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글 재밌게 쓰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글 입력 2021.02.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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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기 전 블로그를 운영했었다. 이 블로그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걸 무척 싫어했다.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일단은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충분히 좋은 글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충분히 잘 쓴 글이면 보여주고 싶고 아니면 당장 휴지통에 집어넣고 싶었다. 또한, 누군가 글 한두 편 읽은 거로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러니 실수한 건 없는지, 후회할 만한 말은 한 게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그에 비해 쓰기 위해서 쓰는 글은 쉽다. 일련의 검토 과정이 전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워낙 말도 잘 못 하고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인 탓에 내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편이었다. 이렇게 쓴 글은 나조차도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 누가 볼 일도 없으니 내용이 엉망이든, 오타가 가득하든, 하다못해 쓰자마자 날아가 버리든 상관없었다.

 

편하긴 한데, 그런 글들은 공허하다. 글로서 어떠한 기능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 글이라는 건 기록을 하기 위해서든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든 엄연히 목적이 있다. 고작 쓰는 동안 조금 후련하려고 썼다가 결과물은 어떻든 상관없는 글이라니. 확실히 공허했다.

 

기껏 내 생각을 요목조목 정리했어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나 혼자 내 생각을 정리하고, 어떠한 검토도 없이 그대로 그게 옳다고 믿어버리는 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도 전혀 늘지 않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내가 블로그를 만들었었다. 내가 쓰던 글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물론 마음은 먹었지만, 나에겐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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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마음은 금세 들통 났다. 내 블로그는 이상했다. 블로그를 만들어두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만들었다는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나는 블로그 내에서 변경된 이름으로 있을 수 있었다. 나를 드러낼 필요도, 그럴 만한 구석도 전혀 없었다. 마음 좀 편하자고 그렇게 한 셈이었다.

 

‘나’임을 밝히지 않고 쓴 글들은 그래서 좀 후줄근했다.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썼으니 일기장을 밖으로 끄집어낸 거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누가 보고 갔는지, 얼마나 보고 갔는지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볼 테면 봐라’라는 식이었다. 누가 보여 달라고 협박을 한 것도 아닌데 내 블로그와 글들은 시종일관 불친절했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는 그래서 지원했었다.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는 것과 독자를 상정하고 글을 쓰는 건 다르다. 독자를 생각하는 글은 궁금해야 하고, 친절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쓰고 난 뒤, 공개 여부만 전체공개로 돌려놓는다고 해서 독자를 위한 글이라고 할 수 없다. 내 글이 더 나아지고, 내 생각들이 다듬어지기 위해서 그런 글을 쓰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써왔던 글들은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에 대한 글이었다. 반면 에디터로서 써야 하는 글들은 어떤 것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지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이 둘 간의 난이도는 혼자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만큼이나 차이가 있었다. 물론 얻게 되는 것에도 그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좋은 에디터는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사람. 궁금한 질문이 많은 사람. 그런 내용이, 알맹이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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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를 하는 4개월 동안 나는 알맹이 발굴에 나섰다. 매번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면, 내가 쓴 글 중에 너무 재미없는 글들도 많기 때문이다. 열심히 글을 쓰고도 내가 독자 입장에서 이 글을 읽고 싶을까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아서 좌절한 적도 많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마감 시간에 쫓기다가 그 누구에게도 흥미롭지 않은 이야기를 던져버리고, 속상함에 자책한 적도 많다.

 

나에게 좋은 에디터 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에디터 되기마저 나에겐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남들에게 말 걸기 시작한 사람이,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말하는 자기 자신을 기대하는 건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썼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쓴다는 게 조금은 편해졌다. 겨우 몸풀기 하는데 장장 4개월이 걸린 셈이다.

 

에디터 활동은 끝이 나가지만, 좋은 에디터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지금부터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내 글은 엉성하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조금 더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던지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에디터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이니까.

 

 

 

박경원.jpg

 

 

[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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