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자이크화 같은, 도서 '진리의 발견'

글 입력 2021.02.0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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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인상적인 책을 발견했다. '진리의 발견'이라니. 세상에 과연 진리라 확언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인간의 삶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진리의 발견이라는 책의 제목은 아주 도발적이게 느껴졌다. 노란 표지에 확연히 대비되는 푸른빛의 띠지가 둘러져 있는 이 책에는 '앞서 나간 자들'이라는 부제가 함께 붙어 있었다.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 다루는 책인데, 그 삶 속에서 진리를 발견했다는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띠지에 둘러진 표현은 더더욱 놀랍다. "인간 존재에 대한 이례적인 모자이크화가 탄생했다.", "출간 즉시 고전이 된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이게 정말 책의 깊이로 인해 나온 표현인지 마케팅을 위해 나온 표현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어떤 책이길래 출간되자마자 이렇게까지 찬사를 받은 것인지 궁금해져서 이 책이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서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도서 '진리의 발견'과 처음으로 조우한 나는 가장 먼저 탄식했다. 844쪽의 분량으로 어지간한 전공책만큼 두꺼운 양장본이었기 때문이다.

 

 


 

< 책 소개 >


《진리의 발견》은 1700년대부터 현재까지 네 세기에 걸쳐 역사적 인물들의 서로 교차하는 삶을 통해 복잡함과 다양성, 사랑이라는 감정의 모순, 진실과 의미와 초월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탐험한다. 행성 운동 법칙을 발견한 천문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과학에서 여성의 길을 닦은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과 조각 예술에서 성별이라는 견고한 암석을 부수어낸 해리엇 호스머, 문학비평가이자 <뉴욕 타임스> 최초의 여성 편집자로 여성주의 운동에 불을 지핀 마거릿 풀러,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거쳐 환경 운동을 촉발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에서 끝을 맺는다. 대부분 여성이며 성소수자인 이들은 모두 대담한 사상가들로 크나큰 장애와 그 시대의 "성별 구조"를 극복하고, 천문학적 발견을 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환경 운동의 기반을 닦았다.

 

이들의 삶은 시대와 불화하기도 하고, 시대 앞에 좌절하기도 했으며, 또한 시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가슴 아픈 인간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했으며, 다시없을 사랑으로 지상에 빛을 비추기도 했다. 놀라운 성취를 쌓았으나 무시당하고 빼앗기기도 했고, 너무도 허무하게 바다에 잠겨버리기도 했다. 이들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사회적 중력과 관성의 틀을 벗어나는 삶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불완전한 이 세계를 어떻게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었는지를 볼 수 있다. 저자는 과학, 문학, 예술 분야를 넘나들고 시대를 뛰어넘는 역사적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삶을 통해 상호 연결된 무작위성의 우주를 펼쳐 보인다.

 


 

 

거의 천 페이지에 가까운 정도의 책이라면, 그래, 진리를 논할 만한 책일 지도 모르겠다. 이만큼의 분량으로 도대체 포포바는 누구의 삶을 조명하려고 했던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먼저 프롤로그를 읽었다.

 

그런데 프롤로그부터 범상치 않았다. "아름다운 삶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포포바는 아름다운 삶들을 조명하면서 그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런데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첫 문단부터 당황스럽다. 첫 문단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데, 그 한 문단이 고작 세 문장만으로 만들어진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마리아 포포바는 고작 4쪽짜리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이 책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저자는 삶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전기Biography라 하면 떠올리는 것들의 직선적인 형태가 아니라, 판단과 우연의 난파 속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것들의 교차점이라는 것에 주목한다. 그래서 자신이 그려낸 사람들의 삶 역시 최소 몇 십 년 최대 몇 세기의 거리를 두고 전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상상으로 재구성하는 차원이 아니라, 포포바 본인의 표현을 빌어 표현하자면, '광대한 규모의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그려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상과 사상 사이, 학문과 학문 사이에 존재하며 서로를 유기적으로 연계되게 만들었던 그 희미한 연결고리를 되짚어가며 삶을 조명하겠다고 하는 포포바의 이 프롤로그가, 어찌 평범할 수 있을까. 이 담대한 포부에서부터 시작하여, 마리아 포포바는 요하네스 케플러, 마리아 미첼, 허먼 멜빌,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마거릿 풀러, 찰스 다윈, 윌리어미나 플레밍, 해리엇 호스머, 에밀리 디킨슨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삶을 하나 둘씩 그려나간다.


*


이 책을 읽어가던 순간의 가장 처음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황스러움이 가장 컸다. '전기'에 가까운 책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한 개인의 삶을 일반적인 전기의 차원과는 다르게 다루고 있었다. 전기는 마리아 포포바가 프롤로그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직선적이다. 출생이라는 시작점에서부터 사망이라는 종착점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특히 어떤 개인을 다룰 때에는 보통 그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업적이 있는바, 전기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대부분 그 업적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들이다.


그런데 당장 '진리의 발견'에서 가장 처음 다루는 인물인 요하네스 케플러의 삶에 대해서, 포포바가 쓴 첫 문장이 '나는 이렇게 상상한다'라는 게, 와닿는가. 케플러의 출생부터가 아니라 저자는 케플러의 어머니가 마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케플러가 알게 된 시점에 대한 상상에서부터 저자는 내용을 전개해나간다. 심지어 어머니가 마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니? 케플러에 대해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발전시켜서 천문학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기억하는 일개 문과생으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재판을 거치면서, 자신과 같은 성위 아래 태어난 어머니가 이렇게 된 것은 어머니는 남자였던 케플러 자신과 달리 교육, 사회적 지위 같은 특권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세계의 조화> 속에 글로 남겼다.


케플러의 삶에 대해서 이 정도의 깊이로 다룬 사람이 있었던가. 17세기에 생을 마감했던 케플러가 오히려 18세기 중반 미국 여성권리대회에 대한 기사를 실은 뉴욕 헤럴드 기자보다 더 앞선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 누가 세상에 밝힌 적이 있었나. 첫 장을 이와 같이 마무리하면서 알 수 있었다. 왜 이 책이 출간 즉시 고전이 되었다고 말하는지를 말이다. 특히나 케플러의 삶을 다루면서도 그 이후의 시대, 현대를 오가며 단순한 사건 중심의 전개를 벗어나 케플러의 삶을 전체적으로 재구성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마리아 포포바는 다른 인물들의 삶 역시 조명한다. 그런데 포포바가 다루는 인물들 중에서는 정말 생소한 인물들도 있어서 처음 읽을 때부터 바로 그들의 삶이 와닿지는 않았다. 케플러처럼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이, 포포바가 전개하는 방식으로 글을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미 책을 다 읽어본 지금에 와서, 나 역시도 포포바처럼 '진리의 발견'을 처음 읽게 될 독자들을 위해 내용을 약간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조금이나마 사전지식이 있는 상태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몰입하기 쉬울 것이다.


포포바가 다루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들은 마거릿 풀러, 에밀리 디킨슨 그리고 레이첼 카슨이라고 할 수 있다. 마거릿 풀러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아 작가이자 평론가로 살았던 인물이다. 특히 여성해방운동의 기초가 되는 책을 쓰고, 뉴욕트리뷴의 유일한 여성 편집자가 되기도 했으며 미국 최초의 외국 종군기자가 되기도 하며 그는 여자들을 위한 '대화'라는 모임까지 개최했다. 사회운동의 이상향을 지향했던 그는 이탈리아에서 혁명가와 결혼하고 혁명운동에 가담하는 등 활발한 사회 운동을 전개했으나 미국을 향해 배를 타고 건너가던 중 배가 난파되어 남편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세상을 뜨고 만다.


혁명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살았던 마거릿 풀러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의 장편 서사시 <오로라 리>의 모델이 된다. 그리고 이 시를 좋아한 에밀리 디킨슨은 자신의 오빠와 결혼한 수전을 사랑했다. 그녀를 향한 사랑을 시에 고스란히 담았던 에밀리의 삶을 다루며, 포포바는 에밀리의 오빠인 오스틴과 메이블의 불륜을 자세히 다룬다. 두 사람이 주고 받았던 서신들을 인용하며 그 사이에서 상처받았을 수전이 충분히 그려진다. 에밀리는 쉽게 이해할 수 없게도 오스틴과 메이블의 불륜 관계를 어느 정도 묵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디킨슨 가의 부동산을 메이블에게 일부 양도하는 데에는 반대한다. 수전의 상처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결단을 감행했던 에밀리는 그로부터 3년 정도 후에 세상을 뜬다. 자신이 사랑했던 수전이 입혀준 수의를 입고, 세상을 떠났다.


레이첼 카슨은 미국 정부의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서 근무했던 해양생물학자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침묵의 봄'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혹자는 레이첼 카슨이 살충제 사용 억제를 주장한 탓에 말라리아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포포바는 이것이 카슨을 반대하던 쪽에서 악의적으로 퍼뜨린 허위 주장이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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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모자이크화' 같은 전기는 처음 보았다. 포포바가 책의 말미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글을 쓰고 있고, 누군가는 실험을 하고 있고, 정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연의 순간들은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우연의 씨앗은 지금 당장, 근시일 내에 혹은 몇 세대, 몇 세기 이후의 먼 미래에 가서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무한히 꽃피울 것이다.

 

풀러, 디킨슨, 카슨뿐만이 아니라 같은 시대 혹은 다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여성들의 삶이 전체적으로 유기되어 한 권의 책을 이룬 '진리의 발견'은 정말로 경이로운 책이었다.

 

 


 

진리의 발견

앞서나간 자들


지은이/엮은이: 마리아 포포바 / 지여울

출판사: 다른


규격: 152*225mm

쪽수: 840쪽


정가: 44,000원

ISBN: 979-11-5633-278-7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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