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은오이기도 하고 윤선아이기도 한 당신에게 [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이 이야기하는 우리
글 입력 2021.02.0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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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뜨겁고 반짝거리게 사랑했던 두 남녀. 하지만 서울로 돌아온 여자는 남자를 찾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서 숨을 뿐. 그런 여자를 1년간 찾아 헤맨 남자가 그만두려고 할 쯤 그들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카카오 TV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고 있는 <도시남녀의 사랑법>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이 드라마는 첫 화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한 가지의 질문을 던져왔다.

 

이은오와 윤선아는 다른 인물일까? 그저 이은오가 연기한 사람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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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오는 착하고, 착하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조용하고, 순하고, 착해서 눈에 띄지 않는 사람.

 

그녀가 면접장에서 윤선아를 바라보던 그 눈이 잊히지 않는다. 면접이라는 큰 관문 앞에서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단정히 묶은 채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자신과 달리 자유분방한 머리 스타일과 면접관의 질문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윤선아를 볼 때 은오의 눈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그 눈은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녀에게 윤선아는 곧 '자신은 절대 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은오는 청첩장까지 돌리며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신혼집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고, 붙은 줄 알았던 호텔에서 입사 취소를 당한다. 그 연락을 받지 못한 은오는 회사에 출근까지 하게 되고, 결국 그곳에서 입사가 취소된 이유를 듣는다. 평범했다.

 

그리고, 은오는 양양으로 떠난다. 이은오라는 사람을 버리고 자신이 될 수 없다 여겼던 윤선아가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박재원은 운명이었지만 그가 사랑한 여자는 은오가 아닌 선아였다는 것이 결국 그녀가 재원으로부터 숨게 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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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으로 떠나기 전의 은오와 양양에서 선아로 살았던 은오는 확실히 다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양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은오는 양양으로 떠나기 전의 은오와 똑같지 않았다. 그렇게 착하지도, 그렇게 순하지도, 그렇게 조용하지도 않은 은오가 되었다. 번번이 찾아오는 실패들은 똑같았지만 버텨낼 힘을 가졌고, 집세를 올렸다는 이야기에 밥풀을 튀겨가며 욕을 하기도 하고, 면접을 앞둔 지원자들에게 무턱대고 힘내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은오와 선아가 섞였다고나 할까?

 

분명 그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기점에는 재원이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왜냐고 묻지 않았고, 자신의 마음을 다해 은오를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은오가 재원 덕분에 선아처럼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재원이 은오도 몰랐던 은오 안의 선아를 꺼내주었던 게 아닐까? 사람에게는 모두 다양한 면이 존재하는 법이니까.

 

MBTI는 과학이라며 곧 유행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말할 때 우리는 혈액형 대신 MBTI 결과를 내밀곤 한다. 물론 나를 파악하는 도구로 알맞은 목적을 가지고 결과를 분석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안에 나를 가둬서는 안 된다. 은오처럼 조용하고, 착하기만 한 성격에 자신을 가두면 결국 곪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부캐'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나의 모습들을 내가 직접 찾아가는 과정은 곧 진정한 나를 만나는 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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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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