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몬드: 진짜로 모르는 것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보다 나아.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글 입력 2021.02.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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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스테디셀러인 소설 '아몬드'를 읽었다. 중학교 2학년인 동생이 추천해 줘서인 건지, 내가 한창 고전을 읽고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가벼운 청소년기 소설인 줄만 알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초중반까지도 사실 '이게 왜 스테디셀러지?? 그냥 약간 오글거리는 청소년기, 사춘기 소설 아닌가..?' 싶었다. 필자의 오만함, 거만함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이런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심 이 오만한 생각을 이 책이 나중에 뻥 걷어차 주길 바랐다.

 

 

'내게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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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안타깝다고만 생각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니...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도 같은, 큰 감각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이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모두 '저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느낄까?' 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점을 짚었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라니. 저 글을 본 순간 정말 머리를 뎅-하고 종으로 맞은 것 같았다.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대로 반응을 하며 살아왔다. 물론 어머니의 교육 덕에 어느 정도 겉으로는 바뀌었을지 몰라도 속은 그대로다.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의 반응, 태도 등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다. 정직함의 측면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정상적이다. 물론 정직한 반응과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얀 거짓말'에도 수많은 찬반양론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정상적인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정직한 반응을 보여야 할 때에도 모르는 척하기 일쑤다.

 

이것이 문제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할 때, 그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는다는 것. 이것을 우리와 조금 다른 주인공의 관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로 신랄하게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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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는 이에 대한 예를 들어 준다. 전쟁 때문에 귀를 잃고 아파하는 아이의 모습이 나오고 있는 텔레비전. 그 텔레비전을 등지고 자신에게 미소를 짓는 박사를 보는 주인공.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감정을 느낀다면서 어떻게 저 소년의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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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행은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우리와 가까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이에게 주인공은 또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가까이 있는 불행에 대해서는 '아는 대로' 즉, '감정이 느껴지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눈 앞에서 불행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피할 것이라고.

 

'무서움', '공포' 등의 감정을 방패삼아서, 비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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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방어 기제로 만들어 낸 가짜 감정을 진짜 감정과 착각하기도 하고, 진짜 감정이라고 세뇌시킬 때도 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주인공은 도대체 진짜 감정이 뭔지 묻는다.

 

감정을 '진짜로' 느끼는 우리에게. 자신에게 어떻게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냐며 괴물 취급을 하고, 감정을 안 느끼면 사람이 아니라며 비난했던 사람들에게 '그렇다면 당신은 진짜로 감정을 느끼는데 왜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 쉽사리 답을 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삶을 사는 방식은 주인공이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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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대목에서 의도한 것이 내가 느끼는 바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을 보고 왜 사람들이 자신들 가까이 있는 불행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지에 대하여 이해가 되었다. 주인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정을 느끼며, 무언가를 느꼈다고. 구역질이 났다고. 떨쳐 내고 싶은 역겨움이 밀려 왔다고 한다.

 

 

'다만 나는 무언가를 느꼈을 뿐이다.'

 

 

인간이 되면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 무언가가 감정이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아름다움, 슬픔, 좋음, 기쁨 ..'등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감정에는 '토할 듯한 역겨움, 살을 찢는 고통,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 죽기 전까지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을 듯한 갈증..' 등 우리가 살면서 겪고 싶지 않은 것을 겪어야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들 또한 감정이다.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라면 그것을 느껴야 한다. 일종의 수갑 같기도, 의무 같기도, 처벌 같기도 하다. 그런 끔찍한 것들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자기 방어 기제를 만들어 내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 방어 기제들 중 하나는 '회피'일 것이고 그 회피가 진짜 감정이 도망칠 피난처인 가짜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이 일련의 과정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자기 방어 기제를 결여하고 있는 주인공의 시각이 우리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데 참 좋은 교두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왜 이 책이 스테디셀러인지 후반부에 가서는 무릎을 탁 치며 깨달았다. 그리고 반성했다. 감정을 느끼는 것,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감정을 느끼고 공감을 누구보다 잘 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그렇지 못한 척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자기방어기제로 본다면 순도 100%로 나쁘다고만 볼 수 있는 것인지. '인간다운 반응, 태도, 대처'와 '나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 사이의 어렵고도 미묘한 경계를 어떠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자기 방어기제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얽혀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복잡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아닐지, 나름대로 결론을 지어보며 책 서평을 마쳐 보려 한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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