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응답하라 1997을 바라보는 2021년의 나의 시선 [드라마]

잠시 멈춰 바라본 4년동안의 시간
글 입력 2021.02.2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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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구에서 상경한 지 올해로 4년이 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혼자 ‘처음’이라는 순간을 꽤 많이 견뎌왔다. 두려웠지만 즐겁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의 나는 낯설게 느껴진다. 점점 서울인이 되어가는 내 모습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괜히 섭섭하기도 했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나를 조금은 멈추고 싶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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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춘 성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른바 상경 장면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응답하라 1997에 성시원(정은지 분)이 버스를 타고 부산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장면과 드라마 땐뽀걸즈에서 시은이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하고 서울로 떠나는 장면.

 

사실 4년 전 내가 집을 떠나 기숙사로 향할 때는 그렇게 애틋하지도 또 슬프지도 않았다. 엄마와 아빠도 버스를 타는 곳까지 오지 않았고, 집을 나서기 전 나는 엄마에게 ‘갈게’라며 씩씩하게 말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던 기억만이 남아있다.

 

전혀 드라마 같지 않았던 현실이었지만 지나서 보니 부모님과 나는 어쩌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을 애써 숨겼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나의 현실에서는 꽁꽁 숨겼던 그 마음들이 드라마에서는 온전히 다 드러나는 것 같아 계속 찾아보고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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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에서는 시원이 버스를 타고 1999년, 2000년, 2001년을 지나가는 연출을 볼 수 있다.

 

시원의 내레이션으로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 시간들이 단 몇 문장으로 간단하게 정리되면서 이내 곧 6년 후의 시원이 등장한다. 고등학생의 티를 벗은 제법 어른 같아 보이는 시원으로 말이다.

 

어릴 땐 그렇게 스무 살이 되면 짠하고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도 나는 그런 환상이 있었다. 12월 31일이 지나고 1월 1일이 되면 내가 그토록 원하고 꿈꾸던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2017년 1월 1일은 스무 살이 된 고등학교 3학년의 나였을 뿐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그저 나이를 4살 더 먹은 나일 뿐이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것이 많고, 단 것을 좋아하며 귀찮은 것을 싫어하면서도 잘생긴 아이돌을 덕질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응답하라 1997에서 6년이 지난 후의 시원이 여전해서 좋았다.

 

부산 사투리를 여전히 사용하고, 장난기를 숨기지 않았으며 툭하면 아빠 그리고 윤제와 싸우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이에 맞게 나를 억지로 바꾸며 살아가지 않고 나의 속도에 맞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임을 내가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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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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