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연극 - 로마 비극 [공연]

글 입력 2021.02.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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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명실상부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이다.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줄리어스 시저> 등은 현대에도 읽히는 명작이다.


얼마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색다른 연출로 해석한 연극을 접했다. 연극 연출가 이보 반 호브의 연출 <로마 비극>이었다. <로마 비극>을 접하기 전까지, 아무도 이런 연출의 연극을 본 적 없었을 것이다.



[꾸미기][크기변환]이보 반 호브.jpg

 

 

이보 반 호브는 벨기에 출신으로 현재 네덜란드 토닐 그룹 암스테르담을 이끌고 있는 연출가이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연출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12년 <오프닝 나이트>, 2017년 <파운틴 헤드>, NT Live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을 통해 우리나라 관객에게 잘 알려졌다. <로마 비극>은 우리나라에서 2019년 11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LG 아트센터에서 3회 공연된 작품으로, 2007년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되어 우리나라 공연에서 막을 내렸다.

 

 

[꾸미기][크기변환]포스터.jpg

 

 

<로마 비극>은 셰익스피어가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쓴 3개의 희곡을 연이어 구성한 작품이다. 로마를 구하고 영웅이 되었지만 타협할 줄 모르다 민중의 적으로 몰리게 된 코리올레이너스, 반대로 민중의 지지로 권력을 얻었지만, 독재자가 될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 의해 제거되는 줄리어스 시저, 공적인 책임감과 내면의 뜨거운 열정 사이에서 고뇌하는 두 연인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이 모든 인물의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유례없던 장대한 스케일과 현대적인 모습으로 펼쳐진다.



[꾸미기][크기변환]이머시브 시어터.jpg

 

 

<로마 비극>은 기존의 관극 방식과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첫 번째는 이머시브 시어터 공연이라는 점이다. 관객은 객석 내 정해진 좌석에 앉아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타이밍에 로비 라운지처럼 꾸며진 무대의 안팎, 객석과 무대 사이의 이동이 가능해 원하는 위치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서있는 배우의 옆에 앉아있는 관객이 보인다. 이처럼 관객이 배우 옆에 같이 서 있다가 스크린에 함께 찍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핸드폰 사용 및 촬영, 심지어 음식물 섭취까지 허용되었다. 이 연극의 첫 번째 특징부터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두 번째는 별도의 휴식이 없이 5시간 4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연극과는 매우 큰 차이점을 보인다.

 

 

[꾸미기][크기변환]스크린.jpg

 

 

세 번째로는 실시간 영상의 사용이다. 관객이 큰 스크린을 통해 자막과 배우들의 표정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스크린은 띄워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가 TV 미디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듯 하다.

 


[꾸미기][크기변환]젠더 프리.jpg

 

 

네 번째로는 작품의 시간적 배경과 이야기는 모두 고대 로마임에도 불구하고 의상과 소품은 매우 현대적이다. 등장인물은 갑옷이 아닌 수트를 입고 주인공을 앵커가 인터뷰하는 장면까지 연출된다. 이는 정치라는 이슈가 고대 로마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젠더프리 연극이어서 로마 집정관, 카시우스 등을 여성이 연기한다는 것이다. 극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과거 역사의 주인공들이 모두 남성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파괴한다. 로마를 배경으로 하면 주인공이 모두 남성이지만, 위의 사진의 장면을 보면 양쪽에 여성 배우가 있음이 보여진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사건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


<로마 비극>은 이러한 차별성을 가진 연극으로써 ‘최고의 연극’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단점 또한 존재했다. 5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고 관객들이 무대에 많이 올라가 관람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차별성이야말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연극계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로마 비극>의 이러한 특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시도되기 시작한 젠더프리, 이머시브 공연이 이미 2007년부터 해외에서는 시도되고 있었고, 이는 그만큼 많은 관객에게 차별과 고정관념이 없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앞으로 연극계의 방향성을 알려주기도 하며 예술의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한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이번 내한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앞으로도 <로마 비극>과 같은 특별하고 새로운 연극이 많이 탄생할 것이다. 공연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배우와 연출가, 관객 모두에게 늘 설렘을 주는 만큼 많은 다양한 연극의 막이 올랐으면 좋겠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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