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글 입력 2021.02.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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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Yue Minjun A-Maze-Ing Laughter of Our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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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5, 6관에서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전이 전시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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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유에민쥔의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였는데요, 그는 자신을 모델로 삼아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실없이 웃는 얼굴의 인물을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고 있었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활짝 벌리며 웃지만, 이것은 작가의 자조적 웃음이자 절망적인 사회를 허무와 풍자로 표현한 역설적 웃음이였습니다.

 

아마도 눈에 익은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아래 작품은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퍼져나가기 직전인 2007년에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중국 작가의 회화 작품이 590만 달러(약 65억 원)에 낙찰되었던 중국의 냉소주의 화가 岳敏君(유에민쥔)의 작품입니다. 당시 중국 현대미술 최고가를 기록해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야기된 개인적, 사회적 혼란에 대한 반항과 슬픔과 분노, 체념이 뒤섞여 있다고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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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주의 시기를 겪으며 느꼈던 개인적인 마음을 그려 '냉소적 사실주의'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냉소적 사실주의란 사회주의 하에 있었던 사회적 사실주의와는 다르게 자조적인 마음 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현실 이미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면서 도예가 최지만과 백자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판화 공방 P.K Studio와 전통판화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었고 모든 공간의 촬영도 가능하여 감상의 폭이 넓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작가를 더 살펴보자면, 유에민쥔은 1962년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 태어나 허베이 사범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였고, 교사로 일하던 중 일어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끼고는 1990년부터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요, 냉소적 사실주의와 정치적 팝으로 대변되는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며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강렬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6가지 섹션으로 나눠 전시는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함께 감상해보실까요!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 (The Saddest Laugh in the World)

 

유에민쥔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실없이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허하고 아련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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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웃다 (A-Maze-Ing Laughter of Our Times)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부자유와 허무가 숨어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내 자신의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동시에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유에민쥔

 

때로는 한 점의 그림이 백 권의 책보다 강렬하게 뇌리에 박힐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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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 (The Praise of Death - Memento Mori, Carpe Diem!)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죽음을 기억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작품에도 웃음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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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광대 (Slapstick Comedy)

 

슬랩스틱 코미디는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운 한 판의 코미디 연극을 말하는데요,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움 속에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녹아 있습니다. 마치 비극 속에서 세상을 위로하는 웃음을 만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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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개춘 一笑皆春 -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

 

‘일소개춘’은 중국 대리(大理)에 있는 감통사(感通寺)의 고승 단당대사(担当大師)의 선문답입니다. 4천미터가 넘는 웅장한 산맥과 샹그릴라를 품고 있는 이곳은 유에민쥔의 겨울 작업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데요, 그가 평생을 들여 도달하고자 한 곳은 다름아닌 그의 작업실이 있는 곳, 봄 햇살에 꽃들이 만개하는 샹그릴라, 화엄의 세계이고 마침내 팬데믹의 혼돈마저 포용하고 시대의 통각을 넘어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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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전시의 Special Zone에서는 도예가 최지만 x 작가 유에민쥔의 콜라보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유에민쥔의 작품이 1200도가 넘는 가마 속에서 도자기 조각으로 재탄생하였고 간편한 디지털 인쇄 방식이 아닌, 전통 판화 기법인 실크스크린 방식을 사용해 제작한 유에민쥔 작품의 판화 에디션을 선보입니다.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는 판화공방 P.K Studio가 쌓아 올린 유에민쥔의 짙은 웃음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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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기대했던 작품 ‘처형’은 복제화였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만든 대규모 회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고, 전시 공간 모든 곳에서 촬영이 가능하여 관람객들의 여유롭고 개성있는 관람 모습 또한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는 5월 9일까지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개성넘치는 웃음들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김은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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