날' 마츠오카 요시츠구, '하이큐!!' 무라타 타이시가 목소리 주연을 맡았다.
 
[암살교실], [켄간 아슈라], [마법소녀 육성계획], [어서 오세요 실력지상주의 교실에] 등 히트작 메이커 스튜디오 히바리 작품이자,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기븐'에 이은 후지 TV의 BL 테마 신규 레이블인 BLUE LYNX(블루 링크스)의 세 번째 프로젝트이다.
 
몽글몽글 뭉게구름과 푸른 바다, 그 아래 싱그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두 소년의 모습이 청량하다. 부드러운 그림체에 화사한 색감이 감성을 자극하는 한편, "다르지 않아, 우린 그저 사랑하고 있을 뿐"이라는 문구가 두 캐릭터가 엮어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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