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키즈존은 사회의 나쁜 훈육 방법 [사람]

글 입력 2021.02.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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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왕국2>가 개봉되었다. <겨울왕국2>는 아이들을 위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어른들은 완성도 높은 3D 애니메이션을 고화질의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으로 듣고 싶어 영화관에 모여들었다.

 

좌석에 앉아, 핸드폰을 끄고, 영화가 상영되는 약 1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조용히 앉아 있을 준비를 한 어른들은, 당연히 모든 사람이 그 간단한 영화관 에티켓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들은 그들 인생의 반도 채 살지 못한 어린아이들에겐 그 에티켓이 그다지 간단한 에티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왕국2>를 영화관에 관람하러 갔다가, 이러한 경험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어른들은 영화관에도 노키즈존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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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의 한 장면.

 

 

노키즈존(no-kids-zone)은 말 그대로 ‘아이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영업방침으로 내놓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슈가 된 적이 있었지만, <겨울왕국2>로 인해 노키즈존에 관한 논쟁이 불이 붙게 되었다.




편의가 인권 앞에 올 수 있을까



편의가 인권 앞에 올 수 있을까? 이 문장만 보면 많은 사람이 편의는 인권 앞에 올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연히 인권을 가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노키즈존의 도입을 찬성하는 소비자의 기분은 이해한다. 모처럼 영화를 제대로 관람하러 영화관까지 왔는데 아이의 소음 때문에 집중이 깨지는 것도, 조용히 여유를 즐기기 위해 카페를 찾았는데 음료를 쏟고 시끄럽게 구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이해가 된다. 돈을 내고 편의를 제공 받으러 온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들은 물론 짜증 날 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편의를 위해서만 행동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종종 우선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편의를 포기하기도 한다.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면 물론 편하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햄버거 가게에서 먹은 것을 치우지 않고 자리를 뜬다면 편하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는다. 질서가 편의 앞에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권은 어떠한가? 아이들이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을 권리를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침해할 수 있을까?

 

 


노키즈존은 사회의 나쁜 훈육 방법



사회적 질서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였을 때, 우리는 종종 그 행동을 곧바로 멈추게 하기 위해 버럭 화를 낸다. 이러한 방식은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좋지 않은 방식이다.

 

우리가 버럭 화를 냈을 때 아이들은 놀라고 무서워 당장 행동을 멈췄지만, 자신이 왜 그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다음에도 악의 없이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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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무작정 화만 내는 훈육 방식을 사용하곤 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아이들에게 질서를 가르쳐 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알려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훈육 방식이 아닌 무작정 화만 내는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훈육 방식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없다. 전공과목 시험도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책을 몇 번이고 다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시험이 너무 어렵게 나와서 교수님께 항의하였을 때, 교수님이 ‘나는 이 문제 쉽게 풀 수 있는데 너희는 왜 못 풀어?’라는 표정을 짓는다면 짜증이 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는 질서가 그러하다. 어른들은 이미 질서가 몸에 배어 익숙해졌지만, 아이들에게는 질서라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 본, 아직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욕하던 전공 교수님처럼 ‘이 쉬운 질서를 왜 못 지켜?’가 아닌, ‘너에겐 이 질서가 처음이어서 잘 모르겠구나. 다시 한번 가르쳐 줄게’라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노키즈존은 우리가 그동안 아이들에게 해 왔던 나쁜 훈육 방식이 사회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식당에서는 뛰어다니면 안 된다.’, ‘카페에서는 음료를 쏟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등의 당연한 질서가 몸에 배지 않은 아이들이 행동을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 줄 생각이 없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버린다.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이유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고 무작정 화만 내며 “안 돼! 너 출입 금지!”라고 말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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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을 내건 카페 이미지

 


지금의 사회 분위기에서, 가게 주인들이 노키즈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노키즈존으로 바꾸고 이익이 더 늘었다는 가게 주인들의 뉴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공급이라는 것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아이들을 참고 배려해 줄 생각이 없으니, 그에 맞춰 노키즈존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노키즈존을 만든 것은 가게 주인들이 아니라 사회의 분위기이다.

 

이 글을 읽은 어른들이 소비자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조금 더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 노키즈존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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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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